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올해로 매년 한국과 중국에서 번갈아 개최되는 한·중해운회담이 20회를 맞았다. 한·중해운회담은 지난 20년간 컨테이너 및 카페리 항로 개방 및 운항과 관련된 사항들을 양국간 합의에 입각해 진행하면서 한·중항로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2일간 부산 해운대에서 개최되는 제20차 한·중해운회담에 앞서 30일에는 부산 누리마루에서 한·중해운회담 20주년 기념 세미나가 개최되어 20주년을 맞은 한·중해운협력 관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모색해보는 특별한 자리가 되었다.

이 자리에서 필자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중항로의 정부 관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한·중항로는 세계 유일의 정부 관리항로라는 점에서 언제까지 개방을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점은 특정항만 외에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큰 동아시아 역내항로를 무대로 하는 경쟁력 있는 선사로 성장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에 한·중해운회담 시 양국회담 대표들은 항상 항로개방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중항로에 대한 양국정부의 정기선 해운정책은 일정부분 의미를 갖고 있다. 2011년에 세계 컨테이너선 선사들은 총 65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정기선해운산업이 시장점유율 전쟁을 벌인 파멸적 경쟁의 결과이었다. 돌이켜 보면 1960년대 중반이후 시작된 세계 정기선 해운에게 1990년대까지 20여년 이상을 독점을 철저히 금지하는 미국과 유럽이 컨테이너선 사업을 독점금지법의 유예를 해주었고, 선사들은 해운동맹을 결속해 일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 주된 이유는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는 산업이면서, 안정적인 컨테이너선의 서비스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서비스의 공공성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신해운법의 발효 이후 정기선 해운이 파멸적 경쟁으로 치닫아 해운은 물론, 무역, 물류산업조차도 해운문제를 가장 큰 공급체인의 리스크로 꼽을 만큼 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

정부가 운송산업에 관여하는 이유는 산업이 독과점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일과, 동시에 운송서비스의 공공성을 유지하도록 파멸적 경쟁에 의한 붕괴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중양국 간 안정적 정기선 운송서비스 발전은 양국 교역을 뒷받침해주는 공공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고용 및 지역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카페리산업의 특수성도 정책적 고려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양 정기선 선사들은 막대한 적자를 보이며 큰 혼란 속에 빠져 있는 것과 달리, 한·중항로 선사들은 상대적으로 큰 적자 없이 어려운 시절을 버티어 내고 있는 것을 보아도 정기선 해운정책이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제발표에서는 기존 다른 연구에서 제시된 한·중 해운시장의 문제점과 전문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도출한 11개의 개선요인에 대해 어떤 것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가 하는 우선순위를 발표하였다. 한·중항로 선사들은 선박 과잉을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점으로 인식하였으며, 다음으로 과다한 항비 및 강제도선을 다음 중요한 문제로 제시하였다. 선박과잉은 선복의 효율화를 통해 해결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선사 간 서비스를 그룹핑하여 항로별, 스케줄별 운항선박을 대형화하여, 각 선사가 선복을 분할하여 사용한다면 선복 효율화 및 선박 감축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터미널 강제 배정으로 인한 하역 요율 협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선사들에게 과다한 항비가 부여되고 있는 점도 양국간 협의를 통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하였다.

세미나에서는 한·중항로의 항구적인 번영과 발전을 위해 미래를 향한 발전전략과 방향도 제안되었다. 필자는 한·중항로 선사의 대형화, 항로다각화,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 등을 제안하였다. 특히 한·중항로 선사들은 선제적으로 원양선사의 피더서비스 시장에 공동진출하여 원양선사와 근해선사 간 상생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함을 제안하였다. 또한 한·중 FTA가 추진될 경우 역내 운송자유화에 대비하여 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내륙운송과 연계된 역내 해상고속도로(sea-motorway) 같은 새로운 운송서비스 개발도 제안하였다.

중국 측 주제발표자인 중국 교통과학연구원 서평(Xu Ping) 부총공정사도 중국과 한국 해운기업간 지분교환, 공유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나갈 것을 제안하였고, 또한 해운부문 이외 항만, 물류 등의 분야까지 포함한 합작법인으로 발전해나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제시하였다. 또한 현재 한·중항로가 항만간 수송(port-to-port)에 치우쳐 있으나, 내륙운송을 포함한 문전수송(door-to-door)으로 확대하는 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한·중카페리협회 중국측 진평(Chen Ping)부회장은 한·중항로는 점진적 개방, 혹은 조건부 개방이 불가피 한 바, 개방이 유예된 이 기간에 선사의 규모를 키우고, 개방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카페리의 운영방향도 종래의 화물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요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예를 들어 양국은 상호 내륙 및 해상관광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한 관광이 늘어날 수 있어 카페리선에 대한 여객 및 자동차 운반수요가 크게 기대된다고 하였다.

김우호 KMI 해운물류연구본부장은 한·중간의 지난 20년이 교류확대의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20년은 동행의 시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북극항로개발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 등에 한·중 양국이 동행할 수 있는 정책을 함께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다. 우예종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은 앞으로의 한·중관계는 경제적 필요에 의한 교역증가에 머물지 말고, 양국이 마치 한나라처럼 대우해주는 협력이 서로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서강대 전준수 교수는 한·중해운은 한·중간의 무역규모 신장에 걸맞게 커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 지적하면서, 앞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은 해운물류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특히 한·중일 공동시장에 대비하여 해운이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종합하였다.

이번 세미나는 양국 해운발전이란 주제를 놓고 공식적으로 한·중 학자, 업계관계자들이 함께 논의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항로개설 문제, 한중항로 관리상 제반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맛 대고 함께 문제 해결책을 찾아내고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양국 선사 및 정부관계자들의 돈독한 유대관계 유지와 미래 지향적 동행의지를 함께 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한중항로 발전에 중요한 토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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