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선장/법학박사

▲ 고려대 김인현 교수
최근 정부가 기존에 논의돼 왔던 해운보증기금을 대체하는 해운보증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첫째, 해운보증기금제도에서 보증보험제도로 변경해 추진한다. 둘째, 새로운 보증제도는 보험업법에 의해 정책금융기관의 자회사형식으로 만들어 지고 별다른 특별법의 입법이 필요없다. 셋째, 주요기능은 대출보증, 선박은행(tonnage bank) LTV보증이다. 넷째, 자세한 내용은 용역을 통해 6월까지 마련한다.

필자는 금융법학자는 아니지만 보증과 보험은 상당한 차이가 있을 터인데 하는 의문이 들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정부의 입장이 최근 갑자기 변경된 것 같아서 같이 토론하고 더 바람직한 기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자 적는다.

1. 보증과 보증보험의 차이
보증제도와 보증보험제도는 유사하면서도 몇 가지 다른 측면이 있다. 선박회사 甲이 은행 乙로부터 차금을 하게 될 때 乙로서는 대금 회수를 강화하기 위해 담보를 요구하게 된다. 이때 보유하고 있는 선박 등 자산이 많이 있으면 선박회사 甲은 선박을 저당으로 넣어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자금력이 튼튼한 제3자인 丙에게 보증을 부탁하게 된다. 보증은 채권자인 乙 은행과 제3자인 丙 보증인과의 계약이 된다. 제3자인 丙이 상인(은행 등)인 경우에는 甲과 丙은 연대채무관계이기 때문에 연대보증과 같이 채권자 乙 은행은 바로 丙에게 채무의 변제를 요구할 수 있고, 그 만큼 채권자 乙의 지위가 강화된다.

보증보험은 위에서 甲 선박회사가 丙(보증보험회사)과 보험계약을 체결해 자신이 乙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해를 丙으로 하여금 지급하게 하는 것이다. 계약의 당사자는 채무자인 선박회사 甲과 丙 보험회사가 된다. 보험료를 납부하는 자는 甲이고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받는 자(피보험자)는 乙이 된다. 즉, 타인을 위한 보험이 된다. 비록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채권자 乙은 상법의 규정에 의해 보험자 丙에게 청구가 가능하게 된다(상법 제639조 제2항).

2. 보험업법의 적용
틀림없는 것은 최근 발표된 보증기구란 보험업법의 적용을 받는 보험회사가 된다. 보험업법에 따른 회사라면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돼야 하고 보증은 할 수 없다. 보헙업법에 따라 보증은 보증보험이라는 제도로 운용돼야 한다. 그리고 보험회사는 다른 종류의 영업은 할 수 없기 때문에(보험업법 제4조) 선박은행(tonnage bank)의 기능을 한다는 것은 약간 의문이다. 선박은행은 부실화된 해운기업의 선박을 시가 보다 비싸게 사주거나 싸게 되파는 기능 혹은 리스백을 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안다. 보험업법에서 이러한 영업이 허용될지 약간 의문이다. 보험법 제11조의 보험법 겸영업무에 해당하거나 아니면 제115조의 자회사에 해당해야 한다.

나아가 보증보험은 보증의 성격과 보험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기 때문에 민법의 보증제도와 상법의 보험제도의 법리가 모두 적용되게 되므로 법률관계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LTV 보증이라는 의미는 첫째 선박회사의 경제사정에 따른 신용을 평가해 보증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선박 등 자산가치를 평가해 보증을 한다는 의미로도 생각되고 둘째 LTV 변동이 생겨서 담보가치가 낮아져서 대출이 어려울 경우에 보증을 통해 신용을 강화시켜준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러한 개념은 보험계약에서는 보험료로 모두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보증에서 보증보험으로 변화된다면 무관한 내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3. 보험회사가 되는 경우의 선결과제
새로이 생기는 해운을 위한 보증보험회사는 해운기업이 경제적으로 위기에 봉착했을 때 시장경제에서 금융상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구상된 것이므로 이러한 목적에 맞게 설계돼야 할 것이다.

