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본 칼럼에서 새 정부의 바람직한 물류정책방향을 제시하면서 (상)에서는 새 정부가 공약한 항만, 물류, 교통, 인프라 등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한 정책방향을 검토하였고, (중)에서는 부활되는 해양수산부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부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국민들에게 고용을 가장 많이 창출하는 부처로, 어촌 및 수산고도화를 추진해나가는 부처, 미래지향적 해양자원을 개발하는 부처, 첨단 해양 R&D를 개발 주도하는 부처, 그리고 해양강국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부처, 바다관련 통합행정으로 각종 비효율을 줄여나가는 생산적인 부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로드맵을 세워나갈 것을 제시하였다.

이제 (하)에서는 미래지향적 해양자원을 개발하는 부처, 첨단 해양 R&D를 개발 주도하는 부처가 되기 위해 어떤 정책방향을 세워나가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한다. 우선 이 정책방향을 검토하기 전에 2012년 말에 개최된 한 물류기술포럼 세미나 얘기를 먼저 하고자 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미래물류기술포럼(Nelt)은 국내 물류기술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미래물류기술포럼의 ‘2012년도 미래물류기술포럼 종합세미나’가 2012년 말에 개최되었다. 미래물류기술포럼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을 비롯한 한국교통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물류관련 국책연구원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운영하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물류기술의 미래추세를 예측하고 그 실천방향을 제시하는 범 연구원적 성격의 포럼으로 국제세미나를 포함한 연간 4회 정도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오고 있다.

세미나 주제는 ‘한국의 미래 유망 물류기술(2020)과 글로벌 시장 진출방안’이었다. 2020년까지 우리가 개발해야 할 유망물류기술이 무엇인가를 연구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해운항만분야, 도로분야, 철도분야, 우편/택배/폐기물분야, 농수축산물분야로 나누어 전문가들이 직접 발표하였다. 또한 국내 물류기술 개발 현황과 글로벌 시장 진출 방안, 그리고 현장에서 느끼는 실제 기업들의 국내 물류기술 기업의 R&D 및 국내외 진출 사례 및 애로점까지 발표되었다.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고, 앞으로 2020년까지 연구개발해야 할 물류기술의 방향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어 뜻있는 세미나였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 자리에 실제로 우리나라 해양 및 물류기술개발을 추진해야 할 국토해양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의 관계자는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 R&D와 직접 관계없는 국토해양부 공무원 1명만이 토론자로 참여했을 뿐이다. 범 국책연구원들의 연구와, 관련 교수들의 발표와 토론들이 공허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의 KISTEP과 국무조정실 산하의 STEPI는 한 다리 건너 있는 기관이니 그렇다 할 수 있어도, 해양과 물류분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국토해양부와 KIMST의 경우는 당연히 이런 자리에 참여했어야 했다. 해양 및 물류기술 R&D 행정 및 정책 담당자들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소 국토해양부는 부처 중에서 유일하게 ‘연구개발담당관실’을 두고 있다고 자랑하지 않았었던가?

최근 해양수산부 부활에 걱정을 하는 과학자들의 글을 본 적이 있다. 해양은 우주항공산업과 같이 기초학문을 그 근간으로 하는 과학분야이므로, R&D투자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오래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과거 해양수산부는 기초분야에 투자하거나, 해양과학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인력 양성과 첨단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는 데 노력하기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이상묵 교수는 한 칼럼을 통해 이런 문제가 대형 국책과제들에 있어서 더욱 심각하다고 진단하였다. 과학의 본질을 잘 모르는 행정부처는 당장 돈이 되고 실용적인 결과가 나올 것처럼 보이는 것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같은 편향된 시각은 해양과학에 꾸준히 투자해 의미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당초 목표와 달리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는 정부출연기관들만 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2020년 혹은 2050년을 내다보고 새로운 해양과학, 해양자원, 물류시장을 창출하고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을 연구해야한다. 고속화, 자동화, 지능화, 첨단화 등 해양과학, 물류과학기술의 발전없이 해양정책 혹은 물류정책 위주의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관련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2013년도 국토해양부의 R&D 예산은 총 6,400억원으로 이중에서 해양분야 예산이 2,300억원에 달한다. 2008년에 해수부 폐지 당시 해양과학 기술개발 예산 1,060억원에 비하면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 예산을 활용해서 해양수산부가 해양과학기술을 육성하고 첨단 해양 R&D를 촉진 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해양수산부가 미래지향적 해양자원을 개발하는 부처, 첨단 해양 R&D를 개발 주도하는 부처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면, 우선 R&D와 과학을 아는 행정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적어도 과학기술 담당부처 만큼의 기준으로 R&D를 수행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해수부가 해양 R&D부서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해수부와 KIMST같은 기관과 담당자들이 과학자들의 R&D 과제개발, 연구추진, 사후 조치 등에서 관료적인 행정을 하기 보다는, 나서서 발굴하고, 오래 기다리며, 끝까지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지원하는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R&D를 일반용역사업과 분리하여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연구관리 규정 등의 정비도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R&D과제의 발굴 및 선정이다. 한번 투자하면 오래 지속되어야 하는 특성상 어떤 과제를 발굴 선정하는가가 R&D투자의 효율성과 직결된다. 경험상 한국해양연구원(현 해양과학기술원)이나 국립수산과학원 등 국책연구원의 연구자 위주로 과제를 제안 받다보면 시급히 시작해야 할 미래기술 분야가 누락되거나 소홀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과학연구 및 기술개발 분야 및 과제를 연구하고 기획, 선정하는 일을 기존의 연구개발과 연구관리를 수행하지 않는 별도 기구에서 담당해야 할 것이다. 미래물류기술포럼 같은 범 국책연구원, 여러 대학이 참여하는 곳에서 이를 담당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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