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우리나라 항만개발과 관리를 담당하는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평택 항만공사는 인선이나, 자본구성면에서 정부 지배하에 있다. 이들 공사에 정부가 항만시설을 현물 출자하고 있기 때문에 낮은 부두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어, 인근 국가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낮은 부두 임대료 이외에 향후 항만배후부지에 외국인 글로벌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우리나라 항만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정책적 대안이 있는가? 18,000teu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우리항만에 기항할 수 있도록 생산성이나 기술적으로 첨단화하는 정책을 세우고 있는가? 중국 환적화물이 북중국지역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항만정책은 있는가? ‘선택과 집중’만 하면 항만을 잘 굴러갈 것인가? 이와 같은 우려와 의문에 대해 정교하고 구체적인 항만정책이 수립되기를 바라면서 현 정부가 발표한 항만정책에 대한 검토를 해보고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013년 해양수산부 업무 추진계획에 나타난 해운항만정책의 내용은 국가 중추 산업인 해운물류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있다. 특히 항만을 경제성장의 거점으로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부산항을 기존의 화물처리 중심에서 동북아 물류 중심 항만과 지역경제발전 거점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20년까지 배후단지 944만㎡를 조성하여 동북아 물류의 거점이 되도록 해 나간다는 정책이다. 이와 함께, 울산항은 동북아 석유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등 지역 맞춤형 항만 특화개발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총 예산의 6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해운, 항만에 대한 정책이 주요 4대 혹은 7대 국정과제로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은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해운, 항만물류산업에 대한 정책도 전체적으로 보아 2011-2012년의 정책과 큰 차별성을 발견할 수가 없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산업과 항만산업에 대한 정책비전이 제시되어 있지 않은 점은 문제라 할 수 있다. 또한 항만을 국가경제 발전의 전략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은 이전 정책에서도 추진되던 정책이다.

우선 항만개발 정책에 대한 국가비전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문민정부 이후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이 정부 주요정책이 지난 정부부터 명시적 정책으로는 사라졌다. 항만개발 국가비전 속에서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부산항 환적물동량 둔화에 대한 대비책, 북중국항만 환적기지 개발정책, 초대형선 기항을 유도할 항만 첨단화 투자 및 항만기술 R&D 정책, 선주, 화주의 만족도 제고를 정책들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어 있지 못하다. 특히 항만별 특화정책을 제시하였으나, 부산항과 울산항정도만 적시되어 있어 여타 항에 대한 특화정책도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인천항, 평택항 등 서해안 항만에 대한 대중국 교역의 교두보, 북중국 항만의 환적기지 역할 증대 등의 정책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TKR을 TSR과 연결시켜 우리의 항만이 국제 복합운송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항만이 처한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미래를 전망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이 정책에 나타나 있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정부의 항만정책 방향은 해운항만물류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항만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인프라이다.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99%를 해운이 담당하고 있고, 그 모두가 항만을 통하고 있다. 항만은 기반으로 하는 해운업 일반인에게는 그다지 널리 이해되고 있지 못하다.

항만의 국제경쟁력이란 국가가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정책의 대상이다. 공항도 그렇지만, 항만은 한 나라의 경제를 지탱하는 사회 기반으로 가장 중요한 곳이므로 국가 전략 속에서 어느 항만을 어떠한 질적 수준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개발 기본계획 하에 지원정책이 이루어지게 된다. 항만정책이 국가적인 전략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미래세대 고용창출과 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국가 물류중심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항만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하기 때문이다. 즉 항만정책이란 우리나라 항만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항만개발, 터미널 관리 · 운영 체제의 개선 등이 정책적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항만이 동북아, 나아가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의 우리나라가 국제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를 파악하고 이를 항만입장에서 개선해 나가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항만정책은 지역 선출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지역개발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여 항만을 개발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장기적으로 급변하는 동북아 및 세계 무역환경에 부응해야 하는 우리나라의의 항만 경쟁력을 약화하는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근년에 들어 '선택과 집중' 이라는 논리가 우리나라 항만개발의 큰 정책적 원칙이 되고 있는 듯하다. 화물을 특정 항만에 집중시켜 효율성,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물류 서비스의 수준 향상에 연결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그런 원칙이 국제물류 중심지화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깊게 연구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선택과 집중’이란 말의 ‘선택’이란 말은 한, 두 곳의 항만을 선택하여 규모나, 첨단설비에 투자한다는 의미일 것이고, ‘집중’이란 말은 화물을 그 항만에 집중시키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항만개발에서 사용하고 있는 ‘선택과 집중’이란 의미는 한, 두 항만에 항만시설투자를 집중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그 항만에 어떻게 화물을 집중시킬 것인가는 검토되고 있지 않다.

선택한 항만에 어떤 화물이 집중될 수 있는지? 그리고 환적화물을 유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글로벌 기업을 유치 할 수 있는지? 그런 것을 함께 정책화 해 주지 않으면 아무리 항만시설을 집중한다 해도, 북중국에 가장 가까운 상해항이나 닝보항으로 환적화물이 이적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마치 일본이 슈퍼중추항만으로 ‘선택’을 해도, 많은 지방항만의 화물은 부산항으로 운송되고 있어, ‘집중’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한중 FTA의 진행, 북중국항만의 발전, 초대형컨테이너선의 재항시간 단축요구, 항만배후지 글로벌 기업 투자요인의 변화 등 항만이 처한 경제적, 기술적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란 정책보다는, 국제물류 중심지를 지원하는 항만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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