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법학박사

▲ 김인현 고려대 교수
아직 2007년 12월 발생한 태안유류오염사고의 처리도 완료되지 않은 터에 여수지역에서 다시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해 1995년 시프린스호 사고의 악몽이 떠오르고 있다. 위 사고들은 유조선에서 기름이 흘러나온 경우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육상의 부두시설(송유관)에서 기름이 흘러나왔다. 따라서 손해배상 문제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

유조선에서 기름이 흘러나온 경우에 민사책임협약이라는 조약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의 유류오염은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의 적용을 받게 된다.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유배법)은 전자를 국내법화한 것이고 상법의 선주책임제한제도는 후자를 국내법화한 것이다(본 사안에서 사고선박의 선적국법에 따라 책임제한이 되고, 선적국인 싱가포르법도 1976년 조약을 따르고 있으므로 우리 상법과 유사하다). 이들 법에 따라서 선주는 책임을 일정한 액수로 제한할 수 있다. 선주의 책임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일정한 한도로 추가적인 보상이 가능한 국제기금제도가 전자의 경우에는 적용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없기 때문에 후자가 적용되면 유류오염피해자는 불리하게 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유조선(우이산호, 싱가포르 선적, 총톤수 약 16만 4천톤)이 정상보다 빠른 속도로 부두에 접근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기름이 유출된 원유부두의 시설들은 고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움직임이 있었던 유조선측이 더 많은 과실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조금이라도 원유 부두시설측의 과실을 밝힐 수 있다면 유조선측과 부두시설측은 유류오염으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공동불법행위(민법 제760조)를 저지른 것이 된다. 공동불법행위의 경우에 불법행위자들은 모두 연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손해 전액을 공동불법행위자중 누구에게나 청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손해에 대한 기여도가 낮은 부두시설측에게 전액에 대한 청구도 가능하다. 물론 과실이 더 많은 유조선측에도 전액청구가 가능하다.

이들이 자신들이 부담하게 될 이와 같은 손해배상책임을 보상받기 위해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면 우리 상법상 피해자에게 책임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상법 제724조 제2항)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들 책임보험자들에게도 또 전액에 대한 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니까 피해자들에게는 4곳의 청구 상대방이 있는 셈이다. 다만, 유조선측에 청구하게 되면 유조선측은 책임제한의 이익(약 300억으로 책임이 제한됨)을 누리게 된다.

전체 피해액이 예컨대 1000억원이라고 하면 700억원을 받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책임제한절차라는 시간이 걸리는 절차를 통해 배상을 받아야 하는 불리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제한제도가 없는 육상 부두시설측에 먼저 청구하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유리하다. 먼저 배상을 하게 된 육상시설측은 유조선측에게 과실비율만큼 구상청구를 하게 될 것이고 이 때 유조선의 책임은 제한되게 된다. 책임제한액과 전체 손해배상액과의 차액부분만큼은 육상부두시설측이 감수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육상 부두시설측도 책임보험에 가입돼있을 것이고 그 차액은 결국 보험료로 이미 계상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유류오염의 피해자들이나 육상 부두시설측은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과실이 더 많은 유조선측에 대한 채권확보의 수단으로서 그 선박을 가압류하거나 선박우선특권을 이용해 선박을 압류해 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현장에 있는 선박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보다 더 확실한 채권확보수단은 없을 것이다. 유조선측은 선박의 운항에 지장이 있는 가압류 혹은 압류를 피하기 위해 상대방 변호사측과 사전 협의해 책임보험자인 P&I 클럽의 보증장(장차 정당한 손해배상을 모두 하겠다는 약속을 담음)을 제출하고 출항하였을 것이다.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에 따르면, 환경오염의 원인자가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 규정이 적용되면 피해자들이 원인제공자인 육상 부두시설측이나 유조선의 과실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육상 부두시설이 오염의 원인을 제공한 자인지는 밝혀내야하므로 결국 육상 부두시설의 과실이 1%라도 있는지 피해자들은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조선과의 구상관계의 문제도 그렇고 육상 부두시설의 과실이 몇%나 되는지가 본 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세가지 경우를 나누어서 살펴보자. 만약, 첫째 유조선이 육상부두시설과 접촉해 선체에 구멍이 나서 기름이 흘러나온 경우(1995년 호남사파이어의 경우), 둘째 이번 사고와 같이 선박과의 접촉으로 육상시설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된 경우, 셋째 선박과는 전혀 무관하게 부두시설에서 기름이 유출된 경우로 나누어보자.

첫 번째 경우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안으로서 유배법이 적용되게 된다. 이 경우는 유조선측은 무과실책임을 부담하고 책임제한이 가능하지만 선주는 강제적으로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는 책임보험자에게 직접청구가 가능하다. 책임제한을 넘어서는 일정액까지는 정유선사들이 갹출한 국제기금에서 추가보상이 가능하다. 그리고 책임제한기금은 유류오염 손해자들끼리만 나누어서 가진다.

그러나 두번째와 세 번째는 유배법 적용 밖이다. 이 경우 과실이 있는 유조선측에 청구를 하게 되면 유배법이 적용되는 것(약 1600억원) 보다 훨씬 낮은 정도(약 300억)로 책임제한이 되고, 그 나마 다른 채권자들과 유류오염피해자들은 경합해 배상을 받게 된다(이번의 경우 유조선측에 대한 청구채권은 육상부두시설 피해에 대한 청구액과 유류오염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액이 포함되고, 피해자들은 이들과 경합해 책임제한기금을 나누어서 가지게 됨).

만약 다른 공동불법행위자가 충분한 배상능력을 갖지 못하게 되면 피해자들은 결국 충분한 배상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공동불법행위자에 해당하는 육상시설측이 충분한 배상능력을 갖는 경우에는 선주의 책임제한으로 생기는 차액은, 과실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동불법행위자가 부담하는 형국이 됨).

세 번째 육상 부두시설자체만의 과실로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한 경우와 달리 두 번째와 같이 유조선의 과실로 육상 부두시설에서 유류가 배출된 경우에는 유배법이 적용되도록 입법개정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민사책임협약등 조약의 개정도 필요함). 유배법이 적용되는 사안이 되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강제적으로 책임보험에 가입돼있는 등 피해자의 충분한 보상이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법제가 잘 갖추어져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보호되고, 사고초기에 이번 사고와 같은 사회적인 혼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국제기금에 분담금을 납부하는 정유회사도 분담금 납부에 대한 혜택을 받게 된다.

이번과 같이 육상의 송유관에서 흘러나온 유류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고초기의 배상문제의 혼란에 그럴 수도 있다고 자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웃국가에서 발생한 사고들에서 교훈을 얻고 선제적인 조치들을 취했어야 한다.

3년전인 2010년 7월 16일 중국의 대련에서도 육상의 송유관 폭발사고로 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해 어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우리나라 언론에도 크게 보도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육상의 설비에서도 대형유류오염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 한척씩 대형유조선이 원유를 수입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우리 경제는 성장했다. 선박의 운항도 소중한 것이고 육상유류저장시설도 또한 소중한 것이고 인근지역의 어민 또한 소중한 우리 국민들이다.

오염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자들 및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에 하나 오염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들이 충분히 그리고 신속하게 배상 및 보상을 받는 법적 장치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육상시설로부터의 오염사고의 경우 기존에 잘 갖추어진 해상의 유배법제도를 벤치마킹해 신속하고 충분하게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captainihkim@korea.ac.kr)(201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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