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해 양국 간 경제협력에 대한 여러 구체적인 방안이 합의하였다. 비록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은 사안이지만, 한·중 간의 우호적인 경제협력 차원에서 추진했으면 하는 사업이 한·중 해저터널 사업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시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한·중 비즈니스 포럼 참석에 앞서 한·중 해저터널의 협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 주석과 따로 만나 얘기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한·중 우호협회장으로서 밝힌 한·중 해저터널 사업제안은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중 해저터널에 대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온 적이 없다. 2009년 말 시진핑 중국 부주석이 방한해 한·중 해저 터널에 대해 "충분히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동안 중국은 대만과의 양안(兩岸) 해저 터널 건설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데다 한·중 해저 터널이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한·중 간 협력관계는 4-5년 전과는 달리 매우 긴밀하게 발전하고 있어, 한·중 해저터널에 대한 논의도 외교적 수사(修辭)가 아닌 사업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었다 할 수 있다.

한·중 해저터널은 서해를 가로질러 중국 산동반도 사이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해저철도터널을 부설해 고속열차와 화물열차 등이 지나가게 하는 초대형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다. 한·중 해저터널 구상은 한·중 간 물류비용을 대폭 줄이고 경제협력과 무역발전에 기여할 뿐만 우리나라를 세계 경제대국인 중국과 직접 연계하여, 거대지역권(Mega Region)을 형성해서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할 것이다.

즉 중국과 해저 철로와 도로로 연결하는 ‘해저터널’ 구상은 첫째 동북아지역에서 한·중 간 산업과 경제 교류의 거점 중심지화에 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대국인 중국과 직접 연계되어, 경제협력과 무역발전의 핵심인프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급증하는 대중국 물류 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중 간 물류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중국과 인접한 최대 교역국이면서도 실제로는 육로로 연결되는 물류망이 없어, 해상 및 항공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어왔다.

그리고 여객 및 관광서비스 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한·중 양국의 인적교류가 내년에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양국 간 교역규모는 2011년 2,000억 달러를 상회하였고, 물동량도 년간 8,000만 톤을 상회하고 있다. 2030년까지 한·중 연간 방문객수 4천만 명, 연간 화물운송량 3.4억 톤을 전망하고 있어, 이와 같은 급증하는 인적 왕래 및 물류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한·중 해저철도의 건설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한·중 해저터널을 연구한 것은 크게 2009년 경기개발연구원의 한·중 해저터널 건설방안 연구용역과, 2010년 교통연구원 3개 해저터널 건설 타당성 연구용역 수행 등이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한·중 해저터널 4개 노선과 건설비 등을 연구했다. 2010년 국토해양부는 교통연구원의 타당성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국제철도 시대에 대비해 한·중 해저터널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비록 예산이나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를 검토하는 수준이라 해도 정부가 공식 문서로 검토 사실을 처음 밝힌 것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이 2009년 내놓은 한·중 해저터널 기본구상은 중국 산둥반도에 위치한 웨이하이(威海)와 인천(341㎞), 경기도 화성(373㎞), 경기도 평택(386㎞), 황해도 웅진(221㎞)을 연결하는 네 가지 안을 제시하였다. 인천-웨이하이의 총연장 341㎞는 영국-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50.5km)보다 7배 가까이 길다.

한·중 해저터널을 만들면 고속철로 칭다오까지는 2시간 40분, 베이징은 5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한·중 해저터널을 이용해도 베이징까지 거리는 북한 통과 거리와 비슷해, 북한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것이 낫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해저터널로 상하이, 산둥반도, 서부내륙지역 등은 통행거리가 크게 줄어든다. 또한 중국횡단철도(TCR)와의 연결구상도 함께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사안이다.

현재 한‧중 해저터널 건설 구간은 최대수심 80m, 평균수심은 40m로 양호한 것으로 판단되며, 지질의 경우도 터널굴착을 위한 기반암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기술적 측면에서 문제는 없으나, 연결거리가 374Km로 경제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경기개발연구원에 의하면 인천-웨이하이의 경우 건설기간 20년, 80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1986년에 착공해 1994년에 개통된 영국과 프랑스 간 유로터널은 착공할 당시 공사비를 70억 달러를 예상했으나 완공 때는 158억 달러로 거의 2배 증가하였다. 그러나 해저터널 운행수익이 예상보다 작아 이자금과 원금상환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고용창출과 교역확대가 이루어졌고, 영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해저터널을 중심으로 기업 활동과 투자가 확대되었으며, 기존에 항공과 선박을 이용하던 교통 환경도 서비스 개선, 교통비 하락 등의 교통 환경여건을 변화시켜, 현재는 유럽통합의 한 인프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일 해저터널도 논의가 있어왔다. 이 해저터널이 건설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적 편익은 클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동북아 지정학적 중심위치, 복합 물류 시스템, 통과 및 중계지 등의 관점에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 왜곡문제, 독도 문제 등으로 반일감정이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일 해저터널 논의는 한·일 FTA가 체결된 후로 상당기간 유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중 해저터널에 대해 우리는 적극적인 반면 중국은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간 경제협력에서 우호적인 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한·중 해저터널에 대한 양국 간 논의를 시작할 호기이다. 한·중 해저터널 건설에 따른 여객 및 화물 물동량 예측, 공사비 산정, 경제적 파급효과, 재원조달방안 등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한·중 해저터널 건설 산관학 협의체’를 구성하여 기술, 물류, 경제, 재정 등 분야 별로 심도 있는 논의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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