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우리나라 물류기술이나 해운항만기술, 조선, 자동차, 철도 등의 과학기술연구는 매우 한정된 학자들에 의해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물류기술분야는 독자적인 분야가 아니고 모두 전기, 전자, 기계, 토목 등의 과학기술의 결합체인 것이다. 예를 들어 무인항만 등 첨단항만 기술에 사용되는 각종 장비는 기계, 자동차, 전자, 재료 등의 기술적 결합에 의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고, 화물전용 지하 철도망 구축은 철도기술 이외에도 기계, 전자, 토목, 교통 기술이 결합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과학기술 전공자가 모여 물류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이는 미래물류기술개발의 방향이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이 물류기술과 융복합하여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혁신적인 기술로 개발해서, 신산업이 개발되고,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도록 하자는 창조경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지식경제부가 2010년 발표한 ‘대한민국 산업기술 혁신 비전 2020’에서 앞으로 Fusion Technology가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도할 것이며, 융합을 통해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공간과 시장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 하며, 융복합화를 미래 4대 트렌드의 하나로 꼽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융복합 유형을 물류기술을 사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신기술 간 융합으로 가상현실을 예로 들 수 있다. 특정한 상황 혹은 사람을 가상으로 만들어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치 물류현장의 실제 상황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기술로 CT+IT의 유형이다. 두 번째는 기존제품과 신기술 간의 융합이다. 선박의 설계, 건조, 운항, 유지보수에 관련한 시설 및 기자재를 IT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소의 생산성 향상 및 선박의 성능 향상하는 선박+IT의 유형인 디지털 선박이다. 세 번째는 신기술과 서비스 간 융합으로 지능형 물류를 들 수 있다. 전자통신기술과 물류서비스를 융합하여 실시간으로 물건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배송 물건의 손실 및 비용 등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IT+물류서비스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제품과 서비스 간 융합으로 스마트폰 물류를 들 수 있다. 스마트 폰과 물류서비스, 하역, 운송, 보관 등 물류서비스를 융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물류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 미래변화를 고려할 때 미래 물류기술의 핵심 이슈로 다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IT를 기반으로 한 저비용, 고효율 공급사슬 구축이다. 물류비 절감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기술개발이다. 물류관리 관련 IT 솔루션은 제조, 물류, 유통, 판매, 서비스 등의 물류업무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상황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다. 특히 화주업체나 물류산업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IT솔루션들은 해외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물류환경에 적합한 최적화 및 시뮬레이션 엔진에 대한 차별화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인터넷, 홈쇼핑, 스마트폰 확산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함에 따라 첨단물류기술에 기반으로 한 신 업태의 등장과 더불어 소비자도 신속성, 정확성 등을 주요 요소로 고부가가치 물류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물류기업은 실시간 위치추적, 보안 등 공급체인관리 및 평가체계를 구축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요구된다.

특히 물류표준화 및 공동물류 촉진을 위한 IT 기반의 기술개발도 시급한 상황이다. 저온물류 유통체계 확대,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따른 수송포장기준, 위험화물, 보세화물의 보안성 및 안전성 확보, 환경 친화적 회수물류에 대비하여 표준화 용기기준 등 물류표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두 번째는 글로벌 공급사슬 기술이다. 공급사슬에는 생산자뿐만 아니라 유통업체, 물류업체, 재생업체, 폐기물 처리업체 등 다양한 경제활동 주체들이 참여하면서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전체 공급사슬의 프로세스, 조직,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혁신과 최적화, 리엔지니어링 기술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화주 및 물류기업의 공급사슬관리(SCM)를 구축하기 위한 범용 SCM 플랫폼 및 솔루션 기술을 개발해 해외 기술을 대체해야 한다.

세 번째는 물류산업의 기초가 되는 물류 인프라 고도화 기술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육상수송기기의 개발과 철도수송 및 연안운송 수단의 분담률을 높일 수 있는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글로벌 경쟁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물류인프라 및 연계체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기항에 필요한 초고속 하역 생산성 기술, 화물전용 고속 첨단 철도운송시스템, 고속 연안운송 및 환적시스템, 해저터널기술 등 동북아 교통 물류 인프라 연계를 주도적으로 추진 할 수 있는 첨단 교통물류 인프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친환경 물류체계 및 효율적인 물류 보안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기술이다. 환경부하 저감을 위한 Modal Shift, 친환경기술개발, 자원순환 등을 핵심으로 한 물류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국제 화물 위험요소 증가 및 반 테러리즘 확산에 따른 물류보안제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CSI, C-TPAT, EU의 AEO 제도 등의 주요 교역상대국의 물류보안정책 강화에 따른 국내 관련제도 및 기술적 대응책 마련 필요하다.

즉 물류산업은 물류비 절감뿐 만 아니라, 물류의 친환경성과 물류보안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탄소, 에너지절감형 기술과 신재생 에너지 개발, 그리고 물류보안기술 등을 통해 운송수단 및 물류시설 등 물류부문의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고, 물류보안을 강화하는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미래 물류기술의 방향을 물류기술의 융복합 유형으로 매치시킨다면 방대한 규모의 미래 물류기술 매트릭스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실제 기술개발로 옮기려면 가장 중요한 점이 정부의 정책적 의지이다. 우리나라 해양 및 물류기술개발을 추진해야 할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 등은 부처 분리에도 불구하고 물류과학기술의 소관범위를 나누지 말고, 오히려 물류과학기술의 분야 간 산업 간, 학제 간 융복합 연구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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