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중국은 상하이를 자유무역특구(시범구)로 지정하여 홍콩처럼 자본주의를 도입한 특구로 만들겠다고 하였다. 일본도 아베총리가 나서 아베노믹스의 실천전략으로 국가전략특구를 지정하겠다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과 일본은 몇몇 대도시를 통째로 경제특구로 지정해,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런 중국과 일본의 작심한 경제특구 전략 경쟁에 대해 우리의 경제특구전략은 어떠한가?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특구 추진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의 경제특구 전략이 경쟁을 할 수 있는가 살펴보아야 한다. 자칫 한·중·일 간의 해외 투자기업 유치에서 우리가 가장 뒤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상하이 자유무역시범구’는 작년 9월 정식으로 출범하였다. 상하이 자유무역시범구에 대하여 분분한 의견이 있었으나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자유무역지구(FTZ)가 중국의 시장경제와 무역 및 투자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중요한 국가전략 사업으로 보고, 앞으로 30년간의 경제번영을 내다보고 실행한 것이라 한다. 여기에 금년 1월 22일 신화통신은 중국 중앙정부가 상하이 자유무역지역(FTZ) 이외에 톈진시와 광둥성을 포함한 12개 FTZ도 추가 승인하였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중국정부는 앞으로도 FTZ 조건을 충족하면 FTZ 수에 제한과 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 하고 있다.

상하이 등 중국 자유무역시범구 목표는 서비스업 개방과 외자투자 관리체제를 개혁하여 새로운 무역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자본의 통화환전과 금융서비스개방, 투자와 신규정책의 일체화, 상업무역의 국제화 및 법제화 환경조성, 국제수준의 무역투자 편의성, 화폐환전자유, 최단시간 검사관리 등을 실행함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자유무역시범구 지정으로 인해 해운, 금융, 서비스 산업은 물론 항만배후지 기업유치,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우리에게 큰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하이 자유무역시범구 설립에 따라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중국기업이 소유하거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외국적 선박에 대한 연안환적을 허용했다. 부산항을 기항했던 산둥성과 닝보항 환적물동량이 이 조치로 상하이항을 통해 직기항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상하이 양산항을 환적 목적항으로 하여 출발해도, 출발지 항만에서 관세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관세환급과 연안환적조치로 인해 상하이 양산항은 중국 수출화물 환적항으로서의 경쟁력을 갖게 되며, 지금까지 중국 수출화물 환적물동량의 80%를 처리하던 부산항의 경우 타격을 입게 되었다.

한편 일본의 아베총리는 일본재흥전략을 추진하면서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국가전략특구'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몇 군데 대도시를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하여 규제완화와 세제우대 등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여, 국내외 인력과 자본을 유치하고 대도시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여 경제재생의 기폭제로 삼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가전략특구 관련 법안이 작년 11월 각료회의와 중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2014년 중에 전국에 도시규모의 3-5개 국가전략특구가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지역 선정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거론되고 있는 몇몇 사례를 보면, 획기적인 규제완화와 감세제도를 통해 경제 활성화, 외자유치에 앞서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첫째는 고베, 오사카 두 도시와 양 항만 부두회사 4자가 연대하여, 한신항 국제 컨테이너 전략항만을 국가전략특구로 제안하는 사업이다. 한신항을 국제 허브항을 재구축하고, 국제물류를 강화하여 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과 기업의 자본· 인력·고용 확보를 목표로 한다. 또한 현재 일본 발착 컨테이너화물이 부산항 등에서 환적되어 북미·유럽으로 수송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부산항으로 향하는 서 일본 항만들의 해외 환적화물을 내항피더에 의해 한신항 등에 집적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주변도 국가전략특구로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 외국기업의 직접 투자액을 약 393조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하네다공항 국제선 활주로와 터미널 신설로 발생한 철거지역과 그 주변 지역에 국가전략특구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이 제안사업은 하네다 공항 주변 지역에 중소제조업 지원, 일본 문화산업 해외 진출, 첨단의료 등 3개 부문이 집약된 특구를 만들어 아시아의 거점공항으로 육성할 하네다 공항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이 역시 인천국제공항에 빼앗긴 동북아 항공화물시장에서의 우위를 되찾기 위한 방안인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자국의 국가적 경제 돌파구로 경제특구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외기업 유치를 위한 각종 인센티브를 경쟁적으로 제시하며, 동시에 그동안 우리에게 빼앗긴 해상 및 항공 환적화물을 자국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가 지난 10년간 지정한 인천, 부산진해, 광양,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동해안, 충북에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였지만 전국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1∼2곳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마다 한 곳씩 지정하면서 경제특구정책을 지역발전을 위해 감세 시혜를 베푸는 지역개발정책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현 정부의 공약사항인 ‘해양경제특구’ 조차도 추진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박대통령은 부산을 해양경제특구로 지정해 해양수도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했고, 이에 정부는 부산항을 포함한 전국항만을 대상으로 한 항만·해양산업 고도화를 위해 해양경제특구법 제정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 등 정치권에서 법안의 보강을 요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의 반대에 부딪혀, 해수부는 용역을 발주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지난해 말에 법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2012년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액은 99억 달러로 국내 총생산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규모로 OECD 34개국 중 25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항만 배후부지 고부가가치 외국 기업유치는 구호에 그치고 있고, 한반도의 동북아 물류중심지 역할은 그 빛을 점차 잃어 갈 태세이다. 정치권과 지자체는 자기 지역발전만 외치고, 기재부는 세수감소에만 신경을 쓰고, 산자부는 지역 형평성만 주장하고, 해수부는 기재부와 정치권의 반대에 밀리면서, 국가차원의 경제특구를 추진할 부처나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국가적 경제특구정책을 수립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갑시다.” 이 문제도 이렇게 대통령이 직접 말하고 나서야 풀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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