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얼마 전 해운항만물류 관련 인사담당자들과 인력양성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우리 회사는 영어와 제2외국어까지 하는 학생을 뽑습니다. 업무관련 전문지식은 사내에서 선배들에 의해 교육시키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현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 대학들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능적인 요구에 크게 벗어난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반증이다. 고용에 관한 맥킨지 보고서(Job Creation, McKinsey Global Institute)에서 미국의 경우도 이와 같은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인력공급의 가장 큰 원인을 기능 불일치(skill mismatch)를 꼽고 있다.

3월 20일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규제완화를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신 시장을 창출하여, 경제의 활력도 찾고, 창업과 고용도 늘리겠다는 논리이다. 이 논리는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 부문을 지원하여 궁극적으로 고용을 늘리자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을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 물류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일 정도 이외에는 별로 없다. 고용증대와 일자리 창출은 대부분 민간부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간 부문이 일자리를 늘려나갈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포함해 민간에게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를 계획하는 일이다.

고용을 증대하는 일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은 실업률을 감소시키는 같은 의미인 듯하나, 엄밀히 보면 그 추진 전략은 다를 수 있다. 즉 고용을 증대시키는 일은 수요로 하는 인력과 공급하는 인력의 불일치 해소를 통해 실업률을 줄이자는 전략이다. 이에 비해 일자리 창출은 새로운 산업이나, 기술, 해외시장을 포함 한 신 시장, 그리고 산업 확장이나 창업 등을 통해 일자리의 개수가 새로 늘어나게 하자는 전략이다. 민간의 고용증대를 위해 정부는 인력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공급계획을 수립해서 기능 불일치를 해소하도록 지원해야 하고, 대학의 교육이 혁신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물류 인프라를 확대하고, 해외기업 유치와, 해외창업 확대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와 민간에 대한 지원책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선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능과 전문지식을 교육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어느 대학, 무슨 학과를 졸업했는가? 대학원은 나왔나? 만약 전문지식을 교육 받은 인재를 채용하려 든다면, 이런 것들이 중요한 채용기준은 아닐 것이다. 무엇을 배웠는가? 그 일은 어떻게 하는지 아는가? 이런 것들이 채용 기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학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전문기능과 지식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교육하는 시스템으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고, 정부도 대학과 산업체가 함께하거나, 학제(學際) 간 연계 같은 창의적인 교육방식, 학위취득방식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많은 대기업의 채용기준이 아직은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재학 했는가를 우선시 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 인력을 양성해도 대기업 등에 채용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물류분야를 보아도, 정부가 해운, 항만, 물류 특성화 사업에 많은 대학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그 학생들을 대기업에서 채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의 채용수요가 생길 수 있도록 특성화 교육에서 지식의 전문성과 종합성을 더욱 강화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인력의 전문성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실무교육을 확대하고, 산업계가 직접 교육에 참여하는 산학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제 간 연계 등을 통해 다각적인 시각과 네트워크라는 종합성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일본 동경대학의 ‘해양종합교육 프로그램’은 해양관련, 이학, 공학, 공공정책 분야의 석사과정 학제 간 연계를 통해 다양한 학문을 배우는 학생들과 함께 과제해결능력을 배양하는 석사 교육과정으로, 이를 벤치마킹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수요와 공급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선 각급 물류산업계에서 단기, 중장기에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과 기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고용 규모를 추정해야 한다. 즉 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능과 전문지식, 그리고 일자리를 추계하고, 이를 공표하는 일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능 인력 양성, 전문 인력 양성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대학과 학생들에게 향후 1-2년, 향후 3-4년 향후 5-6년 후에는 어떤 기능과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직업들이 얼마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가 고용 증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인력양성 계획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정부의 고용정책이 경제성장에 의한 후속적인 거시적인 정책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으나, 고용정책은 개별 한사람, 한사람이 민간에 의해 고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주 미시적인 정책임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인력양성 계획은 1-2년을 앞두고 어느 분야의 어떤 전문 인력을 몇 명씩 양성할 것인가 하는 실행계획(action plan)을 세우는 일이다.

한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가 물류 인프라를 확대하는 일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특히 해외 물류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려 우리기업의 해외 물류거점을 선점하는 효과와 함께 우리 청년들이 해외 현지에서 이 거점을 기반으로 해운, 항만, 물류업체에 고용될 수도 있고, 창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물류분야 일자리 창출협의체’에서 국내 물류기업의 한 임원은 근년 들어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으나, 현지 지역을 잘 아는 해운항만물류 전문가가 태부족하다고 토로를 한 바 있다. 해외 물류인프라 투자확대와 해외창업, 해외고용 확대를 연계하는 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부의 민간 고용 지원정책은 고용을 국정의 최우선으로 두는 리더십이 있을 때 그 실효성이 높아 질 수 있다. 정책수행자들의 평가지표에서 고용창출 실적을 가장 우선순위에, 그리고 평가에 많은 가중치를 두는 소위 ‘고용 중심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부처가, 어느 지자체가 가장 많은 고용을 창출했는지를 추계하여 이를 행정의 최고 실적, 덕목으로 삼는 정책, 여론형성이 이루어 질 때 비로소 ‘고용 중심적 정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장관, 도지사, 시장, 군수들은 일자리 창출 및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완화를 발표할 것이고, 임기 중 추가되는 고용숫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류분야도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항만도시 지자체, 항만공사 등이 ‘고용 중심적 정책’을 추진할 때, 고용증대를 위한 각종 조사, 연구, 지원책이 실효적일 수 있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및 민간 지원정책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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