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최근 세월호 사고 여파로 해운업계, 관련단체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와 감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관경 유착에 의한 비리, 그리고 이에 따른 안전에 대한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운영되는 해운사, 사주 및 관료 등 기득권층의 범법행위 등에 기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정당국과 여론이 해운산업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도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마당에, 해운업에 관련된 사람들이야 그 책임감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오히려 사정당국과 여론 등 외부에 의해 해운산업이 성토되고 돌팔매질을 당하는 것과 별도로, 해운산업 내부에서 해기사들과 여객선업체들의 진정한 고해성사와 같은 자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원인분석과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모탈리티 컨퍼런스(Morbidity and Mortality Conference)'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지인인 의사 한 분이 설명해 준 모탈리티 컨퍼런스는 환자의 사망 케이스를 가지고 원인과 과정을 살펴 재발을 막기 위한 내부 검토회의를 말한다고 한다. 환자 중에 사망한 사례가 있으면 어떻게 했기에 환자가 죽었느냐고 심하게 따져 보는 회의인 셈이다. 이는 과실이던, 과실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경우이던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고 미흡한 분야를 찾아내어, 이를 보완해서 재발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도 세월호 사고에 대한 모탈리티 컨퍼런스 같은 내부 전문가 검토회의가 열려야 한다. 세월호 사고의 다각적인 학계, 업계 차원의 원인규명 작업, 현장에서의 안전 규정 미준수 관행에 대한 조사, 로로페리선의 안전성 연구, 일정 규모 이상 연안 로로 페리선에 대한 IMO 안전규정 적용 등 법적, 제도적 보완작업, 해양안전에 대한 검사, 인증시스템의 재구축 작업, 해기사 교육 및 면허유지에 대한 재검토, 해운사 안전운항과 경영안정을 연계시키는 방안 등이 장기적이고도 철저하게 조사, 연구, 토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검찰이나 국회, 정부의 조사와는 목적이 다른 것이다. 학계가 주도할 이 컨퍼런스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해운산업 전반을 선박운항, 건조 등 기술적으로, 법 제도적으로, 경영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오랫동안 철저히 검토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 컨퍼런스를 궁극적으로 ‘해양안전에 대한 전문가 컨퍼런스’로 지속적인 활동을 해서, 해양안전 규제에 대한 고지식한 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는 해운산업의 전문가 회의로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한다.

안전에 대한 규제는 일반 경제적 규제와 달리 부정적인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안전규제는 감시자가 아니라 산업의 진정한 친구이고, 안전 준수는 비용이 아니라 수익창출의 동력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운산업이 발 벗고 나서 해양안전에 대한 규제강화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안전 안전규제 강화와 준수는 해운산업을 더욱 튼튼하게 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대책이기 때문이다.

해운산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업계 내부의 진정어린 노력과 함께 화물운송 해운산업에 대한 대책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는 다름 아닌 화물운송 해운업이기 때문이다. 해상 화물운송산업은 전세계 글로벌 교역의 90% 이상을 수송하는 에너지, 비용 효율적인 운송수단이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향후에도 해상운송 산업은 교역증대와 함께, 지속적인 성장을 해나갈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세월호 사고로 해운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악화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세계무대에서 나름의 역할을 지속해 나갈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해운산업은 우리나라의 무역대국을 가능케 한 인프라 산업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는 한, 이 인프라 산업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해야 한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해운산업은 전 세계 산업 중에서 가장 세계화 된 산업이고, 이점이 가장 위험한 산업 중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화된 산업이면서 위험성이 높은 또 다른 산업으로 광산업이 있다. 그러나 광산업에 대한 공공과 투자자들의 압력으로 안전도가 크게 높아진 산업이다. 미국 석탄산업의 경우 1970~2007년 동안 생산은 87%가 증가한 반면에 광산 사망사고는 87%나 감소했다고 한다. 30여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해운산업은 어떠한가?

유럽의 해운전문가로 구성된 '지속가능한 해운(Sustainable Shipping Initiative)'의 대표로 있는 Helle Gleie씨는 과거에 비해 현대 해운산업은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하고 있다. 그 요인은 신기술, 혁신적인 선박을 운항시키면서도, 운항의 유연성이 떨어지는데 따른 재무적 위험이라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해운을 만들자는 것은 곧 해운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일로, 산업이 생존케 하자는 노력이고, 선박금융과 인력이 그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운산업이 금융업자에게도, 그리고 유능한 젊은이들에게 성장가능성이 높고, 매력적인 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와 해운산업의 공급과잉으로 운임이 하락하면서 세계 정기선사들은 거의 모두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적자에 따른 유동성위기를 맞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산매각과 비용절감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경영권을 그룹에게 넘기고, 현대상선은 금융계열사, 터미널, 벌크선, LNG사업 등을 매각해 자구책을 찾고 있다. 장기적인 해운경기 침체로 중소선사들이 연이어 도산하고 대표 국적선사들 마저 유동성 위기에 놓여 있다. 해운업계가 정부와 국회에 바란 것은 위기에 처한 해운산업을 구할 의지라도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추진해왔던 각종 지원책도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게 생겼다. 최근 정부는 해운산업의 어려움을 지원하고자 해운보증기구 설치, 대량하주의 해운 인수합병 허용, 톤 세제 연장 등의 계획을 세웠으나, 지금의 분위기는 해운산업에 대한 지원은 유착, 특혜라는 의혹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시급한 해운산업 금융지원, 세제지원의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상황에 빠져있다. ‘해양안전 모탈리티 컨퍼런스’등을 통해 해운업계가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걷는 산업으로 환골탈퇴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경제의 무역대국 발전의 인프라 산업이지만 위기에 처한 해상 화물운송산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대책도 함께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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