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포트 유지하려면 전체 파이 키워야"

해운ㆍ항만 50년 경험, 항해로를 이끈다

"부산 북항 통합은 단순하게 운영사 통합이라는 측면이 아닙니다. 바로 글로벌 환경에서 세계 정기선 항로의 초대형선 투입으로 인해 미증유의 대재편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국내 항만환경의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이 있고, 또 한편으로 부산항이 동북아 항만경쟁에서 글로벌 허브의 역할을 확고히 하기 위한 측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허브포트로 계속 유지 발전 할 수 있도록 하여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것입니다. 우선 파이가 커져야 돌아가는 몫이 커집니다. 그동안 우리는 자기 몫을 챙기는데 급급해서 제대로 파이 전체 크기를 키우는데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한국항만물류협회 이윤수 회장은 올해 항만물류업계의 최대 뉴스였던 부산북항 운영사 통합의 의의를 이렇게 전한다. 부산항의 생존전략은 글로벌 허브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전체 파이를 키워야지만 국내 항만산업과 산업을 구성하는 하역사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국내 항만산업을 대표하는 한국항만물류협회 회장에 취임한 이윤수 회장은 역대 가장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국항만산업이라는 배의 신임 선장으로 항해를 이끌게 된다. 바로 역대 최저수준의 하역요율, 그리고 최악의 경영환경이라는 폭풍 속에서 하역사들에게 안전한 항해로를 제시하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신임 선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에게 업계에서 거는 기대는 매우 높았다. 이 회장이 걸어온 발자취가 선장으로서의 충분한 자격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960년 한국해양대학교 항해과를 졸업한 이후 50년간 우리나라 해운·항만물류산업의 발전을 견인해온 이윤수 회장은 대한해운공사를 시작으로 고려해운, 소양해운 등에서 전문 물류인으로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한일·한미항로 컨테이너 정기선 개설, 한국전력 석탄 전용선 최초투입, 부정기선대 확대라는 결과는 그가 우리 해운물류 산업을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회장은 해운항만청·해양수산부 해운진흥 심의회의원, 해양수산부 행정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외교통상부 해운부문 통상교섭민간자문그룹자문위원 등 국가해양정책 수립에 일조했으며, 한국선박대리점협회회장, 한국항해항만학회회장, 한국해운물류학회 수석부회장, 한국항만물류협회 부회장, 대한서울상공회의소 상임위원 등을 수행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이 부회장은 81년과 85년에 열린 5회, 9회 해운의 날에서 부총리 표창과 동탑산업훈장을 수여받았다.

항만물류산업의 큰 어른이자, 또한 열심히 달리는 한명의 플레이어로써 이 회장은 우리나라 항만하역산업의 방향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동북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력 있는 트랜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도 그렇지만 특히 항만산업도 지금의 글로벌 시대에서 세계 트랜드를 파악해서 그 속에 우리 한국 항만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인지를 파악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제 단순하게 육상과 해상을 연결하는 교차점에서 단순 하역 및 전달 기능만으로는 글로벌 항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세계 7위의 무역규모를 가진 우리나라는 태생적으로 대외의존도가 우리 경제의 주요 요소가 됩니다. 이러한 경제구조에서 수출입 화물을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무엇보다 선하주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총합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2013년 협회단체 부문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한국항만물류협회 이윤수 회장을 만나 국내 항만산업의 현재와 우리의 대응방안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 한국항만물류협회 회장으로써 2013년도 역점 분야는 무엇입니까?
= 현재 항만하역시장은 항만시설수급 불균형, 항만하역업자의 무분별한 난립으로 인한 공급 과잉 및 대형 선·하주에 대한 협상력 부재로 인한 과도한 하역요율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누적되고 있어 이로 인해 산업 전체가 고사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부산항의 경우 신항이 개장하면서 기존의 북항운영사들과 과도한 경쟁을 벌여 하역료가 급속도로 인하되고 있으며, 물량의 신항 쏠림 현상으로 부산항 북항은 물량도 줄어들고 하역비 또한 인하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올 한해 협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을 통한 항만물류산업 경쟁력 강화 및 요율 안정화 방안 마련이고, 둘째는 부산항 기능재정립 및 임대료 체제 개편을 통한 발전전략 수립을 목표로 진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항만물류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업계의 자구노력만으로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협회와 정부의 공통된 입장입니다. 따라서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협의 중에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등록기준 개정을 통한 수급 불균형 해소와 요율 준수 의무 강화를 통한 시장 안정화 방안 마련입니다.

