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여건, 마케팅으로 풀다"

당일 통관ㆍ일일배송서비스 체제 구축
선박 교체ㆍ주3항차 서비스 확대 추진

"항로거리가 400마일로 주3항차 서비스가 불가능한데다 진황도 인근에 대형 수출입 하주를 찾아보기 어려운 최악의 여건 때문에 초기에 굉장히 고전했습니다. 최악의 여건을 극복하고 다른 선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것은 고객 마케팅이었습니다."

내년이면 취항 10주년을 맞는 진인해운의 윤수훈 사장은 한중카페리 후발주자로서 항로 안정화를 이끌어낸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지난 2004년 인천항과 중국 진황도항을 연결하는 9번째 카페리선사로 뒤늦게 운항을 시작한 진인해운은 사업 초반부터 숱한 위기에 직면했지만 고객 마케팅 강화 전략으로 그 위기들을 극복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진인해운의 위기극복 DNA는 최근 한중카페리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의 늪을 해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올해 한중 카페리항로들은 여객과 화물할 것 없이 전년대비 10% 안팎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진인해운은 10월까지 여객은 3만 9504명, 화물은 2만 4455teu를 수송해 5~10%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10월 한달간 여객은 25%, 화물은 38% 증가하면서 한중 카페리선사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진인해운이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불황기에도 성장이 가능한 선사로 거듭나기까지 윤수훈 사장이 흥아해운에서 30여년간 쌓아온 컨테이너 영업 및 운항 노하우가 그 기반이 됐다. 한중 카페리선사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당일 통관서비스 체제와 북경 및 하북성 전역에 일일 배송망을 구축해 대하주 서비스질을 한단계 높여 놓은 것은 윤 사장의 오랜 노하우에서 나온 전략이었다.

윤수훈 사장은 또 해운불황 여파로 한중카페리선사들이 고전하고 있던 2011년 한중카페리협회 회장에 취임해 한중카페리업계가 당면한 과제 해결을 물론 그동안 카페리업계가 미쳐 챙기지 못했던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한 노력도 추진해 지역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9년간 인천-진황도 카페리항로의 안정화와 한중카페리협회 회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는 진인해운 윤수훈 사장이 한국해운신문 2013 올해의 인물 여객선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윤수훈 사장을 만나 진인해운 대표로서, 한중카페리협회 수장으로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항 초기 상당히 고전하셨는데…
=지난 2004년 4월 인천과 중국 하북성 진황도를 연결하는 카페리항로가 첫 취항했으니 내년이면 벌써 취항 10년째를 맞게 됐습니다. 인천-진황도는 항로거리가 400마일로 편도 운항시간이 22시간이 소요돼 주3항차 서비스가 불가능합니다.

여객 및 화물영업 측면에서 주3항차 서비스는 매우 중요하지만 진인해운은 여건상 주2항차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핸디캡을 갖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취항 당시 진황도는 인근에 산업단지가 없고 한국기업들도 거의 진출하지 않았을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었습니다.

-열악한 여건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흥아해운에서 일본 주재원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통관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진인해운이 초기에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최근 불황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통관에서 특화된 장점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타항로에 비해 운항시간이 길고 주3항차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측과 협력, 통관 시스템의 간소화와 개선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결과 중국내 타항만보다 월등히 빠른 통관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게 됐습니다.

또한 고객 마케팅을 강화해 북경, 천진을 포함한 하북성 전 지역, 내몽고 지역의 화물까지 유치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인해운이 선적하고 있는 화물중 진황도시 물량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타지역 화물입니다. 진인해운은 직접 수출입 통관 및 중국 내 육상운송을 위탁받아 하주가 원하는 시간 내에 통관, 선적 및 배송이 이루어 질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북경과 천진, 하북성 지역에 일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남다른 하주 마케팅으로 유명한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취항 당시 항로 여건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하주 마케팅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주2항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인력규모가 타선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7명 안팎으로 구성됐지만 거의 전직원들이 일대일 고객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진인해운은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을 우선 신입사원으로 선발하고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도록 유도해 2~3가지 업무를 겸직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키워내고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만선운항이라고 들었습니다.
=중국 단체 여행객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 4월부터 만선 운항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만선운항이라고 하지만 욱금향호가 1만 2304톤으로 작고 Lo-Lo 타입이어서 여객정원이 348명으로 타선사의 절반수준에 불과합니다.

10월 이후 중국 여유법 개정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향후 여객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Ro-Ro타입의 보다 큰 선박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교체 시점은 인천남항 신터미널이 완공되는 2017년 후로 예상하고 있는데 지금은 인천 제1국제여객터미널 시설이 부족해 선박을 교체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또한 선박 교체시 가능하면 주3항차 서비스가 가능한 선박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카페리가 사양산업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제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벙커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과거에 비해 카페리 사업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한중항로에서 카페리, 컨테이너 공히 추가 선박 투입이 거의 없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카페리가 아직까지는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카페리는 여전히 빠르고 저렴하게 대규모 운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여객의 경우 소상공인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 자리를 경제력이 커진 중국 관광객들과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카페리는 준크루즈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고급화 노력이 필요합니다.

화물측면에서는 핫딜리버리 긴급화물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므로 경쟁력은 있다고 봅니다. 카페리는 항공기와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강점이 있고 컨테이너선에 비하면 빠른 운송을 자랑합니다. 이러한 경쟁력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향후 동북아지역에서 자동차 교차 운항이 허용되면 카페리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한중카페리업계 당면과제는 무엇입니까?
=여러 당면과제가 있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선령제한 문제입니다. 양국 협의에 따라 한중카페리항로는 선령 20년이하의 선박을 최초에 투입해야하고 최대 28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그동안 우리가 꾸준히 제기하고 중국측을 설득해 이번 한중해운회담에서 카페리산업 발전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한 후 조정하기로 어느 정도 협의를 해놓은 상황입니다.

사실 선령문제는 시각을 다르게 접근해야합니다. 크루즈선은 선령이 40년이 넘은 선박도 운항을 하고 있는데 카페리는 선령을 20년으로 묶어 놓는 것은 매우 불합리합니다. 또 중국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재 최대 투입 선령을 28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선주입장에서는 선령제한에 걸린 선박에 대해 투자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사고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 문제는 사업 환경이 나빠지면서 50대 50이었던 한중합작선사 지분비율이 무너져 주주간 갈등이 발생하고 항로 운항중단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중합작선사 지분비율 유지는 사실 민간기업의 문제로 정부나 협회차원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앞으로 양국간 협의를 통해 합작정신을 계속해서 살려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피견인 트레일러 교차 운행사업 문제입니다. 지난 2010년말부터 피견인 트레일러의 양국간 상호 주행을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CIQ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하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견인 트레일러 교차 운행사업은 향후 한중간 자유로운 차량운행을 위한 첫 단추라는 점에서 카페리업계에게는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앞으로 비용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 산동성지역으로 제한된 운항구간을 강소성, 절강성, 섬서상, 하북성 등으로 확대해나간다면 서서히 경쟁력을 갖춰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인해운 윤수훈 사장 약력>

△1950. 6 출생 △1968. 2 부산 동아고등학교 졸업 △1972. 2 동아대학교 공업경영학과 졸업 △1974. 6 대동조선 입사 △1977. 6 흥아해운㈜ 입사 △1989. 6 흥아해운 동경사무소 주재원 △2001. 1 흥아해운 전무이사 △2003. 1 진인해운㈜ 대표이사 △2009.2~2011.2 한중카페리협회 부회장 △2011.4 한중카페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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