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해운산업에서 가장 오래된 진실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교역에 대해 선박 투자를 한다는 점이다. 해상운송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수많은 유형의 위험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시장이며, 그 위험요소들은 쉽게 계량화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선주들은 시장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적응하던가 아니면 시장의 추세를 선도하기 위해 유연성과 적응성을 높여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10년 이상 선박투자에 관한 한 파멸적 생존경쟁을 위한 비용절감과 경쟁력 기준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장상황에서 생존경쟁을 위한 투자가 과연 미래 생존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일까?

해운시장을 둘러싼 환경변화를 살펴보자 우선 원유 교역을 보면 가장 중요한 변화는 미국이 원유 순 수입국에서 순 수출국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가스 부문의 경우도 천연가스와 석유가스가 녹색청정연료로 각광을 받으면서 이부문의 해상수송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교역패턴도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건화물선 해운부문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철광석과 석탄이 건화물선 해상 물동량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최근 들어 소량 건화물(minor bulk)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보크사이트, 니켈, 아연, 주석, 납 같은 소량 건화물 물동량이 중국의 수요증가에 힘입어 유례없는 규모로 늘어나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도 과거에는 아시아발 미국 및 유럽향 수출항로 물동량이 주류를 이루고 반대항로인 수입항로는 물동량이 적어 운임도 크게 낮았다. 그러나 중국의 내수진작 정책과 중산층의 성장, 그리고 위안화 절상으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의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기존의 해상교역패턴을 변화시킬 여지가 있다. 대량의 수출물동량 처리이외에도 서부 내륙지역으로 향하는 소량의 수입물동량수요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운산업의 변화는 수요부문 뿐만 아니라 공급부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2013년 3월 기준으로 컨테이너선 선대는 총 1,630만teu로 금세기 들어선 이후 거의 4배나 증가하였다. 그러나 4,000teu 이하 중소형선 컨테이너선의 경우 해체는 증가되고 신조발주가 크게 하락해 선대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2012년에는 4,000teu이하 급 해체량이 신조인도량의 세배에 이르렀다. 100-999teu 급 피더선도 지난 4년간 총 57,782teu의 선대가 인도되었으나, 이 규모는 2005-2008년에 인도된 선대의 1/4밖에 되지 않는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는 늘어나고 있지만 중소형 컨테이너선 발주는 크게 줄고 있는 것이다.

Norton Rose Group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해운부문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유럽을 따라잡는 핵심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미래 해운 및 항만투자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고, 싱가포르는 해운의 중요한 법률 및 금융센터로 자리매김 해있다. 이와 같이 아시아가 향후 10년 동안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해운시장이 될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특히 아시아 역내항로는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꾸준한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IADA(아시아 역내항로 협의협정)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물동량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1,433만teu로, 세계적으로 컨테이너 수송수요가 정체하는 가운데 이례적인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동서 기간항로에 8000-1만teu 이상 초대형 선박의 투입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쇄파급효과로 아시아 역내항로에서도 대형선박이 투입되고 있지만, 1,000teu에서 3,000teu 미만의 선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편 세계 해운업계에서 중국의 세력이 현재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또 다른 해운 공급면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 중국 지도자가 된 시진핑 주석은 중국 국영해운회사의 육성 등 해사진흥정책을 정책의 추선순위로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8차 당 대회 때 이미 향후 10년의 비전을 "국가적 해양이익 수호의 해양강국 건설"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최근 이뤄진 중국 국무원 기구개혁에 따라 국가해양국은 기존의 해양감시 활동 외에도 공안부가 맡던 해양경찰 임무와 농업부가 관할하던 어업지도 업무, 해관총서의 해상 밀수 단속 업무 등을 넘겨받았다. 국가해양국은 국토자원부의 관리와 공안부의 지도를 받아 중국 해경국 명의로 해상 주권 수호와 법 집행 임무를 맡게 되었다.

일견 이러한 중국의 해양강국 선언 및 해양력 증대노력이 세계 해운산업과 큰 관련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새로운 중국 지도부는 중국을 세계 최대 해운력을 보유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이는 선박금융 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중국 은행들이 서방 금융기관에 비해 양적이나 질적으로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동성 지원을 통해 자국 해운산업을 지원하고 자국 선주들에게 경쟁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최근 서방 금융기관은 아직 전체적으로 기존의 선박금융은 축소해 나가며, 신규 선박금융은 취급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선박금융을 많이 취급했던 유럽의 금융기관들도 가능하다면 선박금융을 취급을 중단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럴 때 중국의 선박금융 지원은 상대적인 자본 조달비용의 차이를 가져와 중국의 국영 해운세력 증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대형선화와 중국의 대형 국영회사의 부상과 같은 공급부문의 대형화 변화는 소량화물 수요 증가 같은 화주의 니즈에 부응하지 못하는 방향이 될 수 있어, 향후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급변하는 해운시장 상황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선주들은 화주의 니즈에 맞는 선박 발주를 해야 할 것이다. 생존경쟁만 염두에 둔 초대형선 발주보다는 소량 건화물 수송을 위한 적합선형, 아시아 역내항로용 중소형 컨테이너선, 그리고 중국 수입수요에 대비한 적합선형 투자, 컨테이너선의 초대형선화에 따른 피더 운송수요 증가에 대비한 피더선 투자 등의 냉철함이 미래 생존의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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