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정부는 운항선박의 안전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해양교통관제센터(VTS) 업무를 해양수산부에서 국가안전처로 이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해수부는 해양산업의 육성과 수산업 보호 및 진흥이라는 고유 기능에 전념토록 해서 해양 강국으로서의 전문역량을 더 강화시키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해양수산부는 핵심 업무인 선박의 입·출항을 관리하는 항만관제에서 손을 떼게 되면서, 과거 항만청 시절부터 맡아온 해상교통 관리라는 고유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여기에 연안여객선을 비롯한 각종 선박 관리·감독 업무나, 해양안전 관련 각종 정책과 집행 기능까지도 국가안전처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항만에서 선박을 관리, 통제하지 못하는 해수부가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해수부 입장에서는 선박을 뺀 항만관리를 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로 큰 위기감을 느끼겠지만, 일반국민들은 선박관제 기능이 어느 부처 소관이든, 해수부 조직이 축소되던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국가안전처로 이관되면 더욱 안전기능이 강화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집고 넘어가야할 점이 소관부처의 이관만으로는 안전기능이 강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해상안전이라는 본안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첫째는 선박관제와 수사권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일이다. 국내에 선박관제센터는 총 17개가 있는데, 진도와 여수 두 곳은 해경이, 나머지는 해수부 관할이다. 선박관제센터는 원래 모두 해양수산부 관할이었다. 그러나 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후 수사권을 갖고 있는 해경이 선박관제까지 해야 효율적이라는 의견에 2곳이 해경관할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나뉘면서 위치에 따라 선박들이 서로 다른 법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해수부의 관제센터구역에선 '개항질서법'에 따라 선박들이 의무적으로 진입보고를 해야 하지만 '해사안전법'이 적용되는 해경의 관제센터에는 이 의무보고 조항이 없다.

미국은 연안수비대가 일본은 해상보안청이라는 단일 기관이 선박관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모두 해상사고에 대한 수사권도 갖고 있다. 이번 조치로 선박관제 업무를 국가안전처가 담당하고, 해경이 해체되면서 그 인력 대부분이 국가안전처로 이관되면서, 해상사고에 대한 수사권과 선박 관제가 모두 국가안전처로 일원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안전처가 미국의 연안수비대나 일본의 해상보안청 같은 해양경찰의 임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이원화 조직으로 구축될 지는 불분명한 상태이다. 선박관제와 수사권 관리체계, 그리고 적용 법률이 일원화되어야 선박안전을 강화하는 방안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항만의 안전 전담조직을 강화하는 일이다. 현재는 지방해양수산청장이 항만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나, 잦은 전보에 따라 안전이란 전문성이 유지되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항만의 안전을 전담하는 대표적인 조직이 바로 항장제도이다. 이 제도하의 항장(Harbor Master)은 독립적인 권한과 책임 하에 항행안전관리를 유지한다. 항장의 역할은 항만의 여건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VTS 통제, 예·도선 지원, 선석 지정, 입·출항 제한, 위험물 관리, 항만국 통제, 안전시설 유지·관리, 항만교통질서 단속, 태풍 등 해난사고 예방 및 수습 등이다.

항장제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는 이러한 업무의 중요성과 전문성을 감안해 대체로 오랜 승선 경험과 선박운항 및 해난사고분석 이론에 정통한 전문가를 항장에 임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항만과 연안항해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항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항장의 임무 범위에 대해서도 항계를 기준으로 2원화 되어 있는 현재의 항만안전 관리체제를 넘어서 항계 내와 연안지역을 모두 관할해야 할 것이다. 이유는 항만의 안전관리는 주변해역에서부터 미리 선박의 동정을 파악하고 관제가 이루어져야 전체적인 항행안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장제를 도입해서 오랜 기간 동안 붙박이로 항만 및 주변 해역의 항행안전을 책임지고 유사시 권한을 갖고 해난사고를 지휘할 수 있을 때 해상안전기능이 강화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선박관제를 위한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공항에 관제탑이 있다면 해상에는 해양교통관제센터가 있는 것이다. 항해하는 모든 선박들을 잘 살펴 안전운항을 유도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이번 진도 선박관제센터의 관제 구역은 3800㎢로 서울시 면적의 6배나 되지만, 하루 평균 300여 척의 선박을 감시해야 하는 인력은 12명뿐, 그것도 4명씩 3개조로 나눠 근무한다고 한다. 해상 안전관리는 전문인력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첨단 장비인 VTS나 AIS를 다루는 것 자체가 전문지식을 요구하고 있고 고도화된 선박의 항해장비 등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는 데다 국제선박충돌예방규칙과 조선술(操船術) 뿐만 아니라 비상시 항만 및 선박안전 관리를 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해사 자격증을 가진 지방해양항만청 소속 VTS에 비해 해경소속 VTS에는 일반직원들이 2~3년씩 순환 근무하는 탓에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어 왔다고 한다. 즉 선박관제센터의 인력확충과 전문인력 배치 증강이 이루어져야 안전기능을 강화하는 일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항만개발 전망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이 28일 서울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열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의 주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영국, 대만 등의 대학교수들과 외국 전문가들의 발표가 있었다.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많은 다른 심포지엄과 달리 꽤 미래지향적이고 학문적인 해운항만에 대한 아젠다가 진지하게 발표하고 토론된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세월호 참사로 해운항만분야 학술대회 역시 중단된 상황이었으나, 이번 국제세미나로 그 논의가 다시 재개되었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심포지엄이었다. 그러다보니 해운항만 정책 아젠다 논의가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의 해운항만산업의 발전에 그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 것이다. 해운도 항만도 고유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산업인 바, 이제 차분히 이들 산업의 미래 발전방향에 대한 학문적인 아젠다들에 대해 검토해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부디 해상안전 강화에 대한 논의도 학자들에 의해 필요한 조치와 투자가 무엇인지, 제도적 보완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후속적인 토론의 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여러 학회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비록 당장은 해상안전이 국가안전처 대안으로 정착되겠지만, 필요하다면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해상안전 담당자, 항장, 해난구조대, 선박관제담당 등을 초청해 국제심포지엄도 열어, 그들의 의견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IMO의 논의를 뛰어넘는 해상 안전분야의 최고의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학자적인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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