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해양대학교 선박금융학과 이재민 교수

▲ 이재민 한국해양대학교 선박금융학과 교수

지난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선박금융학 석사과정인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산업대학원 선박금융학과가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출신의 선박금융전문가인 이재민 교수를 영입하면서 선박금융전문가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민 교수는 한국선박금융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선박금융공사나 선박보증기금 등 새로운 선박금융기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기능을 확대하고 기존 상업은행들이 선박금융을 확대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상업은행들의 선박금융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선박금융 전문가들을 양성해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해운업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민 교수를 만나 한국 선박금융의 문제점과 발전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해양대 선박금융학과 교수가 되셨나?
=한국수출입은행에 입행한 이후 선박금융부장, 해외경제연구소장, 선박금융부·플랜트금융부 담당 부행장을 끝으로 지난해 7월 퇴직할 때까지 31년여간 선박금융을 담당해왔습니다. 수은 퇴직후 올해 3월부터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원 선박금융학과 전임교수로 제2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국내 유일의 선박금융 대학원인 한국해양대학교 선박금융학과는 지난해 설립 당시부터 선박금융 실무 경력을 갖춘 교수진을 물색해왔는데 우연히 저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30여년간 선박금융 현장에서 경험했던 노하우가 후학들에게 전달돼 우리나라 해운·조선·선박금융산업 발전에 작은 보템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은 재직시 특별히 기억되는 계약이 있으십니까?
=제가 선박금융부장을 맡았던 때는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져 금융경색으로 전세계 해운과 조선경기가 일시에 위축됐던 2008년입니다. 당시는 새로운 선박금융 지원보다 기 제공된 대출상품들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후관리를 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했습니다. 시황하락으로 선가가 떨어지면서 선박담보비율(LTV)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선사들과 추가담보와 관련해 어려운 협상을 진행했고 다행히 선사들과 전향적인 접근이 이루어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 지난 2009년에 대우조선해양이 브라질에서 수주한 선가 14억 달러 규모의 드릴쉽 2척에 대해 3억 달러 규모의 수출 공여를 제공했습니다. 해운시황이 매우 불확실했던 당시 이 계약은 대단히 획기적인 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떤 강의를 담당하고 계십니까?
=학부에서는 선박금융 일반론을, 대학원에서는 주로 실제 선박금융 사례 연구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선박금융학과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무능력을 배가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금융 및 해운 이론을 바탕으로 선박금융실무 위주로 커리큘럼을 진행해 실제 선박금융 현장에서 필요한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선박금융학과의 목표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부분이 바로 선박금융실무로 실제 선박금융계약 약관에 기초해 계약전 심사 방법, 계약서 작성법, 선주 협상법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선박금융과 관련된 서적들이 여럿 발간됐지만 이론이나 구조적인 특징 위주로 기술돼 있어 실제 선박금융계약을 진행할 때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금융권에서 실제 사용하는 계약서를 가지고 어떻게 선박금융 딜이 진행되는지 실례를 들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해운·조선업에 비해 선박금융 발전이 더딘데…
=우리나라 조선업이 세계 1위, 해운업은 세계 5위라고 하는데 선박금융은 아주 미미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한국 선박금융은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국책 은행들이 선도해 왔고 일반 상업은행들은 선박금융을 거의 취급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선박금융이 발전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바로 상업은행들의 역할이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선박금융을 리드하고 있는 유럽은 일반 상업은행들이 선박금융을 주도하고 있으나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국내 상업은행들이 선박금융을 취급하지 못한 것은 우선 선박금융 전문인력의 부재로 해운 및 조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선박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선박금융 전문가가 많이 양성돼 시중 상업은행에서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또 달러 조달 비용이 높았던 것도 상업은행들이 선박금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선박금융이 전적으로 달러로 진행되다보니 신용도가 유럽에 비해 떨어져 달러 조달비용이 높은 국내은행들로서는 선박금융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국가신용도가 높아져 달러 조달 비용이 낮아졌고 세계 선박금융을 리드했던 유럽 은행들이 재정위기로 선박금융 포트폴리오를 줄이고 있어 한국이 선박금융을 주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업은행들이 선박금융에 보다 관심을 갖고 주도해나간다면 은행은 물론이고 국내 해운사와 조선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자는 주장에 대해…
=선박금융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기관이 생긴다면 선박금융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새로 기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정책금융기관을 최대한 활용하고 일반 상업은행들도 선박금융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박금융공사는 정부 출자금 등 재정적 부담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자금이나 조직적인 측면에서 작게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상업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선박금융에 참여해주지 않으면 해운업계나 조선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제한적인 역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선박보증기금을 만들자는 논의도 있는데…
=해운업계와 국토해양부에서 선박금융공사의 전단계로 선박보증기금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사든, 보증기금이든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가지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박보증업무는 이미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 등에서 수행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보증기금 설립과 함께 기존 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합니다.

또 보증기금도 공사와 마찬가지로 초기 자본금 규모를 크게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기금을 활용해야 합니다. 가령 선별적으로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 중소조선소들을 대상으로 RG를 발급해주는 업무도 취급해볼만 합니다. 최근 중소조선소들이 신용도 하락으로 RG 발행이 않되 수주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선박보증기금이 RG 발행을 해준다면 한국 중소조선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적인 면도 기대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중소조선소에 RG를 발행할 경우 철저한 관리를 통해 리스크를 헤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정부나 업계에서 선박금융 전문인력 양성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선박금융 전문인력은 한국 선박금융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국내 유일의 선박금융 전문가 양성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해양대 선박금융학과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선박금융학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습니다. 정부와 업계가 과감히 지원을 해주셔야 장학제도를 만들어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고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해 보다 우수한 선박금융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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