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비용담보제공신청
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이번 호에는 중재비용담보제공신청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LMAA 중재에 의하여 중재 제기를 당한 피신청인으로서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다.

신청인으로서는 어느 당사자에 대하여도 피신청인으로 지목하여 중재를 제기할 수 있는 자유 또는 권리가 있다. 그에 비하여 피신청인으로서는 그러한 자유나 권리가 있지 않다. 형식적으로만 본다면, 피신청인으로서, 자신이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는 경우에도, 신청인의 판단에 따라 제소될 수 있기 때문에, 부당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소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소송이나 중재를 가릴 것이 없이 발생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 피신청인(소송에서는 피고일 것이다)에게 그 사용을 고려하여 볼 만한 방안이 있다. 그것은 곧 중재비용담보제공신청이다.

상대방인 신청인이 만일 패소하고, 피신청인 자신이 승소한 경우, LMAA 중재의 일반원칙으로서 중재판정부는 본안에 대한 중재판정뿐만 아니라 중재비용에 대한 판정도 내리게 되고, 그에 따라 승소 당사자는 패소당사자로부터 중재비용을 지급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점은 영국 중재법(Arbitration Act 1996) 아래에서의 기본 원칙이며, LMAA 중재 규칙(현재는 LMAA Terms 2012)은 이 중재법의 규정들로부터 도출된다.

바로 이와 같이 중재비용을 지급 받을 수 있게 되는데, 만일 신청인에게 ‘관할국가’ 내에 소재하고 있는 재산이 별로 없어서, 중재비용에 대한 판정을 집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가 있다. 여기에서 ‘관할국가’ 라 함은 반드시 영국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신청인이 중국의 선사인데, 중국 내 등록 선박을 수십 척 소유하고 있을 경우, 그리고 1959년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소위, ‘뉴욕협약’)에 의하여 런던 중재판정이 중국에서 승인∙집행되는 데에 별 문제가 없을 경우에는 신청인에게‘관할국가’ 내에 소재하고 있는 재산이 별로 없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개별사안에 따라 중재판정부가 재량을 가지고 판단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당사자가 개인일 경우 영국 거주자가 아니거나, 법인일 경우 외국회사이라는 이유가 담보제공명령을 내리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영국이 국제 중재의 center가 되려면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을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는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여튼 위와 같은 요건이 충족된다고 생각되면 피신청인은 중재판정부에 중재비용담보제공신청을 할 수 있으며, 중재판정부는 당사자 쌍방의 주장을 들은 후, 담보제공 여부에 대한 명령을 내리게 된다 . 중재판정부가 명령을 내릴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승소가능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실무상으로는 피신청인이 곧 바로 중재판정부에 이와 같은 신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인 신청인에게 담보제공을 요청하는 절차를 먼저 하게 되고, 당사자 사이에 담보제공에 관하여 합의가 있게 되면, 그에 따르게 되며, 합의가 성립되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판정부에 신청을 한다. 담보제공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한 내까지 신청인이 담보제공을 하지 않으면, 중재신청 자체를 각하할 수 있으며 , LMAA 중재에 있어서는 이에 더하여 중재판정부로서는 재량에 의하여 중재절차의 진행을 중지(stay)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갑자기 LMAA 중재를 제기 당한 회사로서는, 해당 사안의 승소가능성, 그리고 그 경우 중재비용의 회수에 문제는 없는 지를 고려하여, 중재판정부에 중재비용담보제공신청을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중재비용담보제공신청은 중재비용의 회수에 대한 담보라는 원래의 기능 외에도, 무자력인 신청인으로 하여금 중재진행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전략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므로, 이점 역시도 유념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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