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추진하면서 규제개혁을 주요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그리고 내수시장 활성화도 또 한 가지 주요 정책기조이다.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내수 산업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시장 규모가 1억 명은 넘어야하기 때문에 동북아 지역까지 내수시장 울타리로 끌어들이려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의 활력을 살리고, 내수시장의 확대를 위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문이 국제선 노선 개설에 대한 공항규제를 개혁하는 일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경 2,000㎞ 이내 국가 인구는 15억 명, 3,000㎞ 이내로 확장하면 17억 명이 넘는다. 이 중 2,000㎞ 범위 안에 있는 100만 명 이상 도시가 중국·일본 등 5개국 147개이며, 이 인구가 3억 9,000만 명에 달한다. EU의 5억 936만 명보다는 적지만 미국의 3억 1,643만 명보다는 많다. 반경 2000-3,000㎞ 거리는 시간당 900㎞로 직선 비행할 때 평균 2-3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2-3시간 정도라면 당일 왕복할 수 있는 하루 생활권이고, 국내에서 보낸 택배 물건이 당일에 배달되는 당일 배송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는 거리다.

문제는 이들 지역과 연결되는 교통수단이 항공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지역을 우리와 친숙한 시장으로 만드는 지역화(regionalization)를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항공기를 동네 버스를 타는 것처럼 쉽게 바로 탈 수 있어야 한고, 이들 지역에 물건을 보내고 받는 일도 일반 국내 택배물건 보내고 받듯이 싸고 편리해야 한다. 즉 더 싸고, 효율적인 항공네트워크, 항공운송 및 공항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제선 대부분은 인천국제공항이 운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천국제공항 이외 공항은 국제노선 개설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포공항의 경우 국토교통부령인 ‘김포국제공항 전세편 운영규정’에 의해 김포공항은 반경 2,000㎞ 이내의 공항과 정기성 전세편 노선 개설만 가능하다. 이 규정에 의해 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2,100Km 이내의 김포-홍콩, 김포-광저우, 김포-센젠 노선 등은 현 규정상 개설될 수 없다. 여기에 2,000km이내 공항 49개 중에서도 단 7개 공항만 노선허가를 득했을 뿐이다. 이러한 점이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에 가장 큰 제약요인이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논점은 우선 이용자의 편의성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공항에서 도심까지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천국제공항의 용량은 포화상태인데, 김포공항은 시설용량을 놀리고 있다는 포인트이다. 세 번째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국제선 노선의 보완 및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를 향한 항공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 김포공항은 당초 국제공항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기본 시설은 물론, 도심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여기에다 공항시설 활용률이 2012년에 49%로 혼잡도가 낮아 출입국 수속 또한 간편하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서 출발해 서울에서 업무를 보고 도쿄에 도착하는 경우를 보면, 공항접근, 수속, 비행, 도심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을 포함하여, 푸동공항-인천공항-나리타공항의 경우 11시간 52분이 소요되지만, 홍차오공항-김포공항-하네다공항을 이용하면 8시간 17분이 소요되어 도심과 근거리 공항을 이용할 경우 3시간 30분 이상 절감된다. 특히 2,000-3,000Km 이내의 1-3시간 운항거리의 단거리 노선의 경우 도심까지의 접근 시간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김포공항은 근거리 국제선 항로 공항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항능력과 관련된 논점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여러 제약요인으로 피크시간대 하늘 깅인 공역(空域) 활용률이 이미 95-100%에 달하고 있다. 이는 활주로를 더 증설한다 해도 피크시간대 항공기 수용능력에 제한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이 결과 인천공항 피크시간대인 오전 8-11시, 오후 4-8시 에는 공역부족으로 신규 국제선 취항 노선 신청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비해 김포공항은 피크시간대라 해도 공역 활용률이 60% 미만에 머물고 있어 한결 여유로운 상태이다. 더구나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은 항공사가 선호하는 피크시간대가 달라 인천공항에서 수용이 불가능한 피크타임 운항노선을 김포공항에서 수용할 수 있다. 즉 두 공항의 보완점을 찾는다면 국가 전체 국제선 공항 처리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세 번째는 두 공항간의 특성을 살릴 경우 국제선 경쟁 및 보완으로 여객 및 화물이 추가로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공자유화 지역의 국제노선은 항공사가 인천공항 노선 감축 없이 김포공항에 추가 노선을 투입할 수 있고, 이 경우 전체 여객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김포-하네다 노선, 김포-오사카 노선의 경우 취항 후 서울-동경, 서울-오사카의 과거 항공수요 추세선보다 약 20% 정도 추가 신규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김포공항에 항공 자유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과 국제선 노선을 투입할 경우 기존 인천공항과 노선 유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여객운송이나, 화물운송 시 인천공항 이용보다 김포공항 이용이 유리한 중국의 옌타이, 칭타오, 일본의 후쿠오카 등의 노선같이 1시간 내외의 초 단거리 노선에 특화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인천공항의 허브공항 화에도 지장을 주지 않고 국제선 수요를 더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우선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에 대해 여러 차례 그 당위성이 제기 되어, 정책 담당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담당자들이 이를 쉽게 공론화 하지 못하는 것은 기존에 추진되어 온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인 듯하다. 특히 현재까지 잘 추진되어 오던 인천국제공항의 허브 화 전략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 그 책임을 져야한다는 부담에 정책수정의 공론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걸림돌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주체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 나누어져 있어, 이들이 국제선 정책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추진하면서 신산업, 신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개혁을 가장 큰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낡은 규제를 철폐해 경제의 활력을 불어 넣자는 것이다. 동북아 지역의 보다 활발한 여객 및 화물 수송을 위한 인프라인 공항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규제완화에 의한 국제선 항공수송 활성화라는 차원에서, 그리고 건전한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이란 차원에서, 그리고 국가 총체적 인프라 활용 증대라는 차원에서, 정부정책 담당자, 양 공항공사가 머리를 맛 대고 김포공항의 국제선 확대 규제조치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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