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머스크라인, MSC, CMA-CGM의 유럽 정기선 3사가 올 가을 개시를 목표로 하던 새로운 얼라이언스 'P3 네트워크'에 대해, 중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은 이달 17일 동 얼라이언스를 승인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 독점금지 당국은 아시아-유럽 항로의 3사 점유율 합계가 46.7%에 달하는 등 P3 얼라이언스에 의해 거래가 집중되고,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져, 정기선사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시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3사간의 협조를 금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국 해운산업의 보호관점에서 자국선사 경쟁을 저해하는 이와 같은 대형 얼라이언스를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진다.

2013년 6월 18일은 P3 결성을 발표한 날이다. 유럽항로, 북미항로, 대서양항로 등 동서 기간 항로에서 총 29개 루프, 선박량 260만teu의 대형 얼라이언스로 결성하기로 합의했던 계획이다. 이로부터 정확히 1년 후인 2014년 6월 17일 중국의 반대에 부딪혀 P3 결성 계획은 폐기 되었다. 6년 전 중국이 반독점 규제당국에게 강한 권한을 부여한 이래 외국기업들의 제안에 처음으로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민간기업 사업승인을 거부한 사례가 되었다.

P3 무산에 따른 영향은 크게 해운 운임질서와 타 경쟁 얼라이언스, 그리고 항만과 화주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P3 출범으로 그동안 침체되던 정기선 해상운임이 일정 부분 안정화되리라는 기대가 무산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견이 있다. P3 결성의 배경은 유럽계 대형선사조차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경쟁보다는 제휴를 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선두그룹의 선사들이 안정적인 운임 유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P3 무산으로 시장 안정화가 어려워져, 시황침체가 우려될 수도 있다. 특히 각국의 독점 규제 당국의 승인을 위해 3사 운항 능력을 일정부분 감축하려던 계획이 원래대로 돌아가게 되었고, 선박과잉 상황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메릴린치는 중국에 의한 P3 결성 무산으로 현재 겪고 있는 정기선 산업의 시황침체가 더 연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상하이-로테르담 항로의 40피트 컨테이너 운임은 2616달러로 금년 피크였던 지난 5월 3일의 3878달러에 비해 33%나 하락한 실정이다. Bloomberg도 중국의 P3 거부가 세계 정기선운임, 특히 아시아-유럽항로의 운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P3 계획이 세계 정기선 업계에 준 영향은 컸다. 해운 컨설팅업체 Dynamar는 P3에 대항하려면 더 큰 얼라이언스 필요하다고 했다. 선박의 대형화, 공급능력의 대형화 대응뿐만 아니라 서비스 수준 향상에도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급사슬관리의 고객요구와 해상수송의 리스크 요인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개발, 제공해야 했다. 이에 따라 G6 얼라이언스는 협력 범위를 지금까지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동안 양 항로에서 북미서안, 대서양항로까지 확대했다. CKYH 얼라이언스와 대만 에버그린도 유럽항로에서 5사 협력을 시작했으며, 북미항로, 대서양 항로의 대상 범위 확대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G6, CKYHE의 양대 얼라이언스는 주력 선대가 아직 8000~9000teu급이다. 서비스 항로(루프)도 유럽항로에서 주 4~5편의 항로에 불과하다. 이번 P3 출범 무산으로 1만teu 이상 선박투자, 서비스 항로의 주 8편 증편 등에 막대한 투자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걱정하던 선사들에게는 숨통이 트인 셈이다. 특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COSCO, China Shipping의 중국선사, 우리나라 및 일본 선사 등 아시아계 선사들이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P3는 또 특정 항만의 기항 터미널을 줄이거나 한 곳으로 집중시키면서 항만운영 효율성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P3 얼라이언스가 운항 네트워크를 재설계 하면서, 좀 더 많은 항만에 기항해 화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선하려 했다. 이전에는 한 선사가 특정항만에 직기항하기 위해 연간 5만~20만teu 정도의 최소 물량이 있어야 했지만, P3 얼라이언스 이후에는 세 선사의 물량을 합친 것이 최소물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직기항하는 항만의 수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P3 결성이 무산되었다 해도, 이번 기회를 통해 기존 주요 허브항만 및 터미널들은 선사가 요구하는 효율성 향상, 통합요구 등에 대비해 나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화주들은 모두 중국의 결정에 환영했다. 유럽화주위원회(European Shippers’ Council)는 중국의 결정에 환영을 표했다, 화주들의 선택권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별선사들은 가격이나, 서비스 수준, 취항항로에서 저마다의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화주협회도 P3가 중국의 수출업자의 이익을 심대하게 저해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P3 참여 3개사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도 관심이다. 3대 항로를 망라하는 대형 얼라이언스 결성은 무산되었지만, 지금까지도 3사는 북미항로 등에서 협조배선을 하는 등 제휴를 해왔다. 머스크라인, MSC, CMA-CGM 등 3개사는 북미서안 항로에서 선복공유협정(VSA)를, 그리고 MSC와 CMA-CGM사가 북미서안에서 1개 항로, 머스크와 CMA-CGM사가 북미동안-아시아-북미 서안 배선에서 공동운항을 하고 있다. 유럽​​항로에서는 CMA-CGM가 북유럽에서 MSC와 지중해에서 머스크라인과 공동운항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은 이러한 제휴를 토대로 기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이 있다. 대서양 항로는 이미 미국 연방 해사위원회(FMC)와 유럽위원회(EC)의 승인을 획득했기 때문에 계획하고 있던 6개 루프 체제로 VSA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북미항로에서는 3사의 선박량을 합산해도 G6 얼라이언스의 규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북미 동안을 포함한 제휴 확대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머스크라인은 P3 모델이 무산된 것이지, 얼라이언스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 하면서, 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얼라이언스를 계속 추진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미 협력이 확대된 G6, CKYHE 등 얼라이언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머스크라인은 또 다른 형태의 더 정교하고 강력한 얼라이언스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비록 P3 얼라이언스는 무산되었지만, 우리 선사와 부산항 및 터미널은 또 다른 P3 출범에 대비해 이들이 추구하고 있던 합리화(rationalisation) 원칙에 맞추어 정책추진을 계속해야 한다. 효율적인 선대운영 및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 그리고 효율적인 항만 및 터미널 기항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면서도 비용은 크게 절감하려는 의도에 부응해야 한다. P3 무산에도 불구하고 항만, 터미널, 선사 등은 운영 및 경쟁력 향상 전략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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