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동북아시아에서 부산항, 상해 양산항, 닝보항, 천진항 등이,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항과 탄중 펠레파스항, 카오슝항, 홍콩항과 선전항 등이 경쟁적으로 환적화물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들 항만은 역내 중심항만의 입지를 다지기 위하여 환적화물 유치를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각국이 환적화물 유치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컨테이너선의 1만 teu급 이상 초대형화가 이루어지면서, 자국 항만을 중심항만으로 육성하고 항만 네트워크상 결절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American Shipper에 따르면, 세계 2위인 싱가포르 항만의 2011년 처리 물동량 2,994만 teu 중 90% 이상이 환적화물과 관련이 있으며, 세계 1위 항만인 상해항의 경우 약 40%가 국내외 환적화물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환적허브항으로 싱가포르 항을 들 수 있다. 인구가 450만에 불과한 싱가포르는 수출입 화물이 많지 않으나, 극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환적화물의 적극적인 유치로 세계 최고 의 환적항만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10월 1일 싱가포르 PSA 터미널은 총 28억 5천만 달러를 투입하여 파사르 판장 터미널(Pasir Panjang Terminal, PPT) 3, 4단계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총 6천 미터의 안벽에 15개 선석이 개발되며, 안벽전면 수심은 18미터로 하여 세계 최대 선박도 입항이 가능토록 했다. 이 신규 터미널은 무인 야드 레일 겐트리크레인(RMGC)와 계획, 운영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로 개발될 예정이다. 2014년 4분기 이후 2020년까지 15개 선석이 모두 완공되면, 싱가포르의 년간 처리능력이 현재 3,500만 teu에서 5,000만 teu까지 증가될 전망이다.

베트남의 카이멥 터미널 개장으로 대형 모선의 직기항이 이루어지면서 싱가포르 항으로의 환적이 줄어들게 되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로의 환적 역시, 자국 항만개발로 환적이 줄어 들 수 있는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때 싱가포르가 꺼내든 카드는 완전 무인자동 자동화 터미널 개발로 환적항의 가격 및 서비스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싱가포르 해운항만공사(MPA)는 싱가포르를 국제 해운센터로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PPT 3,4단계 개발도 그 일환이다. 이번 발표를 하면서 싱가포르 교통부 장관은 ‘싱가포르에게 해운은 미래 경제발전의 혈관과 같은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가통계에 따르면, 싱가포르항에서의 재수출은 싱가포르 전체 수출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재수출은 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중국 향 화물이다. 해외화주들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로 화물을 보내는 경우 싱가포르항을 환적허브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로의 재수출은 2008년 기준으로 각 3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또한 중국, 인도, 베트남으로의 재수출이 2006년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재수출을 하는 이유는 여러 형태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잠재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이 해외로 수출하기 전에 싱가포르에서 여러 가지 부품들을 혼재하는 부가가치 활동이 많이 이루어진다. 수입업체들도 본사의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아시아로부터 주문을 혼재할 수 있는 곳으로 싱가포르항을 이용하면서 구매 또는 유통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국제가격변동이 심한 주석이나 다른 값비싼 금속과 같은 고가의 품목에 대해서 무역업자들은 리드타임을 1주일 내로 줄여 거래할 수 있는 허브항으로 싱가포르항을 이용하며, 가격이 낮을 때, 물품을 허브에 저장시킨 다음 가격변동이 생기면 짧은 기간 안에 물품들을 최종 고객에게 보내어 이익을 취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한 항만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최근 홍콩의 GHK 컨설팅사는 부산항이 한국의 수출입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간항로에 위치하고는 있지만 중국의 환적화물을 유치할 수 있는 기간항로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면서, 부산항 환적화물 감소의 문제가 한국 수출입 화물의 처리보다는 중국의 환적화물 유치를 위한 항만개발 정책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부산항의 경우 동북아의 중심거점항만으로서 일본과 중국의 환적화물유치에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었으나, 중국 항만이 직기항 기간항로에 포함되면서 중국 환적화물의 유치가 크게 늘어나지 못하는 실정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싱가포르 항만이 환적화물에 의한 국제해운센터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첨단 터미널 개발 투자를 하고 있는 점은 우리의 환적허브항 개발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환적화물을 유치한다는 것은 환적항을 통한 재수출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경제자유구역, 항만공사와 터미널 운영사들은 중국 환적화물을 유치하면 중국에 대한 수출국이나,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쪽, 그리고 중국의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나가야 한다. 또한 환적허브항으로의 개발은 곧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기항 중심지가 된다는 의미이다. 선박이 초대형선화 되고, 선사도 메가케리어나, 초대형 얼라이언스로 재편되고 있어, 항만도 초대형선박의 전용항만, 초대형선사의 파트너로 운영되기 위해 초대형화, 첨단화가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환적화물은 그 특성상 자국의 수출입화물보다 물동량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치열한 가격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터미널 운영업자의 리스크를 증대시키고, 이윤을 감소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 부산항이 북중국항만과의 피더운송비가 높음에도 환적항으로 이용되는 주된 이유는 컨테이너 취급비용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만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항만 운영업자들은 환적화물을 유치하기 위해 낮은 요율을 책정하고, 결국 이윤 없는 항만 물동량 증가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적정한 이윤을 창출하는 화물유치 경쟁이 바람직하다. 소모적인 환적화물 유치에 몰입하기 보다는 전략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화물을 유치하는 전략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중국화물 환적허브 항만으로의 잠재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초대형선 전용 첨단항만을 건설해야 한다. 저렴한 항만운영비, 재항시간을 줄일 수 있는 생산성이 높은 무인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 건설이 필요하다. 이미 10여년 전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무인자동화터미널로 설계했다가, 물동량 확보에 대한 우려로 미루어진 광양항 3-2단계 자동화 터미널 건설도 다시 들쳐봐야 할 때가 된 것이며, 지난 15년 이상 공들여 온 컨테이너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R&D 개발성과도 하나씩 상용화 개발을 거쳐 항만에 적용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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