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지난 1월 말 다보스에서 열린 있는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비효율적인 통관, 과도한 규제, 인프라 서비스의 취약점 등 같은 공급사슬의 장벽을 줄인다면 세계 교역과 글로벌 GDP 증가가 수입관세 철폐에 의할 때 보다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보고서(Enabling Trade: Valuing Growth Opportunities)가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에서 공급사슬 장벽을 줄인다면 글로벌 GDP가 4.7%, 세계 교역이 14.5% 증가하여, 그 효과가 관세철폐에 의한 글로벌 GDP증가 0.7%와 세계 교역 증가 10.1%를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 분석한 공급사슬 장벽을 낮추는 시도를 통해 더 크게 증가하는 GDP는 주로 추가되는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통해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과 관련이 된다고 보고 있다. 즉 공급사슬 장벽을 낮추는 것은 기업의 비용을 절감해주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관세철폐를 통한 무역증대보다 더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공급사슬의 장벽을 낮출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연안운송금지, 즉 캐보타지 룰(Cabotage Rule)을 들고 있다.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된 연안운송금지 사례를 소개한다. 해운분야는 국가간에 있어서는 전 세계 시장이 개방돼 있으나, 각국 연안운송은 외국적선의 연안운송이 금지되어 있다. 즉 주요 국가에서의 연안운송법은 자국 간 연안운송에 외국적선사의 진입을 불허하는 폐쇄적 시장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안운송 금지라는 캐보타지 룰이 한 국가내의 재화이동에 비용을 더 들게하고 환경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자국 연안안보의 목적으로 보호를 받던 캐보타지가 자국 연안운송산업과 고용을 보호하는 성격으로 더욱 공고화되어 왔다. 미국의 존스 법과 중국의 수출입 화물의 자국 내 연계운송규제가 글로벌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대표적인 해상 캐보타지의 사례이다.

캐보타지 룰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제법안이 미국의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Jones Act)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국항만간의 화물운송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미국 선원이 승선하고,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에 의해서만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도 비슷한 규제를 하고 있으나,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에 대한 규제는 없다. 자국선사와 자국 조선소에는 이익이 되겠지만 그러한 규제가 전체적으로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비용부담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자국경제에는 손해를 끼치게 된다. 특히 경쟁결여로 고비용의 물류공급업체를 이용하게 되고 수출입 등 국제 무역에서 비효율적인 환적작업을 사용하고 결국 높은 환경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캐보타지 중에서도 자국 내에서 발생하는 화물 운송 분야를 개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나, 수출입화물을 자국 내 수송으로 연계해야 하는 분야는 개방을 할 수 있는 분야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우가 수출입 화물의 자국 내 연계수송에 대한 규제완화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모두 자국의 캐보타지 룰을 일방적으로 완화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만약 미국과 중국이 세계 최대 교역국으로써 상호주의에 입각해 양국이 함께 수출입 화물의 자국 내 연계 운송분야에서 자국선 수송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여타 다른 나라에게도 캐보타지 룰의 일부를 개방하도록 유도하는 모델이 될 수도 있어 궁극적으로 수출입 화물의 자국내 연계 운송시장 개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존스법은 세계적으로 보아도 가장 규제가 심한 캐보타지 법안이고, 미국같이 시장 개방정책을 표방하는 국가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법안인 것이다. 존스법에 대한 정치적 옹호자들은 미국의 조선소와 관련산업, 그리고 해상운송 노동조합들로 매우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비해 존스법에 대해 비판적인 그룹들은 미국과 외국의 화주들과 미국의 소비자, 그리고 국제물류 회사들이다. 미 국제통상 위원회(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는 존스법이 상당한 비용을 추가시키고 있다는 조사를 한 바 있다. 1999년과 2002년에 존스법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13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긍정적인 후생복리 효과는 6억 5,60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조사한 바 있다. 이러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는 존스법의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출입 화물의 자국 내 연계수송에 대한 규제분야는 개방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분야이다. 2012년 기준으로 고속도로와 철도를 통해 연계 운송된 국제화물 물동량은 컨테이너로 약 5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 컨테이너들이 국제 정기선 선사들에 의해 해상으로 연계 운송된다면 화주나 선사 그리고 소비자에 이르는 공급사슬 관련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며 그 규모는 약 2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불어 고속도로 등 도로 정체가 완화될 것이며, 트럭이나 철도 운송방식이 선박운송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환경적 영향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중국의 캐보타지 규제는 미국의 규제에 비하면 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현지 운송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캐보타지 지지자들과 수출 운송비를 절감하려는 화주들을 중심으로 한 캐보타지 개방론자가 양립해 있는 상태이다. 만약 중국이 수출입 화물의 자국 내 연계수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경우 현재 중국항만에서 환적되는 상당수의 컨테이너 화물이 항비가 저렴한 홍콩에서 환적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그 규모는 최대 약 1,000만 teu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고, 중국 항만에게는 약 3억 2,000만 달러의 수익이 감소되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신 중국의 수출 화주업체들에게는 연간 약 5억-7억 달러의 항비절감과 효율적인 수출연계운송으로 5-10일정도의 운송시간 단축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여 수출입 화물의 자국 내 연계수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면 글로벌 공급사슬상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글로벌 교역 증가와 소비자들에게 값싼 제품을 공급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송 효율을 증대시켜 수송에 의한 환경적인 영향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는 그 개방에 대한 필요성만 인지하고 있을 뿐 실제 개방에 대한 시간표가 나와 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캐보타지 룰을 개방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사슬의 규제를 완화시키는 가장 큰 현안이기 때문에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의 논의를 기점으로 무역대국인 미국과 중국부터 이 시장을 개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국제사회도 이런 여론을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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