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철도공사의 복수화를 통한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와 이를 민영화의 과정이라며 반대하는 철도공사 노조와의 충돌이 연일 우리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장관이 나서 철도운영의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자회사 설립이며,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노조는 민영화의 첫발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를 설립하려하는 것은 철도운영의 경쟁체제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철도 독점운영의 규제완화(deregulation)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철도운송산업은 해상운송, 항공운송, 도로운송과 함께 여객 및 화물 운송을 담당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운송산업은 전력생산이나 통신서비스처럼 공공재로 취급하여 정부가 독점적으로 소유, 운영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독점소유, 운영으로 운송산업의 비효율성을 가져오고, 이용자에게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유경제체제하에서 독점 및 독점적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며, 운송업자에게도 시장진입 및 철수, 서비스 개발 등을 시장기능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상에 기초하면서 많은 나라에서 운송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민영화 등으로 실현하였다. 우리나라도 철도운송을 제외하고는 해상운송, 항공운송, 도로운송 등이 모두 민영화로 규제가 완화되었다.

철도산업의 경우는 유럽 주요국의 경우에서도 민영화한다 해도, 철도시설을 민간에게 매각하는 것보다는 철도서비스만을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이전하는 ‘서비스 민영화’에 국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철도 경쟁도입 정책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이미 사회적 합의를 통해 관련 법령과 장기비전인 기본계획에 따라 단계적인 조치가 진행되어 왔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국영이던 철도청을 민영화하고 경쟁도입방침을 결정하였다.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는 철도청 민영화 대신 철도공사를 설립하였고, 민간참여경쟁 등 구조개혁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기본계획에서도 철도시설(비경쟁부문)은 SOC이므로 국가가 소유하되, 철도운송(경쟁부문)은 코레일 외 민간에게도 개방(Open Access)함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말에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부산, 수서-호남 간 고속철도(KTX)의 운영권을 민간기업에게 넘기기로 하고, 신규 노선에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추가 발급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민영화 추진 정책은 당시 정권말기 상황에서 여론의 반대에 밀려 그 결정을 다음 정부로 미루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2년밖에 남지 않은 수서발 KTX 개통에 따른 운영사 문제를 이명박 정부의 당초 민영화 계획보다 후퇴한 코레일의 자회사로 설립하기로 하였다. 당초는 운영권을 민간에게 매각하되 민간기업 지분을 49%로 제한하고 이를 다시 일반국민 공모, 공기업, 중소기업에 할당하여 대기업 지배가 불가능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번 수서발 KTX 운영사는 공공자금 51%와 코레일 49% 투자로 설립하여,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철도운송산업의 경쟁체제 도입이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영화에 따른 재벌특혜논란, 요금인상, 고용유지, 안전운행 등 사회적 불안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최근 철도 경쟁체제의 당위성을 공항공사 간 경쟁에서 성공한 한국공항공사 사례를 인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부담한 부채규모와 수익성면에서 코레일과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둘 다 공항을 관리 운영하는 같은 성격의 공기업임에도 이 두 공기업은 모두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공항공사는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을 인천공항공사에 떼어 주었지만, 경쟁을 통해 지금은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 모두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한국공항공사는 2001년 5월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기점으로 2002년에 3,433억 원의 영업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인천국제공항공사도 1,03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10년 후인 2012년에 각각 1,382억 원과 4,994억 원의 영업수지 흑자를 기록하였다. 단순히 흑자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세계공항서비스(ASQ) 부문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인천국제공항은 2005년 이후 2012년까지 최우수공항 8연패를 달성했으며,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김포공항은 2010년 이후 2012년까지 중형공항부문 최우수공항 3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인천공항까지 독점했다면 이와 같은 흑자를 내면서 세계 최우수 공항으로 만들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공항 중 김포공항 등 7개 공항이 국제공항이고, 여기서 2012년 기준 총 961만 명의 국제선 여객과 15만 8천 톤의 국제선 항공화물을 처리하였다.

그러나 한발 더 나가 한국공항공사가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다면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국제선 실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선 항공노선을 주로 운영하고, 국제선 노선은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포공항은 김포-하네다, 김포-오사카, 김포-홍차오 등의 전세기 노선을 운영하며 국제공항의 면모를 갖추었지만, ‘김포공항의 국제선 전세편 운영규정’에 의해, 김포공항은 반경 2,000㎞ 이내의 공항과 정기성 전세편 노선 개설만 가능하다. 그러나 2,000km이내 공항 49개 중 단 7개 공항만 노선허가를 득했을 뿐이다. 여기에 2,000km이상 거리의 공항은 아예 국제선 노선을 개설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2,100Km 이내의 김포-홍콩, 김포-광저우, 김포-센젠 노선 등이 개설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공항발전에 큰 제약요인이다.

김포공항은 당초 국제공항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기본 시설은 물론, 도심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여기에다 공항시설 활용률이 2012년에 49%로 혼잡도가 낮아 출입국 수속 또한 간편하다. 실제로 서울시내에서 김포-하네다 노선을 이용할 경우 공항접근, 수속, 비행, 도심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은 3시간 30분으로 인천-나리타 노선의 6시간에 비해 2시간 30분 이상 절감된다. 단거리 국제선 비즈니스 지원공항(Biz-Port)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김포공항에 국제선 경쟁 체제를 갖춰준다 해도 국제선 공항서비스의 개선으로 더 강한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시장 파이가 커질 수 있고, 양 공항공사의 이익은 지금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수서발 KTX 운영사가 설립되어 기존 코레일과 철도운영에서 경쟁을 한다 해도, 서비스 개선이 이루어지면 철도 이용객의 파이가 커져 결국 수익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공기업들이 벌이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제선 항공과 철도 운송서비스에 대한 국민편익 증진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철도 운영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김포공항에 폭넓은 국제선 노선개설 허용여부 같은 경쟁정책은 특정 공기업의 이익보다는 국민의 운송서비스에 대한 편익 증진이라는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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