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강국 건설 싱크탱크 역할할 것”

▲ 해기사협회 민홍기 회장
고급 해기인력 양성 확대 시급
해운위기극복 과감한 정책 필요

해양수산부가 5년만에 부활되고 다시 맞은 ‘제18회 바다의 날’ 최고 영예는 해기사 출신으로 40여년간 선원복지향상을 위해 일해 왔던 한국해기사협회 민홍기 회장에게 돌아갔다. 민홍기 회장은 가족 전체가 해양 관련 일을 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해양산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민홍기 회장은 수상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60여년 한국해운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묵묵히 뛰어 왔던 선후배 모든 해기사들의 공로”라며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그 누구보다 해양수산부 부활 운동을 위해 열심히 뛰어 왔던 민홍기 회장은 앞으로 해양강국 건설을 위한 민간싱크탱크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민홍기 회장은 해양강국 건설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우수해기인력 양성 확대를 위해 역량을 모아 나가겠고 강조했다.

-금탑산업훈장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한국 해기사들은 해방이후 해운강국 건설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해왔지만 해기사 60년 역사상 공적이 제대로 드러난 적이 없습니다. 늦게나마 그 공적을 인정받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상은 결코 저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지난 60여년간 한국해운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함께 뛰어왔던 선후배 해기사들의 공로를 인정한 것입니다.

올해 저외에도 선주협회 김영무 전무(해양대 항해과 29기), 현대해양서비스 이택규 대표(해양대 항해과 31기) 등이 훈장을 받게 됐습니다. 그만큼 해기사들의 위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해운업계가 해기인력 양성 확대를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는데…
=현재 해기인력은 엄청나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승선 해기인력도 부족하지만 조선업, 선박관리업 등 해운관련 파생산업분야에서 육상 해기인력 수요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매년 400여명의 이상의 승선 해기인력들이 육상으로 올라와 줘야합니다.

현재 국적선이 1000척이 넘고 향후 10년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기인력 양성을 확대하지 않고 과연 어떻게 운영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선박관리업을 활성화시켜 외국적선박 관리를 더욱 확대해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국가차원의 정책이 추진 중입니다.

선박관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승선해기인력 뿐만 아니라 선박 경영과 관리를 책임질 우수한 육상해기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해양대학교의 정원은 30년전 국적선 300~400여척 수준일 때와 동일합니다. 우리나라 해양관련 산업 규모가 양적·질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해기인력 양성 숫자는 아직 30년전 그대로인 것입니다.

더구나 앞으로 친환경, 연료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그린쉽이 쏟아져 나오면서 고급해기인력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해기인력은 증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각에서 외국 해기사를 수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데 외국에도 숙련된 해기사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해양대와 같은 우수한 해기인력 양성기관이 없고 오랜 기간 승선생활도 하지 않기 때문에 고급 해기인력이 많지 않습니다.

고급 해기인력은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최소10여년이상 승선 경험을 쌓아야 양성이 됩니다. 현재와 같은 해기인 양성 속도로는 향후 예상되는 해기인력 수요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해기사 양성 규모를 현재 수준의 배 이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국적선대 증가 추이와 육상 해기인력 수요를 고려할 때 현재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해양대학교를 통틀어 연간 750여명인 정원을 2000명 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한꺼번에 증원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매년 100명씩 증원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합니다.

-해사고가 마이스터교로 지정됨에 따라 인력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지 않나?
=마이스터고 취지는 공감하지만 과연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는 의문입니다. 마이스트고는 진학이 아니라 산업계 취업이 주목적으로 이미 해사고는 직업교육을 전문적으로 해왔고 졸업생 대부분이 거의 취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은 야간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 등에 진학해 학업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승선 생활을 하는 해사고 졸업생들은 진학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상당한 핸디캡입니다.

또한 과거 승선현장은 선원 모두가 한국인으로 구성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감과 기술습득 및 트레이닝이 용이했지만 지금은 외국선원들과 혼승하면서 바로 제몫을 해야 하므로 경험과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진학 욕구와 승선현장 어려움 때문에 해사고 출신 해기인력들이 장기승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종종 해사고 특강에 나가 학생들에게 “졸업후 큰배만 쫒지 말고 우선 작은 배부터 봐라. 눈높이를 낯춰 4년 동안 충분한 경험과 실력을 쌓은 후 해양대생들과 경쟁해라”고 조언을 합니다.

이 부문에 대해서는 앞으로 운영해 나가면서 육상과 해상의 차이에서 오는 시스템적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과 제도에 대해 다같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해운시황 침체로 해운물류업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데…
=장기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으나 전체물동량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의 여지는 있습니다. 결국 공급사이드가 문제인데 올해말이나 내년초가 되면 수급상황이 균형을 맞춰가면서 회복세로 전환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운 회사는 망할 수 있어도 해운업은 결코 중단될 수 없습니다. 특히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해운업 없는 국가경제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해운업을 포기할 수 없다면 정부당국과 금융기관이 보다 한국 해운을 당장의 위기에서 건져내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수부 부활의 주역으로서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해양수산부가 막내 부처로 힘은 부족하지만 해양수산인·관련단체들과 아이디어를 서로 교류하고 힘을 합쳐나간다면 해양강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해양강국이 돼야만 선진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잊으면 안됩니다. 선진강국치고 해양강국이 아닌 나라가 없었습니다.

해양수산부 부활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왔던 해국본을 발전적으로 해체해 ‘해양수산강국국민포럼’으로 새롭게 출범시키는 것도 바로 해양강국 건설에 모두 힘을 합치자는 취지입니다. 해양수산강국국민포럼은 해양강국 건설을 위한 민간싱크탱크로서 해양수산부와 아이디어 교류및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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