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20세기 후반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리콘 칩, 피임약이나 수소폭탄 등을 꼽을 것이다. 그 발명품에 해운 컨테이너를 포함시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56년 말콤 맥린(McLean)사에 의해 사용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철재 상자인 컨테이너는 20세기 후반의 해상운송 뿐 만아니라 세계 경제활동을 크게 변화시킨 발명품이다.

스웨덴의 룬드대학에서 2013년 2월에 발행한 "세계 무역의 컨테이너 혁명의 영향 분석' 이란 논문에 따르면, 컨테이너화가 세계 무역증대에 미친 영향을 가늠해 볼 수가 있다. 컨테이너화에 의해 1962년부터 5년간 국가간 무역이 무려 320%가 증가하였다. 그리고 이후 20년 동안에도 790%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양국간 상호무역협정에 따른 무역 증가율 45%나,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등 다자간 무역협정에 따른 무역 증가율 285%보다 월등히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 일부 경제학자들은 컨테이너가 지난 50년 동안 서명된 모든 자유무역협정(FTA)보다 세계무역을 더 많이 증진시켰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비용과 시간의 단축에 의한 생산성 향상으로 볼 수 있다. 선적비용은 기존 재래 화물선 방식에 의하면 톤당 5.83달러이었으나, 컨테이너 도입 후에는 톤당 0.16달러로 크게 절감되었다. 그리고 선적 생산성도 기존방식에 의하면 시간당 1.7톤에 불과했으나, 컨테이너 도입 후 시간당 30톤 이상 선적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선박의 항만체류시간이 줄어들면서 선박대형화, 항만대형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결국 값싸게, 그리고 대량으로 운송하고 하역할 수 있는 물류혁명이 이루어진 것이다. 글로벌 생산업체들은 낮은 지가와 인건비의 국가로 생산거점을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 싼값에 더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컨테이너 덕분에 세상은 더 가깝고 좁아지면서 세계경제는 더 커진 것이다. 이처럼 말콤 맥린에 의해 시작된 컨테이너화는 지난 50년간 글로벌리제이션을 견인해 온 것이다.

이 혁신적인 제품인 해운 컨테이너가 발명된 지 반세기가 지나서야 이의 개량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로 공 컨테이너 회수 시 선박 적재공간을 줄일 수 있도록 접이식 컨테이너(foldable container)에 대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카고테크(Cargotec)사가 예상하는 향후 50년 동안에도 컨테이너 자체는 같은 규격으로 계속 사용 되겠지만 재질은 변화될 것이며, 접이식 컨테이너의 형태가 되고, 그리고 화물상태, 운항기록 등을 통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컨테이너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이 제품을 개발 중에 있다.

이달 초 이코노미스트지는 이탈리아 이스프라(Ispra)에 있는 유럽위원회의 공동 연구센터의 스테판 레흐너(Stephan Lechner) 박사가 제시한 카고테크 사의 예측과 비슷한 개념의 기술개발 방향을 소개하였다. 지난 달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 과학진흥협회 회의에서 물류보안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하이테크 컨테이너 기술개발 몇 가지 방향을 소개한다.

레흐너 박사가 제안한 첫째 아이디어는 탄소섬유 복합재료로 컨테이너 용기를 제작하는 것이다.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컨테이너는 가볍고, 공 컨테이너의 경우 평면으로 접을 수도 있어 취급하기 쉬울 뿐 만 아니라 선박 등의 적재공간도 크게 절약할 수가 있다. 레흐너 박사는 탄소섬유 컨테이너용기로 지구 세 바퀴인 12만Km 운송된다면 철재 컨테이너 용기에 비해 경제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탄소섬유 재질의 컨테이너는 개봉하지 않고도 내용물을 쉽게 스캔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성이 우수하다. 즉 실제로 철재 컨테이너를 스캔하기 위해서는 고출력 엑스선(x-ray), 또는 감마선까지 필요로 한다. 이는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에 비해 탄소섬유 컨테이너의 경우는 저출력 엑스선(soft X-ray)으로도 검사가 가능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엑스레이 스캐닝 기술의 진보만으로 컨테이너 엑스레이 스캐닝 정책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특히 2006년 미국 의회가 컨테이너에 마약, 핵물질, 화학무기 등 불법무기류 같은 위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확인을 위해 외국에서 미국 항만으로 향하는 모든 컨테이너에 대해 검사를 요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의 본격 시행을 여러 차례 연기하고 있다. 최근 금년 7월말까지 100% 엑스레이 스캐닝 개시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미 국토안보부(DHS)는 전 세계 750개 항만에서 미국 향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 100% 엑스선 스캔을 한다는 것은 물류적인 측면에서 또한 보안 차원에서도 비용대비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또 다시 발표하였다. 미 의회로 하여금 이 실현가능성이 낮은 100% 스캔의무조항이 포함된 SAFE Port Act 법안을 폐기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물류보안과 관련한 하이테크 컨테이너로 제안된 둘째 아이디어는 컨테이너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기술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컨테이너 내부 모니터링 작업을 위해 센서를 장착했지만, 여기에는 전력도 필요하고, 위성 또는 이동전화와의 연결을 필요로 한다. 고체에 힘을 가했을 때, 특정 물질 표면에 전류가 발생하는 현상인 압전효과(piezoelectric effect)라고 있다. 이 압전효과를 이용하면 화물 이동 등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진동에 의해 진동센서가 구동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전력이 공급되는 저 전력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다음 기항 항만에 컨테이너 내의 모든 인위적 이동에 따른 진동상황을 전달할 수도 있다.

셋째 컨테이너의 보안 향상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추적정보를 망라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지금까지 항만당국은 컨테이너의 추적이 컨테이너의 가장 최근 위치정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컨테이너의 모든 위치정보가 항만별로, 선박별로, 시간별로 누적되어 있다면 이러한 자료에 의해 예를 들어 같은 장소에서 무의미한 선회를 한 컨테이너 등에 대한 보안상 의심스러운 패턴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컨테이너화(containerisation)로 인해 많은 항만 노동자들의 작업을 기계화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탄소 컨테이너에 진동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항만당국에 정보를 제공하고, 나아가 전체 움직임에 대한 이력정보를 제공하는 하이테크 컨테이너가 사용된다면 또 많은 보안과 세관인력이 줄어들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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