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지난 20일 한·중교류에서 인천항이 차지하는 역할을 조망하는 의미 있는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번 세미나는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국제물류연구회가 주최하고 인천항만공사와 한·중카페리협회가 후원해 '한·중수교 20주년, 인천항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렸다. 사단법인 국제물류연구회는 1990년부터 우리나라 물류분야의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관련 현안 토론을 통한 정책대안 마련과 제언에 앞장서 온 모임이다. 세미나에서는 전작 한·중카페리협회 사무국장이 ‘한·중수교 20년, 한·중카페리의 역사’를, 그리고 김운수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이 ‘한·중교역의 거점, 인천항의 활로 모색’을 발표하였다.

특히 그동안 여러 모임에서 제기되어 온 해 묶은 인천항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요인들이 이 자리에서 또 제기되었다. 그중에서도 인천신항 항로수심이 현재 14미터로 계획되어 있으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입항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수심을 16미터로 증심해야 하며, 여기에는 중앙정부의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2012년 2월 기준으로 대련, 천진, 청도 등 환발해만에 직기항하는 서비스는 총 30개 항로이다. 여기에 배선되는 선박이 총 277척이며, 이중 8,000teu 이상 급 초대형선은 49%에 달하는 136척에 이른다. 더욱이 아시아-북미, 아시아-유럽노선에 초대형선이 지속적으로 초대형선을 투입해, 인천신항이 준공되는 2014년 말에는 거의 대부분 선박이 8,000 teu 급 이상이 되어, 초대형선 운항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천신항의 수심을 14미터로 제한해 입항선박을 4천 teu 급으로 묶어 둘 경우 환발해만에 입항하는 거의 모든 컨테이너선이 인천항에는 한척도 기항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더 큰 문제는 수도권화물이 인천항을 통해 중국항만으로 환적되는 역환적 서비스까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다만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중 FTA에 의해 인천항의 성장동력이 육성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미 2009년 이후 교역액 기준으로 부산항을 추월해 대 중국 최대 교역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인천항으로써는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양국간 교역 증대의 최대 수혜 항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관세율이 높은 식음료, 담배, 농산물, 경공업 소비재 등이 대량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인천항의 대 중국 수출입교역의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전국 기준 대중국 수출입 물동량 중 수출, 수입 비중은 44.2%와 55.8%로 수입이 11.6%포인트 많은 상태이지만, 인천의 경우 수출, 수입 비중은 35.4%와 64.6%로 그 차이가 29.2% 포인트에 달한다.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중국제품의 수입이 일방적으로 늘어나 인천항의 수출, 수입 불균형은 더욱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을 통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시기에 항만은 제조활동을 위한 원자재 공급 및 완제품의 반출을 담당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제조설비들이 중국, 동남아 등 개도국으로 이전되면서 항만의 기능도 제조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성격에서 소비재화물의 수입항의 성격으로 변하게 된다. 현재의 일본의 항만들이 상류 중심의 수입유통항만으로 불리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인천항의 경우는 얼마간 항만배후부지에서의 제조활동을 위한 원자재공급 및 완제품 수출을 위한 항만의 성격을 가지게 되겠지만, 한·중 FTA를 계기로 중국화물을 중심으로 한 수입유통항만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재의 대부분이 수입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고 항만도 수입유통항만의 성격으로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에 대형 유통물류센터가 항만 배후지에 입지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 경우 인천항 배후 경제자유구역은 수도권을 향한 수입물류 유통단지의 최적지가 될 것이다. 인천의 송도와 영종, 청라 등 3대 경제자유구역들은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제2순환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철도, 경인고속도로 등으로 연계된 교통의 요충지인데다가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의 배후지라는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통업체인 롯데와 신세계가 차례로 송도와 청라 경제자유구역에 대규모 유통센터를 건설하기로 함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이 본격적인 수도권 유통물류단지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의 입장에서 보면 제조업 수출항만의 경우 항만은 수도권 제조업체의 원자재 수입 및 완제품 수출수요를 수동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어, 항만도시에 고용창출과 지역경제발전과 관련성이 제한적 이었다. 그러나 수입유통항만이 될 경우 항만도시가 직접 수입유통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항만배후 유통물류단지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더욱 직접적으로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상류중심의 유통단지 개발이 활발한데, 그 성공적인 사례로 독일의 오버하우젠(Oberhausen)의 센트로(Centro)를 들 수 있다. 과거 독일 산업의 중심지였던 루르지역에 입지하고 있고, 단지 개발에 총 약 21억 마르크가 투자되었다. 상류중심의 유통단지로 시설내에 쇼핑센터, 스포츠센터, 수변/여가공원, 극장 및 오락실, 식당가, 업무단지 그리고 다른 지원시설 모두가 집단화되어 있고, 총 부지는 약 25만평에 이르고, 주차면도 총 10,500대를 확보하여 주변 도시권의 중심쇼핑센터로 자리를 잡고 있다. 교통편의시설도 뛰어나서 직접 센터까지 연결되는 반경 2.5㎞의 도로와 대중교통 네트워크가 연계되어 있고, 뒤셀도프 국제공항과 30분내 이동할 수 있다. 개장 후 일일 평균 약 15만명 이상의 이용객이 이용하는 성공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인천항이 수입 유통항만으로 성격이 변화하는 경우 인근에 공항을 두고 있는 장점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해외관광객의 유치는 물론 공항에서의 환승여객을 대상으로 한 쇼핑센터로의 기능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 유관기관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자유구역내의 유통센터가 국내 수요자 뿐 만 아니라 국제 유통물류단지의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만배후지가 상업과 유통을 거점으로 하기 위해서는 경영자립이 중요한 관건이다. 이를 위해 물류효율화를 저해하고 비용을 상승시킬 수 있는 법적규제, 경제적 규제의 완화를 배제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인천항이 수입유통항만으로 성격이 바뀌어가는 것이 위기일수도, 기회일수도 있다.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변화를 감지하고, 대비책을 미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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