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용선계약은 대형해운기업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 건이 체결될 정도로 빈번히 만들어 지고 있다. 대부분의 계약이 잘 체결돼 계약내용을 서로 잘 이행하고 종료하게 된다. 그러나 수십 건 중 하나라도 용선계약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해운회사로서 그로 인해 발생되는 법률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업무담당자에게 시간 면으로 많은 불편과 고통이 수반되게 된다. 그러한 용선계약상 분쟁을 가능한 한 계약 당시부터 업무 처리를 철저히 하여, 사전에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적지 않게 보이는 것이 용선계약의 체결 여부에 대한 다툼인데, 한쪽은 용선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용선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하다가, 중도에 중단한 것이고 용선계약이 체결된 바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선주 O와 용선자 C가 용선계약 체결을 위하여 협상을 한 끝에 주된 계약조건 예를 들면 선박의 명세, 화물명세와 화물량, 선적항과 양하항, 선적기일, 선적률과 양하율, 운임과 운임지급조건, 체선료와 조출료 등에 대하여 양 당사자가 합의에 다다르게 되었는데1), 세부조건에 대하여는 아직 협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조건을 모두 적시한 성약서(Fixture Note)에 대하여 서로 합의를 하였다.

이 경우 용선계약이 성립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경우 결국은 Fixture Note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상황을 감안하여 계약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제가 현실에서 발생될 경우, 용선계약이 성립이 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로 인하여 용선계약의 성립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를 허다하게 목격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JUNIOR K”호 사건은 그 해답을 알려 주고 있다. 그 사건에서 용선자(Beogradska Plovidba)는 “JUNIOR K”호 선박을 용선하고자 하여, 선주(Star Steamship Society)와 용선계약조건 협상을 하였는데, 1985. 10. 4. 많은 텔렉스 교환이 있었는데, 마지막 텔렉스는 선주의 중개인이 보냈는데, 그 내용은 “Confirm telecons here recap fixture sub details”이라고 한 뒤 합의된 주요조건을 표시한 뒤 마지막에 “sub dets Gencon CP”라는 말로 끝냈다.

선주의 위 텔렉스 이후 더 이상 아무런 텔렉스 교환이나 전화 통화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선자는 10. 5.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하고 싶지 않다는 의향을 표시하였다. 선주는 이를 사전이행거절(repudiation)으로 보고, 이를 사전이행거절로서 수용한 뒤,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Queen’s Bench2)의 Steyn 판사는 아래의 이유를 들면서 양 당사자 사이에 용선계약은 아직 성립된 것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sub dets Gencon CP” 즉 “subject to details of the Gencon charterparty”라는 표현에 의하여 선주는 “양 당사자가 Gencon 서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양 당사자는 그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하여 아직 검토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다. ‘subject to details of the Gencon charterparty’라는 표현으로 선주는 용선계약의 세부사항에 대하여 협상이 있기 이전까지 자신을 계약적으로 구속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다.

그러한 논의는 수많은 조항에 대하여 진행되게 된다. 선주가 표준 서식 용선계약서의 모든 세부조항들을 수락하려 하는 것이 아니었음은 명백하다. 결국, 협상의 과정에서 세부적인 조항들 중 일부조항들이 변경되게 되는 상황은 통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어쨌든 Gencon 서식은 그 안에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들 조항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3)

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영국법이 적용된다면, 성약서(Fixture Note)의 말미에 “subject to detail”라는 문구를 두었을 때, 이 Fixture Note에 의하여 양 당사자 사이의 용선계약은 아직 성립이 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입장은 영국법이 적용될 경우의 해석인 것이며, 다른 나라의 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될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이 준거법일 경우에 아직 우리나라 선례가 없지만, 우리 나라의 법원은 영국법원의 판결들이 가지는 보편성을 감안하여 영국 법원의 판결을 많이 참고할 것으로 본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조항이나 문구가 영국 법 아래에서 그 효력이 어떻게 되느냐가 아니라, 계약협상 단계에서부터 애매한 부분이 발생되지 않도록 recap이나 Fixture Note가 만들어지는 시점이 계약이 확정적으로 성립되는 시점을 할 것인지, 달리 말하면 해당 내용은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할 것인지 여부를 명백히 하는 것이 절대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만일 법적 구속력을 발생시키고 싶지 않을 경우에는 반드시 “subject to detail” 같은 문구를 recap이나 Fixture Note에 포함시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1) 염정호, 「정기용선계약법」(법문사, 2010), 93내지 94면
2) 영국의 통상적인 사건의 1심법원인 High Court of Justice에 만들어져 있는 하나의 재판부(division)이다.
3) 이 판결의 요약은 Terence Coghlin 등 4인 공저, Time Chaters (informa, 2008), p.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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