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Global Marine Trends 2030’보고서에 따르면, 원유 해상물동량이 중동-아시아에서는 늘고 북미, 유럽향은 줄면서 상대적으로 운송거리가 길어져 초대형 유조선(VLCC)은 혜택이 되지만 수에즈막스 같은 중형선은 수요감퇴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30년 중국의 원유소비가 현재의 3배인 연간 12억 톤까지 늘어나, 현재 북미의 원유소비량의 절반에 미치고 있던 중국 원유소비가 2030년에는 북미 총 소비보다 35%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북미와 일본의 원유수입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중국의 수입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최근 Poten & Partners사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최근 계획하고 있는 신규 정유시설과 중국의 원유수요의 영향으로 VLCC 수송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미 중국의 석유수요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성장해, 이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원유소비국이 되었다. 결국 중국의 석유회사들이 전 세계 VLCC 선박의 현물시장과 용선시장의 35%를 점하게 되었다.

또한 중국은 앞으로 늘어나는 석유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2018년까지 하루 420만 배럴 규모의 정유시설을 신규로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이 원유를 수입하는 항로는 주로 서아프리카와 아라비안 걸프 만과 중국 간의 항로이다. 신규로 건설되는 정유시설의 수송수요는 이들 항로에서 96척의 VLCC 분량에 해당된다. 중국의 신규 정유시설이 건설된다면 2019년 이후 VLCC 시황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중장기 장미빛 VLCC시황 전망에 비해, 현재의 운임수준은 선박을 세워두어야 하는 정도로 낮은 상태이다. 현재의 부정기선 해운시황은 벌크선이나, 유조선 모두 선박과잉에 의해 큰 침체국면을 겪고 있다. 벌크선 해운의 경우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우리나라의 대한해운 및 STX 팬오션사, 일본의 Sanko Steamship사, Daiichi Chuo사, 대만의 TMT사, 미국의 Excel Maritime사 등이 파산하여,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이다. 유조선의 경우도 미국의 1위, 2위 선사였던 Overseas Shipholding사와 General Maritime사도 법정관리를 신청하였고, 대만의 TMT사와 덴마크의 Torm사도 파산한 상태이다.

실제로 7월 초 기준 VLCC 시황은 중동-극동 항로의 운임이 WS(월드스케일) 36-37로 1개월 만에 다시 WS 40대 이하로 떨어졌다. 1일 용선비용으로 환산하면 1만 2000달러 전후로 신형선의 표준비용 3만 달러 초반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금년 1월 하순부터 5월 상순까지 1만 달러대의 폭락장세가 이어졌었다. 특히 4월 초에는 중동-극동항로의 VLCC 운임이 WS 30 이하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1일 용선료로 1만 달러이하로 계선점으로 볼 수 있는 1만-1만 2천달러 이하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VLCC는 일단 계선 해 버리면 다시 가동시 오일 메이저의 심사를 다시 통과해야 하는 등,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드라이 벌크선 처럼 쉽게 계선 결정을 할 수 없다.

VLCC 시황 침체의 가장 큰 요인은 신조선의 대량 준공에 의한 공급과잉이다. 2010년까지 발주된 신조 VLCC의 준공이 2012년 피크를 맞아 만성적인 선복 과잉에 빠져있다. Drewry사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원유수요는 2013년 1분기 기준으로 1일 8,990만 배럴로 약 1%정도 감소했다. 하반기에 수요회복세가 이어져 2013년 전체로 보면 2%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급측면을 보면 이미 2010년 이후 4,600만 dwt의 유조선이 신규로 인도되었고, 2013년에도 현존 선박량의 4%에 달하는 1,710만 dwt가 추가될 예정이다.

단일 선체(single hull)유조선 규제로 이미 노후선박의 해체가 일단 일순 한 것도 수급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금년 1분기 중의 운임 폭락은 중국과 미국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중국 1분기 GDP 성장률은 7.7%로 둔화하고 시진핑 체제는 당분간 경기과열 억제에 중점을 두고 있어 향후 원유수요 증가도 불투명한 상태에 있다. 또한 미국의 셰일 오일 증산으로 셰일 오일과 같은 경질유인 서 아프리카 원유의 대미 수출 물동량이 둔화하면서 생긴, 과잉 유조선이 중동에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Drewry사는 유조선 수송수요가 2018년까지 연간 5%의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4년부터 유조선 신규 인도량이 크게 줄고, 이와 같은 수요증대가 이루어진다면 수급이 개선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수 있다. 다만 최근의 낮은 신조선가에 매력을 느낀 선주들이 다시 발주를 늘려나간다면, 그나마 기대할 수 있었던 수급개선의 희망은 물 건너갈 것이고, 정말 긴 침체를 맞게 될 것이다. 유조선 업계는 전업사를 중심으로 큰 공황에 빠질 수도 있다.

세계원유물동량은 미국이 셰일 오일을 증산하면서 원유수입이 줄어들고 있고, 서유럽의 경우도 원유수요 증가가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 놓여있다. 결국 중국의 원유수요 증대여부가 향후 VLCC의 시황개선의 관건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말 기준 VLCC 총 선대는 약 600여 척으로 이중 300여척이 현물시장에서 운항되고 있다. 이 현물시장의 40% 정도가 중국에 대한 수출용 성약이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대미 수출이 줄고 있는 서 아프리카 원유를 미국 대신 중국이 많이 수입할 것이고, 이 경우 항해거리가 증가해 VLCC 수송수요 증가를 더욱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선주들이 선박신규 발주를 당분간 자제하고, 중국의 원유수요가 증가하기를 기대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자국화 자국선 수송 정책이다. 향후 증가하는 원유 수송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국영선사들이 막대한 량의 VLCC를 신조발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2013년 말부터 2017년에 걸쳐 약 50척의 VLCC를 신조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중국 주요선사가 운항하는 VLCC 70척에 신조선 50척이 더 해지면 중국 상선대의 VLCC는 약 12​​0척으로 늘어난다. 앞으로의 수입 증가를 감안해도 중국선대가 원유수입을 100% 커버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중국이 국영석유회사 물량 수송을 위해 VLCC 선박을 계속 건조하는 한, 중국의 원유물동량 증대에 의해서도 VLCC 시황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VLCC의 시황은 장기침체국면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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