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변호사
로테르담 룰(Rotterdam Rules)의 정식 명칭은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Carriage of Goods Wholly or Partly by Sea”인데, UN에서 2008년 12월 11일에 승인됐고, 2009년 9월 23일 Rotterdam에서 서명을 위한 기념식을 거행했다. 이때 미국을 포함한 18개국이 서명했다1).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Rotterdam Rules은 기존 Hague Rules 체계와는 상당히 다른 내용으로서 대체로 화주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으며, 해상법 고유의 특성을 상당 부분 희석시킨 것이다.

주된 내용만 본다면, 첫째 “항해과실면책”이 폐지됐다2). 둘째 운송인의 책임제한 금액이 포장당 875 SDR, kg 당 3 SDR로 인상됐다. 셋째 제소기간을 2년으로 연장했다. 넷째 감항능력 주의의무를 행사해야 할 시기를 발항 당시 뿐만 아니라 운송의 전 기간으로 확대했다. 다섯째 청구인(claimants)은 보다 다양한 관할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3).

이처럼 기존 HR, HVR의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며, Rotterdam Rules이 보편적인 국제조약으로 자리 잡을 경우 해상법 및 해상보험법 체계에 상당한 변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1978년에 제정된 Hamburg Rules도 기존 체계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으나, Hamburg Rules는 보편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렸다.

Rotterdam Rules은 2013년 3월 13일 현재 가입국가(서명 후 비준 혹은 동의서를 사무국에 제출해 정식 가입한 국가)는 스페인과 토고 뿐이다. 그런데 필자가 갑자기 Rotterdam Rules의 발효가 임박했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할 수 있다. 그 근거는 미국 행정부가 서명한 Rotterdam Rules이 비준 절차를 위한 첫째 단계인 국무성의 검토가 시작됐으며, 미국 해법회의 전망은 조만간 비준 동의를 받기 위해 미국 의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해운계의 전망은 미국이 비준절차를 마치고 가입을 완료하면 미국의 태도를 관망하던 수많은 나라가 Rotterdam Rules을 가입하면서 발효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보편적 규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우리 선사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바로 Rotterdam Rules의 적용범위이다. 즉, 국제적인 해상운송(혹은 해상운송을 포함한 복합운송)으로서, 화물의 수령지, 선적지, 인도지, 양하지 중 어느 한 곳이 체약국에 속한 경우, 선박, 혹은 운송인의 국적을 불문하고 Rotterdam Rules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미국이 체약국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화물이 미국의 뉴욕 항에서 선적되어 부산항으로 우리나라 국적선에 의하여 해상운송되었는데, 운송 도중 화물손상이 발생한 경우, 청구인(claimants)이 만일 미국 뉴욕주 소재의 연방법원에 우리나라 선사를 상대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우리나라가 비록 Rotterdam Rules 체약국이 아니라도, 법원은 Rotterdam Rules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그에 따라 앞서 본 인상된 책임제한이 적용될 것이며, 혹시 이용될 수 있는 “항해과실면책” 주장은 허용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은 미국이 체약국이 아닌 경우에도, 다른 제3국이 체약국인 상황에서 그 체약국 내에 화물의 수령지, 선적지, 인도지, 양하지 중 어느 한 곳이 존재하는 경우, 그리고 소송이 그 체약국 법원에 제기된 경우에도 적용될 것이므로, Rotterdam Rules 체약국이 늘어 가는 만큼 전세계적으로 우리 선사에 Rotterdam Rules이 적용될 경우는 늘어 난다는 점이다. 요컨대 우리 선사들은 Rotterdam Rules의 발효가 임박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그에 대한 적절한 대비를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주석>

1) 이때 서명한 국가는 주로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위스 등 해운선진국들과 나이지리아를 위시한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었다.

2) HVR Article IV.2 (a)에 규정된 “act, neglect, or default of the master, mariner, pilot or the servants of the carrier in the navigation or in the management of the ship”이 Rotterdam Rules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3) 단 체약국은 가입시 관할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유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관할에 관한 규정’은 많은 노력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그 만큼 따라가 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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