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머스크라인이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하고 있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박인 1만 8000teu선박에 아이패드를 모두 싣는 경우 총 1억 8200만개를 수송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선박이 중국에서 유럽까지 25일간 수송하는데 총 53만 갤런의 연료를 소모한다. 따라서 아이패드 1개 당 0.003갤런의 연료만 소모하는 규모의 경제를 가져오는 셈이다.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로 운송비가 크게 절감되는 또 하나의 물류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대형 컨테이너선(ULCS)의 등장으로 항만은 오히려 규모의 비경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입항할 수 있도록 수심을 더욱 깊게 하고, 대형의 안벽 크레인이 필요하고 동시에 시간당 처리해야 할 안벽에서의 양적하 작업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야드에서도 일시에 장치해야 할 컨테이너가 증가함에 따라 장치면적도 늘려야 하고 야드 장비도 늘려야한다. 최근 머스크라인이 1만 8000teu 선박을 인도 받아 운항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도 부산항 등에 이들 선박이 기항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기항을 유치하려면 항만이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까지 1만 8000teu형 선박을 발주한 선주사는 모두 4개사다.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대우조선해양에 총 20척을 발주해 금년부터 2015년까지 인도 받을 예정이다. Mingsheng Leasing사는 6척의 1만 8000teu급 선박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했고, 또한 중국 컨테이너 선사 CSCL(China Shipping Container Lines)이 현대중공업에 1만 8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의 UASC(United Arab Shipping Company)사도 현대중공업에 1만 8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했고 추가 1척의 옵션계약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스위스 MSC사도 대우조선해양에 1만 8000teu급 3척을 발주했고, 향후 운영선대를 10척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1만 8000teu 이외에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는 최근의 공급과잉 상황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2012년에 1만 2000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만도 총 43척이 준공됐고, 2013년에도 5월 기준으로 41척이 발주돼 연간으로는 작년과 비슷한 규모가 시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1만 2000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2012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 117척이 취항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준공되면 기존 선박을 대체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공급 선복량은 증가하게 된다. 아시아-유럽 항로의 루프 당 투입 척수는 평균 10척이므로, 단순 계산으로도 2013년에 4개 루프정도가 새롭게 1만 2000teu급 선박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발주된 2014년 이후 1만 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준공 예정량은 80척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대로 가면 2015년 말에는 북유럽 서비스의 운항선박은 모두 1만 2000teu급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영국의 해운항만 컨설턴트인 OSC(Ocean Shipping Consultants)사는 금년 6월 로테르담에서 열린 TOC Container Supply Chain Conference에서 2만 2000teu, 2만 4000teu 선박의 등장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하고 있다. Drewry사도 2018년경에 2만 2000teu급 선박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1만 8000teu 선박이 1일 19만 7198달러의 비용이 드는 한편 2만 2000teu급 선박은 22만 892달러, 2만 4000teu급은 22만 9693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만 8000teu 선박이 teu당 10.96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2만 2000teu급 선박은 10.04달러, 2만4000teu급은 9.57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선사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규모의 경제를 최대화시키기 위해 재항시간을 단축하려 한다. 선박이 커질수록 시간당 항만에서 체류하는 자본비가 커지게 되므로 재항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규모의 비경제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선사들은 항만기항 수를 줄여 허브항에서 피더운송을 늘리던가, 아니면 터미널 생산성을 높이라고 요구할 것이다. 특히 선사들은 선박이 대형화돼 물량이 증가해도 재항시간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초대형선을 기항시키기 위해서는 터미널은 많은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머스크가 발주한 1만 8000teu 선박의 크기는 길이 400미터, 선폭 59m, 만재흘수 16미터이다. 흘수에 10%의 여유를 두면 적어도 입출항항로 및 안벽 전면 수심을 17~8미터로 증심해야 한다. 또한 선박의 길이가 400미터에 달하므로 1선석이 450미터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컨테이너 크레인의 아웃리치도 선폭에 펜더폭, 해측레일과 안벽간거리 선박끝단 여유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68~0미터가 돼야 한다. 또한 동일시간 양적하 컨테이너 수가 증가하면서 컨테이너 야드(CY)의 깊이가 1킬로미터 이상으로 늘어나야 하고, 야드장비의 수도 늘리고, 장비의 성능도 대형화, 고속화돼야 한다. 물론 터미널 운영시스템(TOS)도 인공지능화 돼 생산성 저하를 유발하는 사건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네덜란드의 컨설팅사인 TPA사에 의하면 24시간 내에 양적하를 마치려면 9000teu 선박 기항 시에는 안벽크레인이 4대로 시간당 102개를 처리해야 하지만, 1만 8000teu 선박 기항 시에는 시간당 205개를 처리하기 위해 7대의 안벽크레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간 크레인 이용율은 9000teu 선박기항 시 43%에서 1만 8000teu 선박기항 시에는 24%로 떨어지게 된다. 즉 초대형선이 항만에 기항하면 크레인 같은 장비에 대한 투자는 증가되지만 실제 그 장비의 연간 이용율은 크게 낮아져 항만의 투자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현재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크레인의 아웃리치가 68미터이어서 화물 양적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15미터인 항로수심은 증심한다면 ULCS가 만재상태로 입출항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부산신항의 생산성은 숙제다. 1만 8000teu 입항시 평균 양적하 컨테이너 개수는 최대 4500개가 될 것으로 보여 크레인의 투입대수 증가와 함께 크레인 당 생산성을 현재의 30~40개 수준에서 60~70개 이상으로 두 배 이상 향상시키는 투자를 해야 한다.

이미 2000년대 이후 과기부와 해수부가 주관해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비한 첨단항만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사업화가 되고 있지 않고 있는 이 연구결과를 더욱 고도화하는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부산항에 이들 첨단 항만개발 기술과 장비를 설치하는 사업화 투자를 해야 한다. 부산항 환적물동량 둔화에 대한 대비책, 초대형선 기항을 유도할 항만 첨단화 투자 및 항만기술 R&D 추진, 북중국 환적 전용 초대형선 신항만 개발 등의 시급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항만개발에 대한 강력한 정책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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