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가 9월 12일자로 661까지 떨어져, 금년 2월에 기록한 사상최저치 643에 근접하고 있다. 8월 BDI 평균은 761로 전년 동월대비 45%나 폭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케이프사이즈 1일 용선료도 8월 평균 3,500달러로 3,000달러까지 떨어졌다. 2011년 8월의 평균 용선료 13,100달러에 비하면 무려 1만 달러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이미 계선점 이하로 떨어진 이 같은 용선료는 2008년 12월 이후 4년 만에 최저수준이다.

영국의 클락슨사에 따르면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신조선 발주잔량은 8월말 현재 295척, 6,010만 dwt(중량톤)이며. 이 중 2013년에 준공될 것은 2,460만 dwt로 내년에도 신조선 공급물량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여기에 유럽​​의 불경기가 신흥국의 산업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도 물동량 증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에 각오가 필요할 것 같다. 2003~08년의 사상 유례없는 슈퍼싸이클의 해운경기 붐을 경험하였으나. 이어 극심한 해운경기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시황 회복을 더디게 하는 주된 요인은 신조선의 투기적 주문과 중국의 수요부진에 의한 공급과잉이다.

Platou사에 따르면 2012년 들어 7월말까지 6,890만 dwt의 신조선박이 인도되었는데 이러한 추세로 가다가는 금년 중 총 1억 2,000만 dwt의 선박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박인도 지연 및 취소율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은데 그 원인이 있다. 또한 7월말까지 선박해체용 매각은 1,920만 dwt로 년간으로 보면 3,290만 dwt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당초 예상보다 6% 가 낮은 것이다. Barclays Capital사는 벌크선 케이프사이즈 부문에서 2009년 7월 이후 건조된 선박은 총 720척에 달하며, 이중 수요증가와 해체량을 초과하여 건조한 선박이 350척에 달한다며, 이와 같은 과잉 선박건조가 운임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을 살펴보면 중국은 드라이 벌크 시장의 운임을 상승시키기도 하고,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는 온-오프 스위치인 셈이다. 중국의 조강생산은 지난 10년간 4배까지 증가했고, 세계 전체 조강 생산에서 차지하는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에서 50%로 증가하였다. 이제 중국이 기침하면 세계 드라이 벌크 시장은 감기가 드는 세상이 되었다.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2009-2011년 동안에는 13-15%에 달했지만 2012년 상반기에는 9.6%로 둔화되었다. 이는 강재수요증가세의 둔화로 이어져, 제철소의 가동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케이프사이즈 용선료가 하루 3,000 달러대까지 하락하자, 일본해사신문에 따르면 척당 손실액이 연간 750만 달러 안팎에 이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선박운영사는 선주와 신조선 가격과 실세 시장을 기반으로 약정 용선료을 체결하고, 계약 기간 만료까지 선박을 빌려 선박을 운항한다. 용선 해지는 운영사가 정기용선 계약기간 만료 이전에 선주에게 선박을 반환하는 것을 말한다. 약정 용선료가 현물시장 용선료를 초과하는 경우 운영사는 남은 기간 동안의 용선료 차액을 선주에게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케이프사이즈선을 5년 동안 하루 3만 달러로 정기용선계약을 한 경우, 현물 용선료가 8월 중순 런던 시장에서 주요 항로 평균 3,000달러 이하까지 하락하게 됨에 따라, 운영사는 단순 계산으로 3만 달러의 차액에 해당하는 하루 약 2만 7,000달러씩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는 드라이 벌크, 유조선 시황 침체로 용선료 수준이 이미 선박을 운항하면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소위 계선점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이 경우 선박을 계선시켜 연료유와 인건비 등의 손실을 최소화하려할 것이다.

이에 따라 운영사들은 리먼 사태 이전에 계약한 높은 용선료의 선박이나 장기운송계약이 없는 정기용선 선박에 대한 용선계약 해지를 추진할 방침을 나타내고 있었다. 현금흐름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이들 높은 용선료의 선박을 줄여나가지 않으면 현금흐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드라이 벌크 시황이 신조선의 공급 압력, 중국의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어. 선박 수지가 악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용선 해지시점도 찾기가 어려워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다. 정기용선료와 실제 시장용선료와의 괴리가 심해, 지금 해약하는 경우, 용선 해지에 따른 차액 손실액이 커지게 되는 것을 우려해서이다.

2009년의 벌크선 해운경기 슈퍼사이클은 2008년의 철광석 가격하락에 따라 중국이 그동안 사용해오던 자국산 철광석을 수입산으로 바꾸는 수입수요증가에 힘입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가 다시 발생한다 해도, 지금은 선박과잉이라는 공급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2008년과 달리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길게 작은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중국의 제철원료 재고도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2009년 같은 슈퍼사이클을 맞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중국의 철강수요, 하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도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조강 감산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올해 전년 대비 5.2% 증가한 7.2억 톤 수준을 유지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주요 30개 항만의 철광석 재고량은 9,895만 톤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해도, 중국 수요량의 30일분으로, 지난해 말의 40일 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지난주 1조 위안 (약 1,600억 달러)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승인 한 것으로 밝혀져, 드라이 벌크 시황에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올 들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중국 경기가 활력을 되찾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철강 원료 및 강재화물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가 실제 경제의 움직임으로 이어져, 케이프사이즈 시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드라이 벌크선 경기가 금년 말 시황회복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하여튼 2008년 9월의 리먼 사태 직후 해운시황이 폭락했을 때, 4년 후 런던 올림픽 무렵에는 시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많은 의견들이 모두 빗나간 것 같다. 신조선 발주잔량 특히 대형 선박 케이프 사이즈 벌크선과, VLCC(초대형 유조선)의 신조선 발주잔량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중국의 특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시황개선이 힘들 것으로 보이고, 2014년에나 가야 시황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해운시황의 바닥은 아직 보이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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