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세월호 사고를 접하면서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너무도 많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첫 번째 의문은 선장과 선원들이 왜 승객 구조라는 절대적인 책임감을 팽개친 것일까 하는 점이다. 학생을 포함한 승객 대부분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학생들은 가라안고 있는 선박 안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내 방송으로 승무원이 잘못된 구조의 희망을 주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라’, ‘그 자리에 있어라’ 교사들과 학생들은 아무 질문도 없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었다. 당시 그들의 인명을 구할 수 있는 대안은 오직 바다로 뛰어드는 일 뿐이었다.

의사결정의 컨트롤 타워인 선장은 학생들을 선실에 가둬두고는 대피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해 버렸다. 선장, 항해사, 선원들이 승객을 대피시키지 않은 채 전원 도망 나온 세계 유일의 기록일 것이다. 아무리 대우가 열악하고 의사결정이 복잡한 연안해운에 근무한다지만 선장, 해기사, 선원들이 어째서 저리도 배와 운명을 같이하는 시맨쉽(seamanship)의 자부심도 없고, 승객구조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없는 것일까? 마도로스 제복은 어디가고 천한 속옷만 입고 있는 것인가? 연안해운의 해기사 및 선원교육과 양성, 그리고 신분 대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철저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의문은 선박운영사, 선원, 그리고 운항안전담당 관계기관 등 모두 운항선박의 고유한 위험성 알고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세월호는 전용 여객선이 아니다. 차량 등 로로(roro) 화물과 여객을 함께 운송하는 로로 페리선(roro-passenger, RoPax)이다. 이 선박은 승용차 및 화물차 주차를 위해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소위 자유표면효과(free surface affect)가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선박이다. 황천(荒天) 항해 시에는 갑판위로 대량의 파랑이 올라와 곧바로 배수되지 못하면 갑판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해수로 인해 자유표면효과가 생기고, 이것은 갑판 상부에 중량화물을 적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어 복원성을 나쁘게 한다.

로로 페리선은 수면과 비슷한 높이에 넓은 주차장을 지니고 있어, 이 공간에 수십 센티미터의 물이라도 차면 급격하게 선박이 중심을 잃을 수 있는 위험요인을 지니고 있는 선박이다. 무게 중심의 상승은 자유표면의 넓이에 대략적으로 비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0명과 850명이 사망사고를 낸 로로 페리선인 헤럴드(Herald of Free Enterprise)호나 에스토니아(Estonia)호도 모두 이 자유표면효과에 의해 선박이 안정성을 잃고 급격히 침몰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987년 헤럴드호는 바닷물이 화물창 위로 차오르면서 불과 90초만에 전복됐고, 승객과 승무원 등 총 193명이 희생됐다. 당연히 세월호의 선박운영사나 선원은 물론 해경까지도 이 선박이 비상시 급격하게 전복될 수 있음을 숙지하고 있었어야 하고, 이상 징후 초기부터 인명대피에 긴급히 대응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우리 해운업계에 영리만 챙기고 안전은 철저히 무시하는 선박운영사가 있었단 말인가 하는 점이다. 세월호 선장과 1등 항해사는 객실 증축으로 무게 중심이 올라가 과적은 안 된다고 회사 임원에게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운영사 물류팀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한다. 청해진 해운의 최초 발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여객선에는 승용차 124대, 1톤 트럭 22대, 2.5톤 이상 화물차 34대 등 차량 180대, 컨테이너 화물 107개(1157톤) 등 총 3608톤의 차량과 화물이 적재돼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컨테이너 화물무게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 발표 화물중량 보다 더 많은 화물을 적재했을 개연성이 높다.

회사 측이 밝힌 화물량만보더라도 세월호의 최대 화물적재량 1077톤보다 3배 정도 과적을 한 것이니 실제 적재량으로 보면 3~4배 이상 과적을 한 것이다. 이렇게 과적이 되면 만재흘수선 이상 물에 잠기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해 과적 무게만큼 선박평형수(ballast water)를 덜 넣었을 것이다. 결국 거의 평형수 없이 다녔다는 얘기가 된다. 과적과 평형수 부족이 선박의 복원력을 크게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 것이다. 과적을 일삼고, 대신 평형수를 줄여 선박을 운항시킨 위험천만한 선박 운영사가 있었던 것이다.

네 번째는 느슨한 안전규정과 관행을 왜 이제야 알았는가 하는 점이다. 안전규정이 느슨했다면 이를 더 강화했어야 했다. 사회가 선진화 될수록 경제적 규제는 완화시키지만, 안전과 관련된 규제는 더욱 강화하는 법이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도 침수가 빠른 로로 페리선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었고, 로로 페리선에 대한 여러 가지 안전 규정을 강화해 오고 있었다. 국제해사기구는 급기야 로로 페리선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안전규정 운영상 관행도 문제다. 과적단속, 안전규정 준수 등 나름 정교한 안전 시스템이 확립돼 있지만, 이 시스템이 형식적으로 점검되면서 규정 위반이 관행화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재 연안페리는 물론 한·일, 한·중간에 많은 페리선이 운행되지만 대부분, 항공기에서처럼 안전수칙에 대한 브리핑(passenger safety briefing)을 방송하거나 시범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한·중·일간 페리에서의 이와 같은 잘못된 관행은 명백히 국제해사기구의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의 선상의무 규정 위반이다. 이번 세월호 구조 승객들도 어떤 안전시범이나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문제는 느슨한 안전규정과 안전 규정위반의 관행들에 대해 규제 당국이 정말 몰랐던가, 아니면 알고도 적극적인 개선 조치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을 모든 분야의 이런 느슨한 안전 기준과 잘못된 관행으로 부터 보호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안전과 관련된 매뉴얼을 재 정비하고, 각급 안전 관리자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국가안전처’를 설치해 재난사고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컨트롤 타워를 만드는 일도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안전이 이익과 직결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 그리고 국민들이 안전에 대한 비용과 시간을 감내하는 사회로 만드는 일도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안전한 사회를 위한 보다 더 근본적인 충분조건은 현장 실무직원, 전문지식을 가진 엔지니어, 특화된 전공 지식을 갖고 있는 연구원, 교수 등이 각계 의사결정에 제 역할을 다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 사주(社主)들이 힘의 압력으로, 그리고 공무원들이 용역이란 수단을 통해, 이들 실무자,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재단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일부 전문가 집단은 스스로 의사결정 집단과 타협해 왜곡된 의견을 내기도 한다. 제대로 된 안전 규정의 제정, 관리, 운영이란 과제도 안전과 관련된 실무자, 전문가들의 고지식한 의견을 진정 존중하는데서 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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