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지난 4월 17일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창립되었다. 새롭게 출범한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창립기념 세미나에서 당연직회장으로 임명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홍순만 원장은 그간 물류산업이 정책 위주로만 전개됐는데 이제는 물류산업에 과학이 본격적으로 접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하는 과학기술분야도 모두 물류기술에 응용될 수 있는 것이라며, 물류기술에 포함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외연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의 창립회원은 총 1,190명으로 학계 및 연구계가 각각 316명, 135명, 그리고 산업계가 692명을 차지하고 있다. 교수회원 전공 구성을 보면 기계, 자동차, 조선, 전기, 전자, 건축, 환경, 교통, 물류, 경영, 생명, 원자력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골고루 참여했다. 이들 교수회원 중 대부분은 물류연구를 해본 경험이 없는 전기, 기계, 전자 등의 분야 과학자들이다. 이들이 대거 물류과학기술학회에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우리나라 물류기술의 과학적 연구가 다양하게 활발해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이 학회 창립이 갖는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물류기술이나 해운항만기술, 조선, 자동차, 철도 등의 과학기술연구는 매우 한정된 학자들에 의해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항만기술이나 철도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들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일반 기계, 전기, 전자를 전공한 학자들이 참여하기에 너무 전문분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물류기술분야는 독자적인 분야가 아니고 모두 전기, 전자, 기계, 토목 등의 과학기술의 결합체인 것이다. 예를 들어 무인항만 등 첨단항만 기술에 사용되는 각종 장비는 기계, 자동차, 전자, 재료 등의 기술적 결합에 의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고, 화물전용 지하 철도망 구축은 철도기술 이외에도 기계, 전자, 토목, 교통 기술이 결합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첨단물류시스템연구소의 권용장 단장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물류와 과학기술의 만남’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최근 연구개발 중인 많은 분야의 기술은 모두 미래 물류기술로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고령화에 따른 물류현장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로봇 슈트가 이용될 수 있고, 상어비늘에서 유체마찰 저항을 감소시키는 구조를 이용하는 기술은 항공, 트럭, 철도 등에 적용이 가능하고 공기마찰 감소로 인한 유류비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이다. 고가장비 및 상품보호를 위한 무진동기술, 공장이나 물류센터내의 무인 AGV나, 무인 지게차기술, 그리고 오더피킹 정보제공을 통한 물류정보가시화 기술로 활용할 수 있는 증강현실기술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세미나에서는 또한 물류산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전후방효과가 2011년 기준으로 28.87%에 달하는 국가 전체산업시스템을 연결하는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물류산업의 선진화를 통해 물류를 창조경제의 신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제조, 금융, 물류 등이 하나의 패키지로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 선진국일수록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물류기업이 세계적인 규모로 대형화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류산업의 선진화를 통해 반도체, 자동차, 플랜트 등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과학기술 전공자가 모여 물류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취지를 실제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일 것이다. 개별 연구자 위주의 연구가 이루어지는 학회라는 특성상 물류분야를 접해보지 않은 과학자들이 물류분야에 자신의 연구가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따라서 학회활동의 많은 지원이 다양한 학제 간 융합공동연구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 공동물류시스템 기술, 복잡한 도시물류해결방안으로 지하물류시스템 기술, 고속 화물철도 수송시스템 기술, 해중 파이프라인 수송시스템, 물류센터 일괄 자동 상하역 기술, 무인 하역장비기술, 자동 물류창고기술, 그리고 접이식 컨테이너나 샤시의 길이를 조정할 수 있는 All in One Truck기술, 바퀴 3개로 운영되는 신개념 로더(Loader) 같은 기술이 향후 연구가 필요한 학제 간 융합공동연구과제로 예를 들고 있다.

국책연구원이 물류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당분간 자금, 인력 등 각종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점은 이러한 취지를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다만 물류 분야가 낯선 과학자들에게 물류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토록 하는 노력은 학회차원의 활동으로 그쳐서는 역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과거 국토해양부는 부처 중에서 유일하게 기획조정실 내에 연구개발담당관을 두어 R&D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로 재편되면서 연구개발담당관실도 사라졌다. 이제 우리나라 해양 및 물류기술개발을 추진해야 할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등은 물류과학기술학회의 학제 간 융합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물류과학기술의 소관범위에 대한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나누어진 상황에서 물류과학기술은 국토교통부 소관분야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세미나에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의 기조강연이 있었지만 해양수산부에서는 참여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의 해양과학기술은 기초학문을 근간으로 하는 과학 분야이므로 물류과학기술과는 차별성이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해양과학기술, 국토교통부는 물류과학기술로 이원화될 경우 자칫 해상운송물류, 항만물류기술 등 해양물류기술이 내륙물류기술과 동떨어진 채 연구개발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처럼 항만부터 물류단지까지 복합연계운송기술, 환적기술개발 분야 등이 소홀히 될 수 있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의 구성을 보면 이런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해양수산개발원의 인력과 해운항만 관련 교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초 설립 취지는 통합적인 물류과학기술연구를 꽃피우기 위해 폭넓은 과학자들의 풀을 구성한 것이다. 이제 관련부처나 R&D 관리기관들도 칸막이 없는 정책으로 단기적인 소관부처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물류과학기술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물류과학자의 외연을 넓히고, 첨단 물류 인프라스트럭처 기술 연구개발에 부처 간 협력을 통한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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