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해운회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선하증권 서식의 이면에 “The Hague Rules contained in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relating to Bills of Lading, dated Brussels the 25th August 1924 as enacted in the country of shipment, shall apply to this Bill of Lading. When no such enactment is in force in the country of shipment, the corresponding legislation of the country of destination shall apply, but in respect of shipments to which no such enactments are compulsorily applicable, the terms of the said Convention shall apply.”라는 조항이 있는데1), 이 조항에 의하면 만일 해당 선적지국이나 목적지국에 소위 헤이그룰 입법이 있지 않는 경우, 헤이그룰(혹은 헤이그 규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돼 있다.

한편, 헤이그 규칙 제4조 제5항 제1문은 “Neither the carrier nor the ship shall in any event be or become liable for any loss or damage to or in connection with goods in an amount exceeding 100 pounds sterling per package or unit, or the equivalent of that sum in other currency unless the nature and value of such goods have been declared by the shipper before shipment and inserted in the bill of lading.”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포장당 책임제한금액을 계산해야 할 경우 ‘pounds sterling’의 가치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돼 왔다. 이에 관해 영국 등 외국에서 내려진 판결례는 있었지만 우리나라 대법원이 내린 판결은 없었기 때문에 그간 이 문제에 관해 당사자들이 적당히 중간 어느 금액에서 합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이 이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다106058 판결).2)

이 판결의 사안은 우리나라 해운회사인 ㈜지엘머천트마린 소속의 PEACE SKY호에 의해 부산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항까지 공랭식 열교환기 장비 및 부품 등이 47개 포장으로 해상운송됐는데 운송도중 손상 사고가 발생했다.

손상사고는 4개의 포장에서 발생됐다. 7279만 3339원의 손해배상청구가 보험사에 의해 제기됐는데 선사는 ‘100 pounds sterling’는 현재 영국 화폐 100파운드로 우리 상법상의 책임제한액인 포장당 666.67SDR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선사의 주장이 1심과 2심에서 계속 인정됐는데 인정된 금액은 1심 변론종결일 2011년 10월 19일 현재 SDR 환율인 1803.25를 기준으로 480만 8690원(4×666.67×1803.25)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부당하다면서 ‘100 pounds sterling’은 헤이그 규칙 제정 당시 영국 금화 100파운드에 포함된 금의 가치라는 판결을 내렸다.3) 2011년 10월 19일 당시 금 가치 기준으로 영국 금화 100파운드는 2100만원 정도였다. 그렇다면 4개 포장에 대한 것이므로 책임제한 금액은 8400만원 정도로 청구금액을 초과하게 되므로 포장당 책임제한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참고로 2014년 7월 17일 현재 기준으로 1파운드는 1757.68원이고, 1SDR은 1578.10원이며 영국 금화 1파운드를 금 가치로 산정하면 1971년 영국 주화법(Coinage Act 1971)4)에 따르게 되는데 그 경우 영국 금화 100파운드는 3153만 8754.37원이 된다. 이에 따라 영국 화폐 1파운드의 가치로 갈 때와 영국 금화 1파운드를 금 가치에 의해 산정할 때의 차이는 179배가 된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로 인해 해운업계에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선사로서는 즉시 선하증권 중 Clause Paramount 조항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기존처럼 헤이그룰이 적용되게 하는 대신, 헤이그비스비룰이 적용되게 하는 것으로 수정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본다.

선사들은 기존에는 포장당 책임제한 금액이 영국 파운드 화폐 기준 100파운드, 즉 17만 5768원 정도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헤이그비스비룰상의 책임제한금액인 666.67SDR, 즉 105만 2071원이 적용되는 것 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나 대법원 판결로 선사의 그러한 판단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므로 금 가치에 의해 산정되는 3153만 8754.37원이 적용되는 것 보다 666.67 SDR, 즉 105만 2071원이 적용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1) 소위 Congenbill 서식의 이면에 있는 Clause Paramount 조항이다.
2) 대법원 판결의 사안에서 나오는 Clause Paramount 조항은 Congenbill의 경우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3) 대법원 판결에도 언급됐지만, 영국은 1988년에 Queen’s Bench에서 내려진 The ROSA S 판결에서 “pounds sterling”의 가치는 금 가치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 다른 외국도 대부분 동일한 견해를 따르고 있다.
4) 대법원 판결에서 언급한 1870년 영국주화법과 금의 함량에 대해는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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