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아시아 역내항로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역내협의협정(IADA; Intra-Asia Discussion Agreement) 통계에 따르면 리먼 쇼크 발생 후 2009년 물동량은 전년 대비 5.1% 감소한 1164 만 5000teu로 침체됐지만 이후 신흥국의 경제 발전에 따른 소비 수요의 확대와 제조 사업의 진출과 생산 거점 강화를 배경으로 순조롭게 물동량이 증가해 왔다. 2010년에는 전년 대비 12.7% 증가한 1312 만 5000teu로 회복했으며 2011년 4.4% 증가, 2012년 3.3%, 그리고 2013년에 1495만teu로 5%가 증가해 4년 연속 증가했다. IADA 회원에는 지역 내 전용선사는 물론 MSC사와 일본 3개 대형사를 제외한 11개사의 글로벌 원양선사가 포함돼 있다.

동서기간항로의 시황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남북 항로와 아시아 역내 항로는 선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아시아에서의 물동량 신장을 기대하고 최근 서비스 강화를 계속해왔다. 특히 아시아 역내항로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Wan Hai사와 OOCL사가 2013년에 대부분의 선사들이 적자를 기록할 때 머스크사, CMA CGM사에 이어 매출이익을 시현한 선사이기도 하다. 이 선사들은 원양선사들처럼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 위한 투자를 하지 않고도 거의 대부분 선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던 2011-2013기간 중 모두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특히 Wan Hai사는 아시아 역내항로 서비스에 집중하였다. 경쟁사들이 동서기간항로에서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할 때 아시아 역내항로라는 대피소를 찾아 들어간 것이다. 또한 홍콩의 OOCL사는 2010년 이후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나가기 위해 자산 매각과 함께, 서비스 항로도 줄이면서, 대신 아시아 역내 수송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실제 아시아 역내 항로의 운임은 지난 몇 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발표한 중국-동남아 간 항로의 운임 지수(CFFI)에 따르면, 2010년은 20 피트 컨테이너 당 782달러 이었으나, 2011년, 2012년 연속으로 700 달러 이하로 하락한 이후 2013년에는 500 달러 전후까지 하락하였다.

이러한 물동량 및 시장 상황이 정반대의 동향을 나타내는 것은 유럽 항로에 1만 teu 이상 초대형 선박 투입에 따른 선박 전배(cascade) 효과로 중형선의 선박과잉이 생기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낮은 용선료의 중소형선 선박 투입이 증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간 항로에는 값싼 용선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아시아 역내항로는 수많은 항로가 있고, 한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통계나 자료가 축적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항로의 수급이나 경쟁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한 운항형태도 연안항로(주로 중국), 아시아 국가 간 항로, 그리고 원양 환적화물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수심제한으로 500 teu 미만 선박으로 셔틀서비스를 하는 항로도 많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 역내항로의 경쟁구도가 대형선 위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은 확실하다. 아시아 역내 항로에서 서비스 개편의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개편 시 4,000 teu급 이상 선박 투입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NYK사와 K-Line, Hapag-Lloyd는 금년 3월 중순부터 일본-싱가포르-자카르타 간에 공동 운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기존 2,600 teu 선을 4,200 teu 급으로 업그레이드 하여 4척을 투입하여 정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동차 관련 제품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기존보다 대형 선박을 투입하여 풍부한 공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운항 효율성 개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AP몰러-머스크 그룹 산하의 MCC Transport사도 3월 하순부터 NYK사와의 협조로 일본과 중국, 홍콩, 태국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5,000 teu 급 3척을 투입하였다. NYK사는 일본-태국 간을 비롯한 아시아 역내 항로의 견조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MCC Transport사는 일본-태국 항로 이외에도 홍콩 연결 피더 네트워크의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Cosco가 PIL/Yang Ming/Wan Hai의 공동운항에 대련-상해-홍콩-싱가폴 서비스에 참여하면서 4척의 평균 4,300 teu 선박을 투입하였다. 원양환적화물을 처리하기 위한 아시아 역내서비스도 증가하는데, 머스크사가 4,000 teu 3척을 투입하여 최근 시작한 청도-닝보-홍콩-탄중 팔레파스-싱가포르을 잇는 동남아-중국간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같이 아시아 역내 항로에서 일부 선사가 4,000 teu 급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주력은 1,000-2,000 teu 급이다. 그러나 2012년 이후 Swee Joo, Yanghai Shipping, Grand China Shipping, STX Pan Ocean and Hainan PO Shipping사 등이 이 항로에서 철수하였는데, 이들 선사가 운영하던 선박은 거의 모두 1,000 teu 미만의 소형 선박이었다. 이러한 소형선박을 운항하는 선사들은 경쟁에서 밀리는 추세에 놓인 이유는, 원양선사가 거의 놀리다 시피하고 있는 선박을 활용하면서, 또한 5,000 teu 미만의 선박 용선료가 크게 하락하면서, 아시아 역내 경쟁구도가 변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원양선사들은 계속해서 아시아 역내항로에서 잉여 중 대형선과 낮은 용선 선박을 이용한 서비스를 늘려나갈 것이다. 그 결과 아시아 역내 영세 선사들은 그들의 경쟁전략에 의해 퇴출이 지속될 것이다. 아시아 역내항로는 앞으로도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원양 선사들의 참여 증가로 수급 균형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역내항로 시황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선박공유의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2013년 10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주포럼(ASF)의 해운이코노믹 리뷰위원회 (SERC)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선박 전배 및 용선료 하락이 지속되면서 운임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합법적인 범위에서 선박공유 등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아시아 역내 선사들도 원양 대형선사의 참여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합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중일 컨테이너 항로에서 중국 국영 3사의 아시아 역내항로 자회사들이 공동운항을 위한 얼라이언스를 결성하였고, 민간기업인 중국의 SITC Container Lines와 Shanghai Hasco사, 그리고 중국, 대만 3개사도 중일항로 간 협력을 합의하였다. 우리나라 선사들도 아시아 역내 항로, 한중항로 등에서 각 선사가 각각 자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체제에서 벗어나, 대형화를 위한 얼라이언스 추진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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