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은 꽃눈이 되어

▲ 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올봄은 유난히 빨리 왔다.

목련이 피었다. 소복단장한 청상(靑孀)이 가신님을 그리는 듯 애처롭다.

아득한 옛날, 하늘나라에 아름다운 공주가 살았다. 공주는 북쪽의 바다신을 사모했다. 아버지 몰래 궁궐을 나와 바다신을 찾아 떠났다. 불행히도 바다신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공주는 절망하여 바다에 몸을 던졌다.

바다신은 공주의 넋을 달래기 위해 공주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줬다. 바다신은 아내에게 영원히 잠자는 약을 먹여 공주 옆에 묻었다. 바다신은 평생을 홀로 외롭게 살았다.

그 뒤 공주의 무덤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슬퍼해 하얀 목련이 피었다. 바다신 아내의 무덤에는 못 다한 사랑을 애달파해 자주 목련이 피었다. 두 여인의 한이 백목련과 자목련이 된 설화(說話)가 슬프도록 아름답다.

곧이어 벚꽃이 활짝 피었다.

달걀을 막 깨고나와 털이 보송보송한 병아리처럼 예쁘다. 연분홍 잔칫상인양 벚꽃 향연이 환상적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벚꽃 잔치에 흠뻑 빠진다.

벚꽃 향연이 내일도 모레도 언제까지나 계속되었으면 좋으련만! 꽃잎은 매달려있게 해달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매정한 비바람에 꽃눈이 되어 함박눈처럼 한들한들 춤추며 땅으로 내려온다. 세상을 황홀하게 축복했던 꽃잎이 짓밟혀 흔적도 사라진다. 참 무상하다.

내가 언제 봄꽃을 바라보며 이처럼 감상에 젖었던가! 무상하게 사라진 봄꽃이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다웠을까? 또 한 번 봄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이제 닻을 내려놓고 머지않아 봄꽃처럼 꽃눈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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