(1) 보험가입의 용이성
甲 선박회사가 乙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고자 할 때 시중의 영리보증보험회사는 甲이 대금을 갚지 않을 경우 보험금 형식으로 이를 보상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甲 선박회사의 보험사고 가능성이 높으면 보험요율도 이에 따라 높아질 것이고, 너무 높은 경우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새로이 생기는 해운보증보험회사는 이러한 경우에 기능을 할 목적으로 즉, 시중에서 자금을 대출받으려 할 때 신용이 낮은 선박회사에 보증보험을 통해 신용을 강화해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렇게 운용된다면 해운보증보험회사로서는 수령하는 보험료의 합계보다도 지급되는 보험금이 많아질 터인데 정부가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는 플랜을 가지는 지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결국 일반적인 영리보험회사와 같은 영업방식으로는 어렵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2) 청구권 대위 및 구상의 문제
보증보험도 일종의 손해보험이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손해를 야기한 자에게 피보험자가 가지는 청구권을 대위행사 할 수 있다. 즉, 보험자인 丙은 채권자 乙이 채무자 甲에게 대해 가지는 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다(상법 제682조). 우리 대법원은 비록 채무자 甲(보험계약자)이 보험료를 납부하는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는 甲에게 구상청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또 다시 손해배상금만큼을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을 보험계약자에 해당하는 甲 선박회사가 겪게 된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 반대하는 학설도 있다. 구상을 허용하지 않으면 甲은 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것을 기화로 대금을 갚지 않고 채무불이행을 하고 그 자금으로 더 급한 선박의 운용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상법상 청구권 대위규정은 임의규정이므로 개별 약관에서 대위권에 대한 규정을 둘 수 있고 실무상 보증보험약관은 이를 인정한다.

또한 보증보험에서 보험자는 민법상 보증인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한 때에는 보험계약자에 대해 구상권을 가진다(민법 제441조).

(3) 고의면책
원래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의 고의 혹은 중과실로 인해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상법 제659조). 보증보험은 계약의 내용을 이행하지 아니해 발생하는 손해를 보험의 형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므로, 채무자의 고의 혹은 과실로 인해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게 된다. 채무자인 甲이 최선을 다해 채무를 변제하려고 하였지만 불가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경제사정이 나빠지자 의도적으로 변제를 하지 않아 보험사고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채무자의 고의 혹은 중과실이 있는 경우라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학설은 이러한 경우에도 보증보험의 성질상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된 약관은 유효하다고 한다. 고의 혹은 중과실의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이와 반대로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할 것인지는 보험약관에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사정이 나빠 보증보험사고가 많을 것이 확실한 경우에 과연 해운보증보험사가 어느 정도 보험가입을 허용할 것인지도 해결돼야 할 문제로 생각된다.

(4) 보험법의 적용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사이에는 보험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사이에는 각종의 의무와 권리가 부여된다. 보험계약자인 甲 선박회사는 보험자인 乙에게 중요한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보험계약은 해지되고, 고지의무위반사항이 보험사고와 인과관계가 있으면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은 거절된다. 보험자도 중요한 사항에 대해는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부과된다.

보험계약 중에도 위험이 변경되면 통지할 의무가 보험계약자인 선박회사 甲에게 부과된다. 보험계약이 해지되면 피보험자인 은행 등 채권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보증이라면 이러한 의무가 보험계약자에 해당하는 선박회사에 부과되지 않고, 피보험자에 해당하는 은행(보증에서 채권자)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4. 제도의 구성
보증보험회사는 보험업법상의 회사이다. 원칙적으로 보증보험도 계약의 일종이기 때문에 보험계약자 甲과 보험자인 乙의 계약으로 법률관계가 결정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선사들이 쉽게 보증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약관내용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선박회사들이 보험계약자로 들어가게 되면 보증보험회사는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 할 것이다. 경제사정이 좋은 선박회사들은 보증보험요율이 낮은 영리보험사로 갈 것이기 때문에, 영리보험사와 보험요율을 같이 해야 할 것이고(보험업법 제129조), 이는 결국 해운보증보험회사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인 바 이에 대한 법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증기금제도하에서는 특별법에 따라 특별기금이 마련돼 시장경제에서 처리되지 않는 보증의 형태로 운용이 될 터이고 정책금융이 가미돼 손실보전도 가능한 형태가 아니었나 생각되는데, 보험업법상의 보증보험회사로 하면서도 특별법의 제정없이도 정책금융적인 성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6월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안이 마련된다고 하므로, 이러한 궁금증이 모두 해소되는 좋은 그림이 그려진 해운보증보험제도의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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