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작년만 해도 아시아-유럽 항로의 선박과잉으로 운임을 바닥을 치며, 모든 선사들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세계 컨테이너 취항 선박량이 1,500만 teu 이었으나, 현재 취항 선박량은 1,600만 teu로 오히려 100만 teu가 증가하였다. 유럽항로의 경우는 이중 25%를 차지하고 있고, 선박과잉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인데, 반대로 금년 2분기 유럽항로 운임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아무리 머스크 라인, MSC, CMA-CGM 얼라이언스, 그리고 G6 얼라이언스와 CKYH와 에버그린 그룹 등 유럽항로 취항 4개 선사 그룹이 차지하는 유럽항로 시장 점유율은 80%가 넘는 과점상태라 해도, 어느 정도의 수급균형이 함께 이루어져야 이와 같은 큰 폭의 운임상승이 가능 할 수 있는 것이다. 수치적인 공급증가에도 불구하고 수급균형을 맞추는 어떤 상황이 있는지를 검토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첫째는 선박이 타 항로로 전배가 증가된 요인이다. 지난 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주최 해운시황 및 이슈 세미나에서 한진해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00만 teu의 선박량이 증가했지만 이중 아시아역내항로, 아프리카항로, 그리고 중남미 항로로 전배된 선박량을 약 40만 teu로 보고 있다. 초대형선이 동서 기간항로에 투입되면서 보다 작은 선박들이 이들 항로로 연쇄 전배되는 효과(cascade effect)를 자져온 것이라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용선 반선 효과이다. 초대형선의 신규 인도 투입이 운송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알파라이너사의 분석에 따르면 자사의 초대형선을 투입하면서 그동안 용선해 쓰던 선박을 선주에게 반선하는 부분도 있어, 어느 정도 선박과잉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선박과잉에 의한 시장운임 하락대신, 반선에 다른 용선료 하락을 가져오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부분의 선박발주는 이들 비운영 선주들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들 선주에게 과잉선박이 반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계선량의 증가이다. 컨테이너선 계선량은 1년 전에는 10만 teu에 불과했으나, 30만 teu나 증가한 40만 teu까지 증가하였다. 정기선 해운 컨설팅사인 알파라이너사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7월 초 전세계 계선 선박량은 211척, 446,200 teu이다. 그 대부분은 선사가 운영사가 아닌 선주에게 반환한 용선들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신규 선대가 투입되면서 반선되는 이 같은 용선선박들은 공급과잉 시장에서는 대부분 계선 될 것으로 보인다. 선박 신규 투입량이 늘어날수록 계선 선대가 더 늘어 날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 번째는 뉴 월드 얼라이언스와 그랜드 얼라이언스의 G6와, 에버그린과 CKYH 얼라이언스 형성으로 개별선사의 자유로운 선대확장이 제한 된 요인이다. 최근 같이 운임이 크게 상승할 때 선박투입을 크게 늘리고자하는 의지는 있지만 얼라이언스로 움직이는 특성상 특정선사의 선박투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는 초 감속운항에 따라 신규 투입에 의한 운송능력 증가의 영향이 상당부분 흡수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컨테이너 선사들은 초 감속운항을 통해 많은 벙커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결국 감속운항의 결과 지연되는 스케줄을 보충하기 위해 한 선단에 투입하는 선박을 늘려야 한다. 통상 아시아-유럽항로에서 감속운항을 할 경우 한 선단을 8척에서 9척으로 늘려 투입하고 있다. 스위스의 MSC사는 최근 인도 받은 14,000teu 두 척을 초 감속운항에 따른 추가선박으로 투입하였다.
이상과 같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선박수급 개선이유를 찾아보지만, 여전히 1만 teu 이상 초대형선의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개선에 충분한 요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금년들어 운임이 급등하자 4월 이후 7월까지 3개월 동안 유럽항로 선박량이 10% 이상 증가하였다. 여기에 에버그린사는 8,500 teu 급 선박 30척과 13,000teu 10척 등 총 40척을 이달부터 앞으로 2년 반 동안 투입할 예정이다. 하팍-로이드사도 13,200 teu 신조선을 금년에 3척, 내년에 7척을 투입할 예정이고, 특히 내년에는 머스크사의 18,000 teu 트리플-E 선박이 인도되는 해이다.
이에 비해 유럽 서향항로의 물동량은 금년 1-6월 누계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 불안 등 유럽 국가의 경기 악화를 배경으로 아시아로 부터의 수입 컨테이너 물동량이 감소된 것이다. 결국 문제는 선박 스페이스가 남아돈다는 점이다. 최근 로이즈 리스트에 따르면 일부 선박의 선적율이 60%를 밑도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컨테이너 선사들은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피크시즌 할증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선사나 포워더들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운임하락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선사들은 현재 요금을 유지하고, 나아가 더 인상하려고 하지만, 최근의 피크시즌 할증료 및 일괄운임인상(GRI)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자, 화물 수요가 부진한 상태에서 운임은 불안정하게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특히 비수기에 돌입하는 10월 이후 유럽항로를 중심으로 수급균형의 악화로 인해 다시 운임이 하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유럽항로에서 머스크사와 CKYH 얼라이언스는 선박수송량의 감축을 위해 일부 항만 기항을 생략하는 등 선박량 감축 노력을 하고 있고, 가을 이후 비수기 선박량 조정을 앞당겨 실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선박량 감축이 이와 같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가시적이고,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지속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잠시 운임이 올랐다고 다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투입 선박량을 증강시키는 결정 등을 한다면 시황 급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