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3D 프린팅 기술은 알려진 대로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까지 불리고 있다. 현재 계속 개발되고 있는 이 새로운 기술은 비용이 많이 드는 대규모 인력에 의존하던 제조업이 인력 의존에서 벗어나 자동화 생산기술로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 몇 십년동안 글로벌리제이션 추세는 임금이 저렴한 곳에서 생산하는 대신 소비지까지 수송하는 수송비가 발생하는 결과 인건비 절감이 수송비 중가를 커버하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기술로 인해 이와 같은 수송비와 임금 사이의 상호관계를 전제로 한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 추세를 반대로 돌릴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지난 수십 년 간 방대한 양의 소비재들이 극동지역 국가에서 서방세계로 이동하는 글로벌리제이션 추세로 인해 대형 해상운송업체나, 항공화물 운송사들은 많은 혜택을 받았다. 따라서 글로벌리제이션에 대한 도전은 글로벌 운송산업에 대한 위협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물류과학기술학회에서도 다루어졌던 3D 프린팅 기술에 대해, 이 기술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물류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를 Transport Intelligence 사의 분석기사 등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3D 프린팅 기술은 원래 시제품 제조 자동화 방법으로 개발되었다. 이 기술은 컴퓨터로 지원되는 설계도대로 플라스틱, 세라믹 또는 금속 분말 등의 재료를 이용해 한 층씩 프린팅을 하여 삼차원 구조물이 생성 될 때까지 인쇄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대량생산방식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가져 오는 경제적 생산방식이지만,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측면에서 비경제적 생산방식이다. 3D프린팅 기술은 기계 부품, 신발, 패션 아이템과 액세서리 및 기타 소비재 등을 디자이너나 엔지니어가 수정하고 검토하기 위해, 그리고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샘플을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는 기술이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은 기존의 생산방식에 비해 재료사용이 매우 효율적이고, 폐기물이 적게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다. 각 제품을 개별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량 맞춤(mass customisation)' 기술에 이상적인 생산방식이 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소비자들은 구매하는 상품에 대한 개별적인 요구를 할 수 있고, 3D 프린팅 기술은 이러한 개별적 요구에 부응한 정확한 사양으로 제조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시제품 제작에 사용되는 3D 프린팅 기술이 기존의 글로벌 제조산업을 대체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 관심사이다. 분명히 대규모 제조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되기에는 대량생산체제에 비해 현재의 3D 프린팅 기술이 해결해야 할 제약조건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기술이 발전되면서 생산속도도 증가하고 단위 비용도 줄여나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3D 프린팅은 많은 부품의 조립이 필요한 제품생산에 특히 적합할 것이다. 조립단계를 제거함으로써 인건비 절감이 이루어 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부품에 대한 재고 보관을 없앨 수 있고, 관련 유통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생산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3D 프린팅 생산기술이 글로벌 공급사슬 비용을 재조정 하는 경우에만 가능 할 것이다. 즉 총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운송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동안 저가 생산이 가능한 중국 등 원거리에서 생산하던 방식에 대한 이론적 논리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대신 이러한 생산 제조시설이 유럽이나 북미 등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

제품이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산철학은 재고나 수송부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생산에 관련된 부품이나 원자재의 재고를 크게 줄일 수는 있지만 일시에 많은 수요가 발생되면 많은 양의 공급을 위해서는 고비용의 빠른 운송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3D 프린팅 기술의 비용이 더욱 저렴하게 되면, 일부 가정에서 필요한 생활용품은 소비자의 가정에서 제조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물류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대해질 수 있다.

3D 프린팅 기술이 글로벌 물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해 보면, 첫째, 그동안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대부분이 북미와 유럽에 가까운 곳에서 공급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해상운송화물 및 항공화물의 물동량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대량 맞춤생산을 하게 되면 재고수준이 낮추는 효과가 있어 창고 공간에 대한 수요 또한 하락할 것이다. 셋째는 제조 공정이 하나의 시설 내에서 다 이루어지면서, 그동안 조립생산이나, 부품공급을 받아 생산하면서 형성되었던 공급사슬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공급사슬에 참여하던 물류 수요가 대폭 감소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등 부품공급 물류의 보관 및 수송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넷째, 유통물류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기존의 제조업체-도매-소매의 관계가 허물어지고, 제조업체에서 직접 주문을 받아,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되는 형태의 유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3D 프린팅 기술이 효율적인 제조방식으로 정착되면 물류산업에게 새로운 수요도 가져다 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물류수요는 3D 프린터에 소요되는 원료 즉 ‘피드(feed)’의 저장 및 수송수요가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3D 프린터가 일반 대중에게 보다 저렴해진다면 이러한 원료에 대한 택배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3D 프린팅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3D 프린터가 이미 몇 백 달러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에 생산된 제품의 30%는 어떤 형태로든 3D 프린팅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0년에는 그 비중이 8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작년 11월에 있었던 유럽의 한 포럼(3PL Summit and Chief Supply Chain Officer Forum)에서 3D 프린팅 기술이 혁신적인 생산방식이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생산방식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보완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물류기업은 이러한 기술발전의 추세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물류회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 많은 물류CEO들은 이와 같은 근본적인 생산방식의 변화에 의해 미래 물류회사는 4PL, 또는 서비스관리 회사와 비슷한 형태로 발전되어야 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배송 서비스, 파트너 관계 관리, 계약과 같은 지식관리 기능이 주된 업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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