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필자가 해운시황에 대한 강의나 특강을 통해 선사나 업계 임직원들에게 시황분석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시황을 읽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요점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해운경기 변동 싸이클 전체를 읽어 낼 수 있다면, 실패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해운경기 변동의 고점과 저점을 확인하는 판단기준을 만드는 팁을 이용해 스스로의 고유한 노하우를 만들라.”
“시황변동의 인과관계를 파악해 그 예측과 실제를 비교하여 인과관계 간 탄성치를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해운시황 전문가는 해운경기 변동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통계 축적과 분석에 의해야지, 지수나 운임과 같은 결과물의 수치로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
“용선이나 신조선 발주, 중고선 매매 시 경험에 의존하는 휴리스틱(heuristic)한 의사결정은 피하고, 과학적 방법에 기초한 시황변동 예측에 근거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경기 역행적, 반 순환적(anti-cyclical)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싸이클을 내다보는 경영을 해야 한다.”

컨테이너선 부문에 대해서는 시황을 읽는 방안 보다는, 세계 정기선 산업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갖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정기선 시황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 극 초대형선화이다.”
“초대형선화로 규모의 경제효과를 추구하는 것은 세계 정기선 산업이 가격요소 밖에는 경쟁요인이 없는 파멸적 경쟁(destructive competetion)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초대형선 발주경쟁으로 촉발된 컨테이너선 공급과잉문제는 초대형선화 경쟁이 중지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다.”

최근 세계 해운시황 장기침체를 보면서, 시황이 비 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은 곧 재앙일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리먼 사태 이후, 그 이전에 발주된 많은 선박에 의한 선박공급과잉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화물선 시황 2014년 하반기에 회복될 수 있을까? 컨테이너선 시황 계속 어려움을 겪어야 하나? 유조선 시황 불황을 탈출할 수 있나? 이러한 공급과잉에 기인한 해운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더욱 해운시황을 읽는 일반적인 소양과 능력을 향상시키고, 산업이 처한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작년에 많은 해운전문기관들이 2014년에 들면 건화물선 해운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014년 건화물선 경기회복 시나리오는 현재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선대 증가속도가 지속된다면 2014년 2분기 경기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년 초 시황개선의 조짐이 보인 이후 2014년 5월 이후부터 다시 하락하여 7월 하순 벌크선 운임지수 BDI가 700선대에 머물고 있다. 일본해사신문에 따르면 2013년에 전 세계에서 2,000 척 이상의 신조선이 발주되었고, 금년 상반기 중 신조선 발주량도 1,000척을 상회했다고 한다.

건화물선 발주 잔량을 보면 작년 6월 기준 1,400척으로 총 운항선대의 16%이었으나, 금년 6월 기준으로는 1,734척으로 운항선대의 20%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신조선 발주 붐으로, 이 선박들이 준공 되는 2015-2016년 시황이 다시 하락할 수 있어, 2014년 하반기, 2015년 상반기 상승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조선 부문도 그 상황이 심각하다. 7월 초 중동-극동 항로의 운임이 WS 50 이상으로 급등하였지만, 올해 VLCC 시황은 연초부터 급격한 등락을 계속하고 있다. 1월 중순에 WS 70 전후까지 폭등한 후 하순에는 WS 40대로 급락하였고, 2월 중순에는 다시 WS 60대로 상승하다가 3월 이후 WS 40대의 약세가 계속되다가 6월에는 WS 30대로 최악의 시황을 보였다.

WS 30대 정도면 1일 용선료 기준으로 1만 달러 미만으로, 계선점인 1만-1만 2천 달러 이하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VLCC는 일단 계선하면 재 가동시 오일 메이저의 심사를 다시 통과해야 하는 등,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건화물선 처럼 쉽게 계선 결정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유조선 운항사들은 마이너스 운임으로 운항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곤 한다.

용선주들 입장에서 보면 값싸게 선박을 용선 할 수 있어 더 이상 기쁠 수가 없겠지만, 선주 입장에서는 운항하면 할수록 하루 약 1,000달러 이상 손해를 보는 시황인 것이다. 바꿔 말하면, 유조선 선주들은 오일 메이저사들에게 원유를 무료로 수송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오일 메이저들은 적정한 원유수송운임을 지불할 능력도 있고, 지불할 의사도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은 선주들의 선박과잉 발주에 그 원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 컨테이너선 시황도 초대형 컨테이너선화에 따른 공급과잉의 문제를 안고 있다. 클락슨 자료에 의하면 2009년 대비 2013년 화물적재율(slot utilization)은 아시아 수출항로 기준으로 북미항로가 80.9%에서 74.2%로, 유럽항로가 75.5%에서 71.2%로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컨테이너선 신조 인도량은 같은 기간 동안 년간 120-140만 teu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화물적재율이 낮아지는데도 선박 신조 인도량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2010년 이후 늘어난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량에 기인하고 있다. 특히 2014-15년에는 1만 teu 이상 초대형 선박의 준공이 피크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 이하의 선형이 계단식으로 다른 항로에 전배(cascade)되면서 거의 모든 항로에서 공급과잉의 심화에 대한 경계감이 나오고 있다.

2014년에도 146만 teu의 신조선박이 인도될 예정이어서, Drewry사에 의하면 평균 운임이 작년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P3 얼라이언스의 무산으로 주요항로의 운임안정에 대한 기대도 함께 무산되면서 당분간 본격적인 운임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세계 정기선 해운은 초대형선 발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송단가 하락이라는 목표추구와 이로 인한 공급과잉이라는 논리적으로 모순된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건화물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거의 모든 해운시장에서 선주는 공급과잉에 의해 가장 낮은 가격의 선박이 화주에게 선택되는 가격 순응자(price takers)가 되었다. 특히 공급이 과잉인 상태에서 화주들은 모든 선박에 대한 현재 상태 정보를 컴퓨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어, 선주가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공급과잉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선주에게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상당수 일시에 발주하는 신조선 대열에 참여한다면 그 신조선이 인도될 때에는 해운경기가 하락국면으로 돌아선 이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록 신조 발주가 저 선가 발주, 에너지 효율선박 대체 등 전략적인 것이라 해도 동 시기에 시장참여자들이 한꺼번에 신조 발주를 한다면 이 시기를 피해야 한다. 개별 선주들이 경기변동을 정확히 읽어, 선박발주나 해체 같은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을지는 몰라도, 군중심리에 의한 의사결정은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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