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에 핀 장미

▲ 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크리스틴은 중국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쓰레기 더미에 버려졌다. 철없는 풋내기 미혼모가 감당할 수 없어 핏덩이를 버렸을까? 극한 상황에서 어찌할 수 없어 버린 엄마는 연민과 자책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고아원이 핏덩이를 거둬 기르다 두 살 때 미국으로 보냈다. 넉넉지 못한 평범한 가정에 입양됐다. 아빠는 월남전에 참전한 군인으로 연금으로 생활한다. 엄마는 중남미 출신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히스패닉이다. 마트에서 일하지만 쉬는 날이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고전음악을 즐겨듣는 인텔리다.

엄마는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듬뿍 쏟았다. 스쿨버스가 있는데도 자기 승용차로 등교시키며 세세한 데까지 보살펴 올곧게 자랐다. 품행이 단정하고 공부도 잘 했다. 운동은 만능이었다. 자그마한 키와 둥근 얼굴에 눈, 코, 입이 동양적인 미모를 갖췄다. 중학교 3학년이 됐다.

내 첫째 손녀와 가깝다. 백인들 틈에서 몇 안 되는 동양인이라 동류의식이 작용했음인지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다. 학교에서 잘 어울렸고 노는 날이면 집으로 가끔 찾아오곤 했다. 피부색이 각기 다른 자기 가족과는 달리 아빠, 엄마, 동생들 모두가 동양인 가족을 신기해하고 부러워했다. 그의 핏속에 흐르는 동양인 본성이 향수를 자극했음인지.

며느리가 크리스틴을 손녀들과 함께 중국 식당에 데려갔다. 울면을 먹으며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크리스틴, 맛있어?”
“예, 참 맛있어요”
“처음 먹었니?”
“예, 처음이에요.”
“다음에 또 오자.”
“고맙습니다.”

며느리와 크리스틴의 대화가 모녀(母女)인양 정겨웠다. 어릴 때부터 서양음식에 순치되었을 것임에도 중국음식을 좋아하다니! 핏줄이 중국음식을 당기게 했나보다.
며느리와 대화가 계속됐다.

“크리스틴은 참 좋겠다/”
“왜요?”
“너는 G1 미국시민인데다, 동양문화의 본원(本源)인 너의 조국, 중국이 G2가 됐으니까”라고 자존심을 북돋아주니 크리스틴은 손녀들을 바라보며 어깨가 으쓱했다.

크리스틴은 “엄마가 날 버렸지만 열심히 공부해 대학 졸업하고 돈을 벌어 중국에 꼭 갈래. 엄마, 아빠가 누군지 알아봐야겠어.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도 알아보고. 그런데 지금의 엄마, 아빠가 혹시 이혼하면 어쩌나 걱정이야. 그렇게 되면 난 어떻게 해”라고 손녀에게 희망과 고민을 털어놓았다. 핏줄에 대한 원망과 애착으로, 양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불안으로 어린 마음이 얼룩졌다.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불행을 딛고 한 송이 장미꽃으로 피어났다. 그러나 크리스틴처럼 행운의 밧줄을 붙잡지 못한 수많은 어린이들이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쓰레기 더미에 버려지고 있다. 그 어린것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있다면 부모들의 가난이 죄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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