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저명한 학자들로 구성된 세계항공교통학회(ATRS)가 실시한 '공항운영 효율성' 부문 평가에서 김해공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를 차지했다. ATRS에서 수여하는 이상은 매년 200여개 전 세계 공항의 운영관리효율성을 측정하여 선정하는 항공업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해 공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항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해공항에 이어 제주공항이 2위, 김포공항이 5위에 각각 이름을 올려 아·태 지역 상위권을 국내 공항들이 차지했다. 특히 제주와 김해공항은 올해부터 평가에 포함됐지만 전 평가항목에서 고르게 상위권 점수를 획득, 아시아 최고 효율 공항 상위권에 랭크되었다. 한 국가의 공항들이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리는 것은 조사 이후 최초이며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 한다.

경비 과학화, 자동탑승환경 구축 등 효율적 시설관리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공항이 세계 최초로 항행안전장비 개발에 힘쓰는 등 공항 운영에서 높은 고정비를 차지하는 장비의 국산화를 통한 비용 절감 노력 등이 높게 평가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최고 효율공항의 노하우를 살려 우리 공항의 글로벌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드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올해부터 신설된 ‘공항 수익 원천 다양화 부문’에서도 단거리 국제노선에 집중하고 사업을 다각화한 김포공항이 1위를 차지했다. 김포공항은 지난 5월 국제공항협회(ACI)가 공항서비스 질을 평가해 수상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상(ASQ)도 받았다. 부산 김해공항, 제주공항 같은 중소규모 공항이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국제공항 등 국제선 위주로 운영되는 대표 허브공항을 제친 것이 특기할 만하다.

공항의 효율성과 마찬가지로 항만의 생산성은 공급사슬의 주요 병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화주들에게는 항만이용 여부를 결정할 때 주목하는 지표이다. 특히 재항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보급 확대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 항만이 늘어나고 있다. 1990년에 네덜란드의 ECT에서 처음 도입한 자동화터미널 기술이 이제는 세계 30개 터미널에서 적용되고 있다.

항만의 생산성을 전 세계 항만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하는 곳은 미국의 JOC사이다. 이 회사는 세계항만의 생산성 분석 보고서(The JOC Port Productivity)를 매년 발표해 항만별, 터미널별 생산성 자료를 공표한다. 이 회사의 생산성은 총 작업시간 당 생산성(gross productivity)로 선박 재항 시 작업을 하지 않는 시간도 포함된다. 따라서 야간작업을 하지 않는 터미널은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교 시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역시 지난달에 발표한 JOC가 항만 생산성 자료에 따르면, 부산항의 생산성은 시간당, 선석당 생산성이 84개로 9위에 그치고 있다. 중국 천진항이 130개로 1위를 차지하였고, 2, 3, 7, 8위도 중국의 청도항, 닝보항, 예티안항, 셔먼항이 차지하였다. 아랍에미레이트 제벨 알리항, 코알 파칸항이 4, 5위를 차지했으며, 일본의 요코하마항도 108개로 6위를 차지해 부산항보다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의 생산성이 높아 처리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5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세계 10대, 혹은 아시아 10대 생산성이 높은 터미널에는 우리나라 터미널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도 2013년 발표에서는 대한통운 광양터미널이 7위를 차지한 바 있지만, 올 발표에는 이마저도 없는 것이다. 1위는 일본 요코하마항의 APM Terminals은 163개를, 2위는 천진항의 Tianjin Port Pacific International Terminal이 144개를, 그리고 3위는 닝보항의 Ningbo Beilun Second Container Terminal이 141개를 처리했다.

다만 부산항은 8,000teu 미만 선박에 대한 생산성은 98개로 세계 3위를 차지했고, 현대 부산신항만과 부산신항 국제터미널,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이 각각 2위, 3위,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8,000teu 이상 선박에 대한 생산성으로 본 순위에는 부산항이나, 우리나라 터미널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즉 부산항이나, 우리 터미널은 초대형선의 기항항만 선택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생산성향상에 대한 준비를 해오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항만에서의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항만상부시설, 즉 항만장비 및 운영시스템의 기술수준이 타 항만에 비해 뒤지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항만개발이 세계적인 추세와 동떨어진 채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많은 터미널들은 중국정부의 항만 직접개발을 불허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외국 운영사나 선사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이 회사가 항만개발과 운영을 함께 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항만개발자와 상부시설을 운영하는 운영자는 의사결정 시점이나, 시행 주체가 분리되어 있다. 따라서 항만 하부시설이 다 개발된 이후, 운영사가 선정되고, 이 회사가 장비 등 상부시설을 선택하게 되면서, 처음부터 하부시설과 상부시설이 모두 고려해, 운영사가 가장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항만이 건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에 개장한 부산신항만의 초대형선에 대한 생산성이 이렇게 낮은 원인의 하나이다.

또한 항만공사제가 도입되면서 독립채산제를 재정운영의 원칙으로 하면서, 수입증대와 요율설정 등에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당초 기대했던 국제경쟁력 강화 등 항만운영의 고도화가 미진한 것도 한 원인이다. 항만공사가 출범한 2004년 이전에는 컨테이너 항만의 개발과 운영에 관한 업무를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수행했었다. 당시에는 광양항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을 계획하였고, 세계 3번째로 무인자동화 자동화 터미널 설계도 추진했으며, 100억 규모의 초대형선에 대비한 컨테이너 터미널 첨단기술개발도 추진했었다.

항만공사제로 이 업무가 이관되면서 어느 공사도 첨단항만 기술개발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중국은 가격만 저렴한 것이 아니라, 항만 장비뿐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도 이미 우리의 기술수준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항만공사는 정부 소유의 자산을 출자 받은 만큼, 수익 중 상당부분을 항만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에 할애해야 할 것이다. 같은 공사인 한국공항공사의 공항효율성 향상을 위한 투자노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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