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경제상황이 바뀌면 운임이 오를 수도 있고, 유가도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인도된 선박은 공급능력을 늘리기만 할 뿐이다. 내년 아시아-유럽 항로의 경우 선박과잉이 다시 우려되고 있다. 올해 컨테이너선의 대량 준공으로 선복 공급량은 크게 증가했지만, 내년에는 더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선대는 2000년 450만 teu에서 2012년 10월 기준으로 1,610만 teu까지 증가하였다. 이 기간 중 선대증가는 주로 8,000 teu 이상 초대형선(VLCS)부문에서 이루어졌다. 2000년에 10척(10만 teu)에 불과했던 VLCSs가 2012년 10월에는 총 454척(450만 teu)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발주중인 선박의 73%가 VLCS이며, 총 218척(250만 teu)에 달해, 향후 인도되는 선박 대부분 초대형선인 셈이다.

Drewry사 자료로 보면 2011년 세계 컨테이너물동량은 7% 증가하였다. 그러나 2012년 컨테이너 물동량은 3%에 그칠 것으로, 그리고 내년에도 물동량이 5-6%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평균 7% 이상씩 증가하던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에 따라 Drewry사는 운임회복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선사들이 감속운항 , 계선 등을 통해 운항선박량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상하이발 유럽행 컨테이너운임이 11월 들어 3주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유럽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 당 1,000달러가 붕괴되기 직전까지 하락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SSE)가 11월 23일 기준으로 발표한 상하이발 유럽행 운임이 teu당 1,079달러를 나타내면서 11월 초 일괄운임인상 이후 1,491 달러에 비해 3주만에 27.5%나 하락하였다. 글로벌선사들이 11월부터 아시아발 유럽행 운임을 teu당 500달러 가량 인상한 바 있지만, 3주간 연속 하락하면서 운임인상 효과가 사실상 모두 소멸되었다.

일본 NYK사의 '세계 컨테이너선대 및 취항상황' 2012년 보고서에서도, 초대형선 준공러시가 공급압력으로 계속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에,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는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사가 어려운 환경에 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사들의 공급능력 조절여부가 운임인상, 혹은 유지에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대형선의 신조인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급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은 계선과 감속운항뿐이다.

세계 컨테이너선 선사들이 구조적인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점차 계선을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아시아-유럽항로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점이 계선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Alphaliner사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컨테이너선 계선량은 총 282척으로, 지난 9월말의 계선선박 256척에 비해 10%가 증가한 것이고, 이와 같은 계선 증가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선 선박량으로 보면 9월 이후 11월까지 94,000 teu, 14.5%가 증가한 762,000 teu에 달해, 총 컨테이너 선박량의 4.7%가 계선 중에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계선에는 선박에 선원을 승선시키고 언제든지 승인만 나면 수일 내로 운항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대기하는 계선(hot lay-up)과 선박의 모든 필수 시스템에 대해서까지 전원을 끄고, 1-2명의 선원만 남겨두고 모두 하선시킨 상태로 계선(cold lay-up)하는 두 가지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정선과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고, 후자의 경우가 실제적인 계선이라 할 수 있고, 이 경우 다시 운항준비를 하려면 수주일이 걸린다.

알파라이너사는 최근 계선상황의 특징을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우선 지난 9월에는 계선 선박의 80%정도가 운항선사가 아닌 선주의 소유라는 점이다. 즉 선사가 용선만료 후 선주에게 반선한 선박으로 손익분기점 이상 수준으로 용선주를 찾지 못한 선박들이다. 그러나 11월에는 운항선사가 계선시킨 선박의 비중이 35%까지 증가하였다. 즉 반선이 늘어나고 이를 다시 용선하지 못해 계선이 증가되는 것과 달리, 운항선사가 계선을 늘리는 것은 실질적인 운항선박량의 감축을 의미하기 때문에 계선증가 추세가 수급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특징은 최근 계선되는 컨테이너선들 중 대형선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9월에는 5,000 teu 이상 컨테이너선이 단 2척 계선되었던 반면에 11월에는 그 수가 24척에 이르렀고, 7,500 teu 이상 선박도 13척에 이를 정도로 대형선의 계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항로 운항선박량 감축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알파라이너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 라인의 경우 일부 아시아-유럽향 항로서비스 철수에 따라 계선이 증가되었다고 한다. 머스크사는 선사별로 볼 때 가장 많은 4,000 teu에서 9,600 teu까지 14척, 총 94,000 teu의 선박을 계선시키고 있는데, 이 중 6척이 아시아-유럽서비스 철수에 의한 것이라 하고 있다. 또한 세계 2위의 선사인 MSC사도 3척을 계선시키고 있는데, 이중 아시아-지중해 타이거서비스 철수에 의해 세워둔 13,050 teu MSC Rapello호가 포함되어 있다.

이상과 같이 최근 계선이 실질적인 항로 운항선박량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을 긍정적이라 할 수 있으나,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운임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항선박을 더 줄여 구조적인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알파라이너사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의 운임전쟁 이후 2010년 초 운임이 크게 상승하였을 때 원양선박이라 할 수 있는 3,000 teu급 이상 선박의 계선 선박수가 180척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규모의 절반인 91척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2011년 중반, 운임전쟁이 한참일 때는 3,000 teu이상 선박이 계선한 것은 수척에 불과 했었다.

즉 내년 아시아-유럽항로 정기선 해운경기의 핵심은 얼마나 공급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그러나 머스크라인은 내년에 18,000 teu 급 4척을 포함한 총 1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도 받는다. 특히 18,000 teu급 선박은 13,100 teu선박에 비해 35%의 연료효율이 높고, 아시아-유럽항로 취항 선박 평균보다 50%나 높은 연료효율성을 갖고 있다. 원가경쟁력을 갖는 신조선 발주와 인도 경쟁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결국 초대형선 발주가 계속되는 한, 수치상 운항선대 선박량을 감축시키는 유효한 계선이 늘어나고, 감속운항이 보편화 된다 해도, 계선과 감속운항으로만 공급능력을 조절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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