그동안 항만물류업계는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노력 등을 통해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려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부산 북항의 경우 2007년부터 4년간 약 1천명의 인원을 감축했고, 소요비용만 480억원이 들었지만 여전히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법 개정을 통한 자생환경 마련 없이는 대책을 마련할 길이 없어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협회에서는 수년에 걸쳐 시장분석과 요율 안정화 방안을 위한 연구 용역을 수행했습니다. 여기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정부와 국회를 비롯한 유관기간에 수차례 건의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해양수산부와 함께 국회 제출을 목표로 개정안 마련에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산항의 경우 북항 컨테이너 운영사들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396억원의 영업 손실에 이어 2522억원의 당기손실이 발생하는 등 적자가 심화되어 이를 해결하고자 협회에서는 부산항만공사와 정부의 임대료 감면 및 임대료 제도 전환, 북항 유휴선석 기능전환 등 수차례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정부에서는 부산 기능정립·발전전략 TF팀이 출범해 부산항 신항-북항 기능재정립 방안, 임대료 체계개편방안, 북항 터미널 기능 전환 방안, 컨테이너 하역료 신고제 인가제 전환방안 마련을 위해 회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협회는 TF팀에 적극 참여해 문제점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산 북항을 중심으로 현재 항만하역산업의 현재를 말씀드려본다면, 우선 신항과 북항 간 경쟁구도 확대를 들 수 있습니다. 북항의 컨테이너 화물처리 비중은 98%에서 2012년 44.6%까지  낮아졌으며, 올해에는 30% 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물동량 증가폭 감소와 물량의 신항 이전 가속화로 요금 덤핑 경쟁이 촉발됐습니다. 한편 수요와 공급 간 괴리 발생도 현재 항만하역산업의 주요한 과제입니다. 물동량 증가폭이 공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항만시설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현 시점에서 항만하역시장 안정화를 위해 항만운송사업법 개정 추진, 컨테이너 요금제 인가제로 전환 등 정부와 함께 항만물류업계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진력하고,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유지해 항만의 산업평화가 지속적으로 다져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항만의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회원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의 정책 조율과 회원사간 상호 조정에 온 힘을 쏟겠습니다.

-항만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현재의 항만물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지원방안은 무엇인가요?

=우선 항만운송사업법과 관련 제도 개선이, 대표적로 인가요율 준수 조치 강화가 필요합니다. 컨테이너 전용부두 현행 신고제 요금의 인가제 요금으로 전환해 하역업체간 과도한 요금경쟁을 억제하고 인가요금 준수 여부에 대한 감독 및 처벌 강화가 요구됩니다. 이와 더불어 인가요금 준수와 등록기준 충족 등에 대한 실태조사 및 자료제출 요구 근거 규정의 신설이 필요합니다. 또한 사업 진입제도의 개선도 요구됩니다. 항만하역사업 등록기준에 항만 내 야적장 확보 기준을 추가해 무분별한 신규진입 억제가 필요합니다.

부산북항 운영 활성화방안도 요구됩니다. 부산 북항 유휴선석 기능전환 및 통합운영사에 대한 지원이 바로 그것입니다. 유휴선석 일부를 다목적부두로 전환하며, 운영사 통합에 따른 장비 및 인력조정으로 발생되는 비용에 대해 국가 예산 지원이 필요합니다. 공칭하역능력 재산정을 통한 시설수급 조정도 병행돼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지방항만 개발 등 분산 정책에서 선택과 집중의 정책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광양항 컨테이너 터미널이 개장된 이후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광양항을 부산항에 버금가는 항만으로 키우고자 했으나 효과가 미미한 상황입니다. 오히려 부산항을 메가 허브 포트로 육성하는 지원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치열한 아시아 중심항만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외 항만물류산업의 진행방향과 이에 대응하는 협회의 미래 비전은 무엇입니까?
=항만물류산업의 동향을 살펴보면 우선 선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사간 전략적 제휴를 확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형 얼라이언스 운영을 통해 취항노선 다각화, 원가절감 및 선대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입니다. 이와 더불어 선박의 대형화 추세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기준 1만teu 이상 선박이 192척이고, 2015년에는 1만 6000teu급 선박 26척이 항로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만teu 급도 2020년에는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선박대형화는 선사들이 기항전략 변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대형 선사의 주력선대 대형화로 허브앤드스포크 방식이 확산될 것이고, 선사들은 허브항 선택 요건으로 초대형선의 카고핸들링이 가능한 항만환경과 하역장비 현대화, 피더·인터모달 연계 시스템을 요구할 것입니다.

한편 주변국 항만과 허브항 경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입니다. 우선 중국은 권역별 거점항만과 지원항만을 구분하고 터미널 운영통합을 추진해 전략항만을 집중 육성중입니다. 부산항의 경쟁항만인 상해항, 닝보-저우산항, 청도항, 천진항의 경우 부산과의 경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수출물동량을 보유한 상해항은 물론, 운영사를 3개사에서 2개사로 통합한 청도항도 부산항의 무서운 경쟁상대가 됩니다. 한편 일본의 경우 도쿄와 요코하마, 그리고 가와사키항을 통합한 게이힌항, 오사카와 고베항을 아우르는 한신항이 부산항의 화물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우리 협회는 이처럼 급속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항만 물류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한 항만하역장비 현대화자금 지원사업을 통해 항만기능을 향상시킴으로써 항만물류 선진화를 이끌고,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을 통해 하역질서 안정화로 항만물류사업 발전에 기여하며, 노사관계 건전화로 노사정 협의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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