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컨테이너 운임하락과 연료유 가격 상승에 세계 정기선사들은 2011년에 일제히 큰 폭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연초부터 실시해 온 일련의 요금 인상 효과로 일부 선사는 2분기 이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럽국가들의 부채위기 사태로 물동량까지 작년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흑자기조 유지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이에 최근 아시아-유럽 정기항로에서 운항중인 G6 얼라이언스는 유럽 항로에서 10월 중순부터 동계 감편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G6의 이번 감편으로 G6 얼라이언스의 북유럽 서비스의 20% 정도의 공급능력이 감소 될 전망이다. 유럽​​ 항로 최대 선사인 머스크라인과 CKYH 얼라이언스도 동계 감편을 결정하여, 비수기의 화물감소에 대응하고 있다.

선사의 흑자 기조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선박 연료유인 벙커C유 가격 상승이다. 선박용 벙커C유(380cst 기준) 가격이 2010년에는 톤당 465 달러이었으나 2011년에는 30% 정도 오른 600달러 선이 되었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위협이 불거진 작년 12월 톤 당 640달러이었던 벙커C유가가, 금년 2월 말에는 톤 당 765.5달러까지 3개월 동안 약 100달러나 상승하였다. 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벙커유가(380cst, Fujairah)는 톤당 673달러로 올 2월말에 비해 100달러 정도 하락한 상태이나, 2년 전의 톤당 465달러에 비하면 아직 크게 높은 수준이다.

연료유 가격 상승으로 선사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 감속운항(slow steaming)이다. 지금까지 컨테이너 운송은 빨리 운송하여, 얼마나 수송기간을 단축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으로 경쟁해 왔다. 그러나 리먼 사태 이후 정기선사에 덮친 불황을 계기로, 2009년부터 컨테이너선 각사 모두 연료소비량을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억제하는 감속운항을 시작하였다.

2009년 이전,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정기 항로의 경우, 항로 당 투입 선박대수를 8-9척으로, 정요일 서비스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운항속도는 평균 23-25​​ 노트이었다. 그것이 2009년 이후 평균 운항속도가 19-20노트까지 낮아지면서, 항로 당 운항 척수도 10척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RS Platou 경제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2012년 2월 세계 2,119척의 컨테이너선의 평균 운항속도는 14.9노트로 작년대비 13%가 감소하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컨테이너 선사들은 감속운항을 통해 많은 벙커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료소비량은 속도의 약 3승에 비례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컨테이너선이 10노트의 속도를 20노트로 증가시키려면 8배의 힘이 필요하고 연료 소비량도 8배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항해 속도를 극단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으면 그만큼, 연료소비량도 절약 할 수 있게 된다.

리먼 사태 이전의 컨테이너선은 정요일 고속 서비스가 업계 정형 서비스이었기 때문에 선박이 연속적으로 항해 할 수 있는 최대출력의 85%로 운항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예를 들어, 5,500 teu 컨테이너선의 경우 최대출력 85%의 속도는 24-25노트, 1일 연료소비량이 220-230톤이었다. 감속운항 도입으로 최대출력을 50%까지 낮추게 되면 속도는 20노트 정도까지 떨어지고 1일 연료소비량은 120톤까지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감속운항의 비용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최근에는 최대출력의 40% 운항으로 바꾸는 감속운행도 시도하고 있다.

감속 운항으로 항로에 투입되는 선박운항 대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초 감속운항을 실시하려면 추가 선복을 확보해야 하며, 이밖에도 기항 항만 조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감속운항의 결과 지연되는 스케줄을 보충하기 위해 한 선단에 투입하는 선박을 늘리는 등 운항속도 및 배선 최적화를 하는 일이다. 9,500 teu를 기준으로 할 때 24노트로 운항하면 왕복항해에 52일이 소요되지만 20노트로 감속운항을 하면 이 기간이 60일로 늘어나게 된다. 8척으로 정요일 서비스를 하기 위한 최대 운항일수는 56일박에 되지 않아 60일의 운항기간을 맞출 수 없다. 1척을 추가 배선하여 총 9척으로 운항할 경우 최대 운항가능일수는 63일이 되어 감속운항을 하더라도 주간 정요일 서비스 운항시간을 맞출 수 있다.

알파라이너(Alphaliner)사에 따르면 아시아-북유럽 항로 왕복 운항일수는 2007년만 해도 평균 8.2주이었으나, 지금은 평균 10.5주로 크게 늘어났다. 아시아-북유럽 왕복운항일수가 12주에 달하는 운항항로도 2011년에 1개, 그리고 금년에 4개 항로나 생겨났다. 2006년-2010년 동안은 단 1개도 없었던 서비스이다. 이와 같은 초 감속운항 서비스의 경우 일부항로에서는 14노트 이하로 운항하기도 한다.

최근 컨테이너 선사에게 감속운항은 연료소모량을 절감시켜 주는 효과 이외에도 운송 서비스의 신뢰성(reliability)을 높여주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감속운항을 통해 운항 네트워크의 신뢰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는 것은 감속운항을 통해 예상치 못하게 지연된 운항 스케줄을 보완할 수 있는 완충능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머스크라인은 데일리 머스크(Daily Maersk)서비스 개시 1주년을 맞아 이 서비스를 확대할 것인가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서비스가 시작 된 지난 12개월 동안 해당항로에서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져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데일리 머스크서비스 항로에서의 정시 배달율이 97%로 기대 이상의 운송 신뢰도를 구축한 점이 이 서비스 성공의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머스크 라인의 CEO인 스코우씨는 감속운항이 정시운항을 가능케 했다고 하고 있다.

당초 연료비 절감수단으로 시작된 감속운항이 머스크라인의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에서 볼 수 있듯이 신뢰성 향상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컨테이너선의 감속운항은 운송시간을 단축한다는 지금까지 외항 컨테이너 운송개념을,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운송개념으로 180도 바꾸어 놓은 것이다. 특히 감속운항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던 화주들도, 공급체인의 신뢰성이 보다 중요하게 됨에 따라, 운송시간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문전수송의 정시성을 보장해 주는 서비스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점에 고무되어 머스크라인의 수석 운항이사인 모톤 엘겔스토프씨는 시황이 좋아진다 해도 감속운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감속운항을 다시 보아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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