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떠나보내고서

▲ 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아 ~ 슬프다
이렇게 마음이 허전할 수가

사라지는 그대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둘이서 정을 나눈 지 10년이 넘었으니

내 몸처럼 그대를 씻고 닦았다
뙤약볕에 그을세라 눈비를 맞을세라 정성들여 돌봤다

그대가 다칠까봐 조심조심하고
어디 탈이 나지 않을까 자주자주 데려가 점검했다
그래선지 그대는 날 한 번도 애먹이지 않았다

서울로 이사하고서
제일 먼저 구청에 데려가 그대의 주소를 옮기고 문패를 바꾸어 달았다
내 생명 다하는 날까지 그대와 함께 하려고

그러나 세상살이가 마음대로 안 되더구나
정말 미안하다
그대는 생물이 아니지만 우리는 이야기하고 서로 아꼈다

새 주인이 그대를 거칠게 다루지 않나 걱정이다
혹사를 당하지 않나하는 근심이 떠나지 않구나

그대가 언젠가 용광로에 들어가 다른 형체로 환생되어 나에게 다시 오면 좋으련만
그때, 내가 그대를 알아보지 못하면 닦아와 “당신께로 다시 돌아왔어”라고 속삭여다오
그러면 나는 그대를 얼싸안고 너울너울 춤을 추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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