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우리나라는 지난주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드디어 우리도 대형 UN산하 국제기구를 두게 된 나라가 된 것이다. 연일 신문마다 앞 다투어 GCF의 유치 효과를 경제적 효과 뿐 만 아니라, 정치안보적인 파급효과까지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참에 송도국제도시를 국제기구 허브로 키우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록 규모는 작지만 송도에 이미 여러 유엔 국제기구가 입주해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송도에는 2010년부터 입주하고 있는 유엔 에스캅 동북아지역사무소(UNESCAP SRO-ENEA)를 비롯하여 유엔 아태정보통신기술교육센터, 유엔 재해경감국제전략(ISDR) 동북아사무소, 유엔 방재연수원 등 총 7개의 유엔 국제기구가 입주해 있다.

10월 23-24일에 걸쳐 무역센터에서 UNESCAP 동북아지역사무소가 국제회의를 하나 개최하였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고의 학계,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동북아지역 지역 무역활성화 방안, 그리고 이에 따른 복합운송 등 물류원활화 대책에 대한 세미나가 이루어졌다. 특히 이 세미나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망과 의미, 그리고 관련 교통 및 물류시설 확대방안이 논의되었다.

금년 들면서 한·중·일 3국 간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일본은 즉시 개시를, 중국과 우리나라는 연내 개시를 희망하였었다. 그러나 최근 한·일, 중·일간 영토분쟁으로 이 논의는 상당기간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한·중·일 3국의 경제규모는 2009년 기준으로 세계 총 교역량과 국내총생산(GDP)의 1/5 가량을 차지하여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이은 세계 3대 시장규모로 떠오르게 될 전망이다.

한·중·일 FTA 논의와 함께, 한·중, 한·일 FTA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한·중 FTA는 2012년 5월 양국 통상장관 회담에서 협상 개시를 선언한 뒤 벌써 세 차례나 협상에 이르고 있어 가장 조기에 실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대중국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중국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며, 중국도 한국시장 확대라는 경제적 측면과 함께 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뿐만 아니라, 수년 내에 미·중간 FTA가 성사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을 통해서 미국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날 발표에서 지금까지 한·중·일 FTA를 영문 알파벳 순서대로 ‘CJK FTA’ 라고 부르던 것을 지리적으로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CKJ FTA’라고 하는 편이 더욱 의미있는 약어라고 제안하였다. 약어 단어를 어떻게 쓰던 그리 큰 문제일까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으나, 삼국간 FTA는 산업발전 과정이나, 지리적 물류흐름에서 한국을 매개국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이라는 단절구간의 존재로 한·중·일 3국간 물류흐름은 우리나라를 매개로 해서 이루어 질 수 없는 제약요인을 갖고 있다. 인접국가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육지로는 연결되지 않은 국가들이어서 해상 및 항공운송에 의존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수송인프라를 지니고 있다. 삼국간 FTA를 통해 관세를 없애고 경쟁력 있는 무역을 증진시켜 지역 전체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이때 비효율적인 수송물류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최근 동북아시아 물류의 발전은, 한편으로는 세계물류 전체의 양적 성장을 견인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동북아시아 경제권의 상호의존성을 심화시켜, 글로벌 SCM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하게 교통이나 수송 물류 인프라의 수평적인 확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통관이나 금융, 마케팅이나 정보 서비스 등 복수의 네트워크의 통합에 의한 차별화된 서비스 공급을 포함한 경쟁을 의미한다. 즉 동북아시아 물류 시스템은 양적 성장단계와 네트워크 간 경쟁 단계의 양자의 조합에 의해서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물류 인프라의 고도화 요구와 함께, 동북아 지역의 물류 인프라의 부족 문제가 함께 발생한다. 동북아시아 물류 시스템의 특징인 양적 성장과 SCM을 지탱하는 고도화라는 두 종류의 프로세스의 조합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취약성이기도 하다. 특히 한·중·일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경우 삼국간 그 많은 물동량을 모두 해상 및 항공운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 물류인프라 부족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부각될 것이다.

인천공항과 3시간 이내의 비행거리 안에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가 60개 이상이 있다. 항공자유화협정의 체결을 통해 한·중·일 국가들의 항공시장을 개방화, 자유화한다면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항공운송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남북한 간의 철도연결로 한반도종단철도(TKR)이 시베리아횡단철도(TSR)과 중국횡단철도(TCR)과 연결된다면 부산, 인천, 광양항 등은 모두 미국의 로스엔젤레스 항이나 네델란드의 로테르담 항 같은 국제복합운송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성장동력 산업으로 물류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한·중·일 간 국제물류의 중심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항만과 공항이 국제복합운송의 시종점이 되는 국제물류관문이 된다는 것은 이를 통한 고용 등 부가가치가 영구적으로 창출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는 의미이다.

우선 북한을 통과하는 철도나 도로운송이 연결되기 전까지 3국간 교역은 주로 해상운송을 포함한 복합운송에 의존해야한다. 따라서 복합운송의 발전을 저해하는 물리적, 법적, 제도적, 기술적, 재정적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지역 내 각국 간 조정과 협조가 필요하다. 아울러 복합운송 관련 책임 규칙의 표준화를 도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남북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남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5개국이 공동 국제사업으로 북한지역 한반도종단철도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이어서 대륙철도와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UNESCAP에게도 이와 같은 국제적 공조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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