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이 무모하게 뛰어들어 한 우물만 팠다”

업계에서는 BWTS시장이 30조원에서 최대 8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신조선박은 BWTS가 장착되고 있고, 선주들도 기존 선에 BWTS를 장착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황금알을 낳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이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대기업이 뛰어들었고, 테크로스ㆍ엔케이ㆍ이엠코리아ㆍ파나시아 등이 BWTS시장에 진출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이 시장에 연매출 400억원 정도의 중소기업이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것도 최고의 살균력을 자랑하는 BWTS를 들고 말이다. 바로 ‘삼건세기’이다.

지난 7월 17일 국토해양부는 이례적으로 삼건세기가 출시한 세계 최초의 플라즈마 방식의 BWTS인 ‘ARA PLASMA BWTS’에 대해 형식승인 증서를 교부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4년 6개월의 개발기간 동안 약 70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한 세계 최초의 제품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무엇이 경남 김해에 위치한 중소기업 ‘삼건세기’를 주목하게 만들었을까? 한국해운신문에서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8월 14일 부산 화명동에 소재한 삼건세기 R&D 센터에서 강정일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떤 계기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냐는 질문에 강정일 대표는 대뜸 “철없이 무모하게 시작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愚公移山, 무모함과 꾸준함으로 산을 옮겨버린 우공이 생각났고, 자동차 수리공장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워낸 정주영이 생각났다.

엔지니어링 출신이기 때문일까? 컨텐츠는 풍부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약하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강 대표는 일에 대한 열정과 우직함으로 부족함을 채워가는 사람이었다.


▲ 어떤 계기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까?
△ 한국해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병역특례로 부산의 한 조선사에서 5년 6개월 간 근무를 했습니다. 그러다 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27살에 창업을 했습니다. 정수처리나 담수화 장치 분야를 해보자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검토는 없다고 해도 무방했습니다. 그저 젊은 혈기로 철없이 무모하게 시작해보자는 생각이었죠. 한 우물만 파보자는 마음으로 1989년 양산의 한 마을에서 선박용 냉수기를 만들어 조선소에 납품하며 시작한 사업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죠.


▲ 삼건세기가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어려움을 있었을 것 같은데요.
△ 실패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회사의 사훈인 “처음 마음처럼” 한 분야에서 꾸준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아이템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습니다. 기술개발에 매진해 좋은 제품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IMF 때 수처리 분야에서 성장 정체가 있었는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배관 코팅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수처리 분야의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폴리에틸렌(PE) 코팅에서 기존의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여 경쟁력을 확보했고, 폴리아미드(PA) 코팅에서도 현재는 독보적인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결국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술개발, 즉 엔지니어링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에도 R&D 비용은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어려울수록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해야한다, 이것이 삼건세기를 이끈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회사 분위기가 좋아 보입니다. 회사의 수장으로서 직원들을 위해 어떤 배려를 해 주시나요?
△ 저는 직원들에게 두 가지를 강조합니다. “편하게 살자”, “모두 한 부서이다”

업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창의력의 원천입니다. 스트레스의 출발은 ‘생각’이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강조합니다. 부서간 마찰을 줄이고, 직급과 직책에 구애 받지 않고 자기 일에 매진하다 보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각종 포상과 인센티비 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제가 직접 ‘고충처리상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랑 같지만,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행복지수 1등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50여명의 직원이 모두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 일에만 매진하는 공대 교수 이미지가 물씬 나는데요, 여가시간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 (이 부분에서 강 대표는 한참을 생각을 했다.) 솔직히 일이 재미있습니다. 제품을 개발하고 시연하고 출시하는 과정을 즐긴다고 할까요. 물론, 퇴근하고 집에서 책도 읽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고 하니 주변에서 책을 많이들 보내주셔서 이걸 언제 다 읽나 걱정입니다.


▲ 앞으로의 포부를 알려주세요.
△ 사훈처럼 가자는 것이 포부입니다. “처음 마음처럼”,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자만하게 되고, 나태해지게 마련입니다. 자리에 구애 받지 않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이것이 삼건세기의 포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처리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키워나가고, 이를 확대해 친환경 분야에서도 우수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