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채무자 회생절차에서 보이는 특이한 제도 중의 하나가 회생절차개시 당시에 쌍방이 채무의 이행을 완료하지 않고 있던 계약에 대한 처리에 관한 규정이다.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항 본문은 “쌍무계약에 관하여 채무자와 그 상대방이 모두 회생절차개시 당시에 아직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이 담고 있는 것이 그러한 특칙인 것이다.

이를 통상 “쌍방미이행의 쌍무계약”이라 하는데, 용선자가 채무자회생절차 절차상의 채무자(“Y”)이고, 선주(“X”)가 채권자인 경우로서, 만일 해당 용선계약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려질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아직 완전히 완료되지 않은 경우가 그 전형적인 사례에 속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X와 Y 사이에 체결된 1년 기간의 용선계약이 회생절차개시 당시에는 4개월의 기간만 지나고 있어서, 아직 8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고, 그 기간 동안 X는 Y에게 해당 선박을 계속하여 제공하여야 하고, Y는 해당 선박에 대한 사용의 대가로 X에게 용선료를 지급하여야 하는 관계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인 Y의 보다 순조로운 회생을 위하여 해당 용선계약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해지함으로써 종료를 시킬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채무자인 Y에게 부여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X로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을 것이나, 채무자회생법의 전반적인 입법취지를 생각할 때, 일반 회생 채권자들의 채권이 회생절차를 통하여 감축되고, 그 지급에 관하여도 장기간에 걸쳐 분할 지급되게 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당계약의 처리에 대한 선택권이 일방적으로 채무자에게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인데, 채무자는 이러한 제도에서 상당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무자의 재산처분권한은 모두 관리인에게 귀속되는데, 관리인의 판단에서 해당 용선계약의 내용이 채무자에게 유리할 경우, 예를 들면 용선료 수준의 시장 용선료(market rate)에 비하여 높지 않은 경우, 해당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채무자에게 유리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 관리인은 해당 용선계약의 해지를 하지 않고 이행을 청구하면 될 것이다. 관리인이 이행을 청구하게 되는 순간 해당 용선계약은 존속으로 확정되는 것이며, 이후에 발생되는 용선료 채권은 ‘공익채권’으로 인정되고, 따라서 회생절차에 상관 없이 변제를 받고, X의 관리인이 채무 이행을 하지 않은 경우, X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반면, 해당 용선계약의 이행이 X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예를 들면 용선료가 시장 용선료에 비하여 현저히 높은 경우, X의 관리인은 법원의 허가를 받은 뒤1), 해당 용선계약의 해지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용선계약이 해지되면, Y는 계약해지로 인하여 입게 된 손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게 되는데, 이 손해배상청구권은 회생채권으로서 회생절차에서 신고기간 내에 신고되어야 한다. 관리인은 이와 같이 쌍방미이행의 쌍무계약을 임의로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는데, 그 기한은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나기 전까지이다.

그런데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나는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관계인 2차 집회기일이 될 것이고, 그 기일이 열리는 시점은 개시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수개월 지난 시점인 경우가 보통이어서, 그 기간만큼, 해당 계약은 유동적인 상태가 지속됨으로써, 채권자인 X는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채무자회생법은 이러한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하여 채권자가 Y의 관리인에게 최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하고 있다. 즉, X는 Y의 관리인에 대하여 계약의 해제∙해지 또는 이행의 여부를 확답할 것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30일 이내에 확답을 하지 않은 경우, 관리인은 해당 계약의 해제권∙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2항).

그 이후의 법률효과에 대하여는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경우와 동일하게 된다. 이와 같은 쌍방미이행의 쌍무계약의 모습은 채무자가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한 상태에서 채무자회생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도 발생하게 되는데, 조선사로서 가급적 신속하게 채무자의 관리인에게 이행 여부를 묻는 절차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1) 채무자회생법 제61조 제1항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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