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일본의 한 보수잡지가 일본 총리의 “한국은 어리석은 나라” 발언을 보도해 며칠 간 국내 언론이 시끄러웠다. 중국은 엉뚱한 나라지만 아직 이성적으로 외교 게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냥 어리석은 나라라는 것이다. 일본이 침략 사실 부정, 역사교과서 왜곡, 일본군 위안부 부정과 같은 퇴행적 역사인식으로 자국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손바닥으로 감추고, 거짓으로 가르치고 있는 일본이 오히려 어리석은 나라 아닌가? 경제, 사회, 정치적 위기를 반한감정 조장, 한·일, 한·중간 영토분쟁 등으로 모면하고 있다면 일본이 어리석은 나라일 것이다. 침략전쟁으로 고통을 준 나라에 참회하지는 못 할망정, 우리나라가 과거 역사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조롱하고 있는 일본을 보면서 일본은 정말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어리석은 나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안중근은 범죄자’라고 한 일본 관방장관의 망언이 이어져 나왔다. 다른 나라의 공신을 살해한 테러리스트를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공신으로 추앙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자는 한국을 불법, 무력으로 점령하고, 인명을 반인륜적으로 살상한 우리나라 침탈의 원흉인 것이다. 그러한 자국 침탈의 전범자를 처단한 것은 영·불간 백년전쟁의 잔다르크의 예처럼 역사상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런 범법자를 처단했다고 해서 영국이 그를 살인자라고 매도하지는 않는다. 비록 역사적으로 전쟁을 하거나, 침략을 할 수는 있었겠지만,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국격(國格)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국의 장관이 그런 망언을 서슴치 않고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 뿐 일 것이다. 일본은 최소한의 국격도 보여주지 못하는 어리석은 나라인 것이다. 달리 보면 어리석은 나라라기보다는, 저지른 그 엄청난 범죄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고 역사를 부정하는 집단적 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를 앓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동북아에서 한·미·일 삼각동맹의 강화 필요성을 제기해 오던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에서 일본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점도 우리에게는 속 타는 일이다. 미국이 한·일 간의 역사 갈등보다 미·일 군사 안보에 더 역점을 두겠다는 것으로, 이 때문에 일본이 한·일간 역사 문제에서 미국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양 의기양양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미국 국방부 고위관료는 유사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한반도에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즉 우리가 안보를 지키지 못하면 일본군이 한반도에 다시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결정을 하는 미국은 한국이 중국견제에 어떤 역할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일 역사문제, 영토분쟁 문제에서는 이미 중국과 묵시적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는, 우리가 중국 측으로 한발 더 나아갈 명분은 되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멀리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일 것이다. 즉 중국은 북한 공산당과 혈맹관계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식민 제국주의로 우리를 유린했다면, 중국은 북한을 지원해 우리의 분단을 고착시킨 나라인 것이다.

실제로 중국 국방부는 엊그제 동중국해의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하였다.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센카쿠)가 포함되어 있고, 우리의 이어도가 포함되며, 제주도 서쪽 상공 폭 20㎞, 길이 115㎞구역인 우리 방공식별구역과 중첩된다. 이에 따라 우리의 비행기가 남쪽항로로 지나갈 공역이 없어지면서 일본 또는 중국에게 허락을 득해야만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해상으로 향하는 미군 항공모함의 활동이나, 제주해군기지 내 군함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거리의 방공 및 초계 활동을 해야 하는 해상초계기 및 헬기의 작전에 제약을 받게 되었다. 또한 중국은 기회만 되면 말해 온 한국의 5광구 7광구 등 남부 대륙붕에 대해서도, 방공식별 선포에 그 무력화를 포함하고 있다고도 주장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한·일, 한·중 영토분쟁을 일본 우경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동시에 평화헌법을 뜯어고쳐 군사대국으로 무장하겠다며, 자위대의 인원, 장비, 예산을 확충하고 해상보안청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새로운 중국 지도부도 해양강국 선언에 이어 조직면에서도 해양력 증대를 위한 강력한 해양경찰체제를 정비했다. 중국 국무원 기구를 개혁하여 중국 국가해양국은 기존의 해양감시 활동 외에도 공안부가 맡던 해양경찰 임무와 농업부가 관할하던 어업지도 업무, 해관총서의 해상 밀수 단속 업무 등을 넘겨받았다. 특히 국토자원부, 공안부 등 4개 기관으로 분산돼 있던 해양집행조직을 국가해양국으로 일원화하여, 강력한 중국 해양경찰을 창설하였고, 해상 주권수호와 법 집행의 총괄적 임무를 맡게 되었다. 즉 일본과 중국은 아시아 지역의 해양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해양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북쪽에 북한이라는 적과 양 옆에 역사적으로 적의 관계에 있었던 두 강대국을 두고 있다.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영해, 영공, 대륙붕 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은 강력한 물리적 방위력을 갖추는 일 밖에는 없는 것이다. 해양영토와 관련하여 한·중·일 배타적 경제수역 미 획정, 한·일 독도영유권과 동해표기, 해저지명, 이어도 등 남부 대륙붕 개발구역 처리 등 해양영토에 관한 갈등 및 분쟁현안이 산재해 있다. 특히 중·일간 영토분쟁이 격화되면서 일본과 중국은 모두 해양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외교적, 군사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어, 우리도 해양영토에 대한 자위적 경비력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선 정부는 국정현안으로 해양력 강화 정책을 천명해야 한다. 동시에 이 선언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적 물리적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해양영토 주권 정책을 수립, 집행할 가칭 ‘해양영토 특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어 해양수산부, 국방부, 외교부 등이 함께 해양력 강화를 위한 정책개발과 공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군, 해군, 해병대 등 해양군사력을 강화하고 그 예산도 크게 늘려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군의 일부와 해양경찰을 합친 연안경비대(coast guard)도 창설해야 한다. 비록 해양경찰의 영문 명칭이 2005년 이후 Korea Coast Guard로 바뀌기는 했지만, 우리의 해양경찰은 주로 중·소형 함정을 보유하고 있는 일반사법권을 가진 경찰에 불과하다. 이는 준군사조직인 미국 해안경비대나 일본 해상보안청과는 성격이 다르다. 중국도 중국해경으로 출범했지만 사실상 준군사조직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도 일본과 미국처럼 해양경찰이 일반사법권을 맡고, 영해 및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의 분쟁대응 같은 해상안보, 환경보전, 인명구조 등의 업무는 대형함정, 잠수함, 전천후 해난구조선, 항공기 등을 무장하고, 유사시 해군의 지휘를 받을 수 있는 준군사조직인 연안경비대를 창설하여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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