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화물이 운송인에 의하여 국내로 운송되었는데, 어떠한 이유로 수하인이 화물을 인도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지체될수록 창고료는 늘어 나게 되는데, 운송인으로서 당황스러운 상황이 된다. 운송인이 아직 운임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면, 우리나라 법상, 운임이나 창고료를 누가 지급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이번 회의 주제이다.1)

우선 수하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를 보자. 수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계약의 당사자라 볼 수 없다. 그 특별한 사정이라 함은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수하인이 운송인에게 연락하여 운송을 의뢰한 경우이거나 혹은 수하인이 송하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하면서, 운송수배를 부탁하여, 송하인이 수하인의 대리인으로서 운송의뢰를 하였을 경우,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본인에 해당되는 수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리인에 의하여 운송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우리 상법은 비현명대리인 경우에도, 대리행위로 인정되는데 무방하게 되어 있으므로(대리인이라고 밝히지 않고, 위 사안에서 송하인이 수하인의 대리인으로서 운송 의뢰를 하는 경우), 대리인으로 밝히면서 운송의뢰를 하였든, 아니면, 그것을 밝히지 않고 운송의뢰를 하였든 차이가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수하인이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서, 수하인은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되지 않는다. 상법 제802조는 “운송물의 도착통지를 받은 수하인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 또는 양륙항의 관습에 의한 때와 곳에서 지체 없이 운송물을 수령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2007. 8. 3. 해상편이 대대적으로 개정될 때, 개정된 조항이다. 개정취지는 수하인에게 수령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상법 제802조에 따라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할 의무를 지고 있고, 아울러 미불운임이나 창고료도 수하인이 지급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2)

다음으로 고려할 것은 송하인이 어떤 책임을 지는 가이다. 이에 대하여 송하인이 운송계약의 당사자인가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특히 FOB 매매계약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자신을 대리하여 운송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부여하여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것이므로 그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해상운송인과 매수인이라고 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이번에 내려진 2012. 10. 11. 자 2010마122결정에서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의하면, 운송인은 매매계약이 FOB인 경우에는, 수하인이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되므로 수하인에 대하여 운임 등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송하인에 대하여는 그러한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3)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여 가지 않는 경우는 보통 화물이 가격이 폭락한 상품이거나 혹은 부피만 크고 가치는 낮은 폐지 등인 경우, 혹은 수하인이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져 운임을 지급할 수 없게 되는 경우인데,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매매계약이 FOB인 경우, 송하인에 대하여 운임 등을 청구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운송인으로서는 불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 운송인으로서는 이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 운송인이 선적지(혹은 수출지)에서 운송의뢰를 받을 때 매매계약이 FOB인지 CIF(또는 CFR)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실무상 어려운 처지에, 특별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도 어렵다.


1) 창고료의 경우, 본래는 운송인이 관여할 일이 아니지만,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운송인도 수하인과 중첩적으로 창고료를 지급할 의무를 진다는 입장을 관철하고 있으므로, 운송인이 창고에 창고료를 지급하고, 해당 금액을 수하인 등에게 청구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2) 다만, 이런 개정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해석은 외국의 입법례에서 유례를 볼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개정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비판론이 있다. 따라서 위 규정을 실제 적용함에 있어서, 수하인이 어느 경우에나 인도의무를 지고, 운임이나 창고료를 지급할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해석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확실하지 않은 점이 있다.

3)이에 대하여 필자는 대법원판결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상세는 졸저 사례별로 본 실무해상법∙해상보험법(법문사, 2007) 8 내지 9면 참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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