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머스크라인과 CMA CGM은 지난 10월 말, 2014년 2분기에 시작할 P3 네트워크 서비스 개황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P3는 머스크라인, MSC, CMA CGM 등 유럽계 3사의 운항 얼라이언스로 아시아-유럽항로, 아시아-북미항로, 대서양항로 등 동서 3대 항로에 총 252척, 28개 항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머스크라인 등 3사는 P3 서비스 개시의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14년 5월 둘째 주 아시아에서 P3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 한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관계 각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P3 얼라이언스는 10월 24일 미연방 해사위원회(FMC)에 P3 네트워크 세부계획을 제출했다. FMC는 45일간의 심의에 들어갔다. 동시에 FMC는 EU와 중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과 함께 세계 정기선 상위 3사의 새로운 얼라이언스 P3 네트워크 승인안건을 협의하기 위한 회담개최를 요청했다.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P3에 대해 각 화주 단체가 경계감을 강하게 표시하고 하고 있어 FMC도 관계국과 연계해 대응을 논의하려는 것이다.

로이즈리스트지에 따르면 중국선주협회(CSA)는 중국정부에 P3 얼라이언스의 등장에 대해 우려 표명하면서 P3의 방대한 스케일이 컨테이너 해운의 불공정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CSA는 브라질 발레(Vale)사의 40만dwt급 선박의 중국 기항을 반대해 이를 관철시킨 바 있다. 항로별 P3의 운항 선박량 점유율은 아시아-북미 항로가 24%, 아시아-유럽항로가 42%, 대서양항로가 40~42%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유럽 항로와 대서양 항로는 점유율 40%를 초과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P3 네트워크는 엄청난 공급능력과 풍부한 서비스망을 갖고 있어 세계 정기선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일본을 포함한 P3 이외의 선사들은 이 공룡의 출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P3 결성의 배경은 알려진 대로 유럽계 대형선사조차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경쟁보다는 제휴를 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선두그룹의 선사들이 안정적인 운임 유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P3의 또 다른 결성목적은 P3 파트너들의 운항효율성과 선박공급능력의 합리화(rationalisation)를 통한 다양하고 유연한 배선 체제를 구축하는 수송효율성에 있다. 즉 효율적인 선대운영 및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 그리고 효율적인 항만 및 터미널 기항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면서도 비용은 크게 절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Drewry사도 P3 결성을 통해 운항스케줄의 정시성, 신뢰성 증대, 기항빈도 증가와 직기항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P3 이외의 선사들이 잘 살펴서 대응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특히 P3 얼라이언스의 공동운항에 따라 항만이나 터미널의 기항이 일부 변화할 수 있는데, 그 기항 방침이 항만이나 터미널 운영사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P3 파트너사들이 어떤 항만이나 터미널에 기항할지, 어떻게 선정할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고 있지 않으나 항만이나 터미널 기항도 합리화 원칙이 적용될 전망이다. P3 파트너사들이 항만이나 터미널 기항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우선 안벽작업능력, 선박재항시간의 개선, 내륙연계 복합운송 같은 상업적 고려사항을 검토할 것이다. 동시에 터미널 운영사와의 효율성 같은 서비스 수준 합의내용, 요율, 법적인 문제 등의 합리화를 위한 고려사항도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만약 P3가 현재처럼 운항되는 각사의 선박과 운항서비스를 단순히 결합시켜서 공동으로 운항한다면 큰 효율성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특정 항만의 기항 터미널을 줄이거나 한 곳으로 집중시킬 경우 항만운영 효율성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특히 200만teu 미만을 처리하는 중소규모의 항만인 경우 한 터미널로 물량을 집중시키는 편이 터미널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고 터미널 운영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P3 얼라이언스가 운항 네트워크를 재설계하면서 좀 더 많은 항만에 기항해 화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선하려 할 것이다. 이전에는 한 선사가 특정항만에 직기항하기위해 연간 5만~20만teu 정도의 최소 물량이 있어야 했지만 P3 얼라이언스 이후에는 3 선사의 물량을 합친 것이 최소물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직기항하는 항만의 수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즉 기항 항만은 늘어날 수 있지만 주요 항만에서의 기항 터미널수는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P3 결성이후 기존 각 선사가 기항하던 주요 허브항만들에 대한 통합 및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계 주요 컨테이너 터미널들의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원칙적으로 아시아-북유럽항로에서는 머스크라인의 기존 허브 및 피더 네트워크를, 그외 항로에서는 MSC와 CMA CGM의 기존 네트워크가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머스크라인이 기항하고 있는 싱가포르항과 탄중펠레파스항은 큰 변화를 겪지 않겠지만 CMA CGM이 기항하던 말레이시아의 클랑항은 주당 9회의 기항이 감소되는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함부르크항과 벨기에 안트워프항은 기항횟수의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겠지만 로테르담항은 기항횟수가 매주 8회에서 4회로 절반이 감소해 북유럽 주요 항만 중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전망이다.

선대운영면에서 P3는 북유럽 항로에 1만 8천teu를 포함한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을 투입해 압도적인 공급량과 함께 컨테이너당 비용경쟁력을 내세워 주도권을 쥘 태세다. 기존의 G6, CKYH의 양대 얼라이언스도 1만teu급 초대형선을 투입하고는 있지만 주력 선대는 아직 8000~9000teu급이다. 서비스 항로(루프)도 P3가 주 8편인데 비해 주당 4~5편에 머무르고 있어 북유럽항로에서 P3 네트워크의 독주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로이즈리스트는 P3의 경쟁자는 더 크고 넓은 얼라이언스가 돼야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해운 컨설팅업체 Dynamar사도 P3에 대항하려면 더 큰 얼라이언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G6, CKYH 얼라이언스의 여타 선사들은 중국, 대만선사를 포함시키는 뭉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할 때인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이 선박의 대형화, 공급능력의 대형화 대응뿐만 아니라 서비스 수준 향상에도 대응해야 한다. 공급사슬관리의 고객요구와 해상수송의 리스크 요인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개발, 제공해야 할 것이다. Drewry사도 지적하고 있지만 P3 얼라이언스 결성으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요인은 3선사간 서비스의 질적 차별화가 없어지는 점이다. P3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승산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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