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해운경영의 비즈니스 모델은 주로 선박의 소유와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일반적인 경우를 보면 우선 소강상태 시장을 기다린 다음, 좋은 품질의 선박을 선택하여, 낮은 선가로 구매 계약을 하고, 자신의 지분 투자 30% 정도를 하고, 나머지는 선박은행에서 선박 우선 저당으로 차입한다. 이 선박을 현물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선박을 관리하고 운항비를 최소화하여 운항이익을 내는데 집중한다. 그러다가 시황이 호전되면 좀 더 많은 이익을 낼 것이고, 결국 시황이 크게 개선되면 대부분의 보유 선대 선가가 당초 투자한 금액의 수배 이상 상승한다. 이때 선대를 매각하여 그 자금으로 부동산 등에 분산 투자한 후, 다시 해운시장의 버블이 꺼질 때까지 기다린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도 대부분의 그리스계 선주들이 행하는 가장 일반적인 해운경영 스타일이다. 선박투자 및 매각에 대한 의사결정 타이밍을 잡기 위해 인내하며 기다리고, 기회가 왔을 때 민첩하고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는데 집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그리스계 선주들이 해운과 금융 모두를 잘 이해한다는 점일 것이다. 선박투자를 은행의 유동성 여부에 맞추어 판단한 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은행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선박수요가 증가하고, 은행 유동성이 부족할 때는 선박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2014년 상반기 해운·금융업계 상생협력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 간담회는 금융권의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증진과 상호이해를 도모하고, 해운업계와 금융업계의 상시 협의채널 구축을 위해 시작되었다. 작년 출범 이후 세 번째 개최된 것이다.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을 비롯해 정책금융기관 및 시중은행 선박금융 담당 팀장, 학계 및 법조계 관계자, 주요 선사 재무담당 임직원, 선박투자회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해운보증기구 설립과 관련한 세부적인 방안에 대한 양 업계간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선박은행(Tonnage Bank)설립과 관련한 등록 또는 허가가 필요한 사항, 전문 인력 확보 및 추가적인 제원이 마련 방안 등이 논의된 자리였다.

최근 선박금융을 취급하는 세계적인 은행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0년 국제 신용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세계 중앙은행들이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는 자기 자본 비율을 2%에서 세 배 이상 증가한 7%까지 상향시켰기 때문이다. 이른바 "바젤 III" 협정이다. 전통적으로 선박금융을 많이 취급했던 영국의 RBS나 Lloyd’s나 HSH Nordbank 같은 은행들도 새로운 협정에 의해 선박금융을 대거 축소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호황국면으로 들어서고 은행의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자금을 대규모로 사용할 수 있고, 수익성도 좋은 선박이란 투자처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즉 선박이 경기에 민감한 투자처인 것이지만, 그만큼 호황 시 수익성이 좋은 투자처인 것이다. 또한 세계교역의 90% 이상을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장기간 동안 유지되어야 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비록 불황이라 해도 선박금융에 대한 끈을 완전히 놓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해운의 입장을 보면 Clarkson Research의 CEO Martin Stopford 박사는 세계 해운산업은 25년 만에 가장 큰 불황으로 리먼 사태 이전의 수익성 있는 산업으로 돌아가기 위해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여기에 전 세계 자본시장의 유동성 장세를 뒷받침해주던 미국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이 축소되고 있어, 시중 은행들도 대출을 줄여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일반기업들은 디레버리지(deleverage)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고 있다. 주요 해운 및 선박금융기관들에게 디레버리지의 압박이 가해지면서, 그나마 행해졌던, 신조선이나 선대확장에 대한 금융여신이 축소되고, 자본시장의 위축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새로운 현상에 직면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해운업의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해운보증기구 설치방침을 결정하고, 해운사의 신규선박 발주 등을 지원하는 추진계획을 공식화했다. 해운보증기구는 당초 구상한 해운보증기금과 달리 자본금 조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실효성 있는 보증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구는 우리 해운산업과 선박금융기관간의 협력모델을 시작하는 시작 사례이다.

이를 발전 시켜 선주와 선박금융기관간의 파트너 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즉 선주가 자본을 투자하여 해운경영에 크게 기여한다고 해도, 거기에는 대출자의 이해를 고려해야 한다. 선주가 선박관리회사를 통해 선박을 관리하는 경우에도 낮은 선박 운영비용을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용선시장에 참여하도록 하여 선가가 최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자로써 이해에 관여해야 한다. 나아가 선주와 선박금융기관 간에는 선박매매에 대해서까지도 충돌 없이 의사결정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조정이 되어야 한다. 선주와 선박금융기관은 파트너가 되어 선박투자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 때 왜 그랬지요?” 이 말은 지난 수십 년 간 반복된 신조선 발주에 대한 선박브로커 회사나 해운컨설팅 회사의 평가 보고서에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일 것이다. 해운시황이 호황을 맞거나, 혹은 바닥이라고 생각될 때,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전 세계 대다수의 선주들은 마치 내일은 없다는 자세로 신조선을 무더기로 발주 해오곤 했고, 이것이 공급과잉을 가져와 해운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거나, 해운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곤 했다.

이러한 선박투자관행을 개선하는 일에 해운업계과 선박금융업계가 머리를 맛 대고 노력해야 한다. 호황기에는 두 업계가 아무런 견제 없이 선박투자를 늘리다가, 불황에 접어들면 선박투자 금융지원을 크게 줄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재 선박을 담보로 한 선박금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과학적 분석방법에 의해 해운업 수익분석에 기초한 회사채 보증을 포함한 해운기업 투자를 지원하는 고도화된 해운금융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때, 해운산업과 금융산업이 모두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선주나 선박운영사도 금융 전문 지식을 갖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선박금융의 어려움 속에서, 수출신용은행, 기관 투자자, 자본시장 조달,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이 선박금융 취급은행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선주는 금융전문가, 회계사, 컨설턴트 등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정교하고, 복잡한 새로운 선박금융 방법을 개발해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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