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선박의 성질상 동산이지만 강제집행이나 담보권 실행을 함에 있어서 부동산경매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 그런데 선박경매절차에는 부동산경매절차에 없는 특이한 제도가 하나 있다. 그것은 민사집행법 제181조에 규정된 ‘보증의 제공에 의한 강제경매절차의 취소’ 제도이다.

이 제도를 두게 된 이유를 대법원은 최근 내린 판결에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바 있는데, “선박경매절차의 취소 제도는 경매개시결정으로 압류가 집행되어 선박의 출항이 금지되는 경우에 채무자 또는 소유자(이하 ‘채무자 등’이라 한다)가 받게 되는 손실은 매우 커서 다툼이 있는 집행권원이나 담보권에 기하여 압류가 집행된 경우에 채무자 등이 받는 손실의 회복이 어려우므로, 채무자 등이 집행권원이나 담보권을 다투면서 집행정지 서류를 제출하고 압류채권자 및 배당요구채권자의 채권 및 집행비용의 총액에 상당한 보증을 제공하여 채권회수조치1)가 강구된 경우에는 집행법원이 경매절차를 취소하여 선박에 대한 압류를 풀어 선박을 운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신, 채무자 등의 위 다툼이 이유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으로 위 집행정지가 효력을 잃은 때에는 위와 같이 제공된 보증금을 압류채권자와 배당요구채권자에게 배당하는 절차를 규정한 것이다.” (대법원 2012. 12. 26. 선고 2011다 43655 판결).

이러한 제도는 부동산경매절차에 없는 것인데, 이로 인하여 부동산경매절차의 모든 규정들이 선박경매절차에 준용될 것이라고 만연히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 특히 경매절차에서 매각이 되게 되면 부동산 상의 모든 저당권은 소멸되게 되어 있는 원칙(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이 선박경매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을 때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경우 선박을 매수하는 매수인은 주의를 하여야 한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 검토된 사안을 가지고 설명하여 보자.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 변동 상황은 이러하다.

2000. 4. 7. E 소유권 취득, 2008. 6. 4. F 소유권 취득, 2008. 12. 5. A(이 사건 근저당권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원고) 소유권 취득. 한편, 근저당권 설정현황은 1997. 10. 13. 속초시 수협은 최고금액 680,000,000원 근저당권 설정을 받았는데, 이 근저당권은 추후 2002. 10. 28. 경주시 수협으로 이전되었고, 1998. 3. 7. 쌍용중공업 주식회사(“쌍용중공업”, 이 사건 소송에서의 피고1) 최고금액 38,500,000원, 2002. 5. 22. C(피고2)는 최고금액 70,000,000원, 2006. 2. 8. D(피고3)는 최고금액 400,000,000원으로 각 근저당권 설정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E가 채무 지급을 연체하자, D는 350,000,000원 및 그에 대한 지연이자금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신청을 하여 2007. 4. 23. 법원으로부터 경매개시결정을 받았다. 참고로 선가는 229,152,000원으로 감정되었다. 그리고 2007. 5. 30. 1순위 근저당권자인 경주시 수협이 채권계산서를 제출하였다2).

그러자 당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이던 E는 D(경매신청인, 피고 3)를 상대로 하여 근저당권말소등 청구의 소를 제기함과 아울러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하여, 공탁보증보험증권과 현금을 납부하고 강제집행정지결정을 받은 다음, 앞서 우리가 본 민사집행법 제181조에 규정된 ‘보증의 제공에 의한 강제경매절차의 취소’제도에 의거하여 선박집행절차의 취소 신청했다.

이후 법원이 명한 215,000,000원의 공탁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한 뒤, 2007. 6. 18. 선박집행절차의 취소결정을 내렸다. 이후 E가 제기한 근저당권말소등 청구의 소에서 E의 패소가 확정되자3), 215,000,000원의 공탁보증보험증권에 기한 배당절차가 진행되어, 2009. 12. 29. 환가절차를 거쳐, 1순위 근저당권자인 경주시 수협에게 209,297,471원이 배당되고, 그 무렵 배당절차가 종료됐다.

여기에서 이 사건 근저당권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을 매수한 시기가 2008. 12. 5인데, 이때는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경매절차,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E가 제기한 근저당권말소등 청구의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이미 패소확정되어, 215,000,000원의 공탁보증보험증권에 기한 배당절차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아마 A는 이 사건 선박을 매수하면서,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경매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부동산경매절차에 적용되는 민사집행법상의 소멸주의 원칙에 따라, 경주시 수협의 1순위 근저당권을 포함하여 2순위 쌍용중공업(피고1), 3 순위(피고2)의 근저당권이 자동 소멸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A는 이 사건 근저당권말소 청구소송을 쌍용중공업, C, D (경매를 신청하였던 채권자로서 4순위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제기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A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에 대하여 “선박경매절차 취소 제도의 취지와 규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보증의 제공에 의한 선박경매절차의 취소는 강제집행 또는 담보권 실행의 목적물인 선박 자체를 경매함에 따른 매각절차와는 달리 선박소유자가 선박에 관한 소유권을 상실하지 아니하여 그 성격이 다르므로, “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저당권은 매각으로 소멸한다.”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선박경매취소절차에서 보증을 제공받아 배당의 대상이 된 압류채권자(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의 경우 경매를 신청한 담보권자)나 배당요구채권자의 권리는 민사집행법 제181조 제2항에 따른 보증금의 배당절차가 종료됨으로써 소멸한다고 할 것이지만, 그 밖에 배당을 요구하지 아니하여 배당절차에 관여하지 아니한 담보권자의 경우에는 선박경매절차의 취소로 인하여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보증금의 배당절차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그 담보권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쌍용중공업 및 C의 근저당권은 소멸되지 않으며, A가 취득한 소유권에 그대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매 중 선박을 매수하려는 사람은 선박에 설정된 저당권들이 사안 여하에 따라 소멸되지 않고, 인수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 회에는 위 대법원 판결의 사안에서 저당권부 채권자나 선박우선특권이 부여된 채권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하여 보도록 하자.


1)‘채권회수조치’는 ‘채권회수가 보장되게 하는 조치’로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2) 소송기록 전부를 보지 않고, 1심, 2심 및 대법원 판결만을 보아서는 그 내역을 알 수 없다. 추정하건대, 미지급금액으로 주장된 금액이 210,000,000원 정도일 것이다.
3) 1심에서 청구기각판결이 내려진 시점이 2008. 8. 29. 이고, 항소 및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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